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줄면서 고시원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학동 내 고시원 수는 2015년 69개에서 지난해 36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노량진1·2동 내 고시원 수는 2015년 76개에서 지난해 9개로 줄었다. 노량진에서만 고시원 88%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과거 ‘공시족’이 대거 몰리며 성황을 이뤘던 고시원은 상당수 폐허로 변했다. 유명 학원에 출석해 강의를 듣고 각종 고시 정보를 얻기 위해 수험생이 고시촌에 몰려든 것도 10년 전 이야기다. 대학동 고시촌에서 18년간 문구점을 운영해 온 조원복(53)씨는 “옛날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도 많아 월세를 아낄 수 있는 고시원 인기가 좋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고시원은 물론 고시촌에도 10년 전보다 학생도 절반 이상 줄었다. 출구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 확산도 고시원 수요를 줄였다. 대학동에 거주하며 5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길모(25)씨는 “인강이 워낙 잘 돼 있고 논술도 온라인으로 첨삭 받을 수 있는 시대”라며 “심지어 고시촌에 살면서도 실강(실시간 강의)에 나가지 않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고시촌에서 공시생이 사라지며 고시촌 상권도 자연스레 위축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량진·신림 고시촌 내 외식업체는 2015년 1444개에서 지난해 1273개로 줄었다. 20년째 대학동 고시촌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동건(47)씨는 “고시생이 줄어 6개월도 안 돼서 폐업하는 가게가 허다하다”며 “근처에 3개월 만에 문 닫은 술집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아미, 박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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