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공’(젊은 공무원)들의 정부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속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는 2018년 5670명에서 2023년 1만3566명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임용되자마자 그만둔 1년 내 퇴직자는 3020명에 달했다.
중앙일보가 최근 5년 사이 퇴직한 젊은 공무원(근속연수 5년 이하) 30명을 대상으로 퇴직 이유를 조사했더니 ①낮은 보수(21명) ②조직 문화(20명) ③악성 민원 등 과다한 업무(15명) 순으로 퇴직 사유를 밝혔다(중복 응답 포함). 이들은 공무원 시험 준비에 평균 17개월을 썼고 합격 이후 평균 30개월을 일했다. 첫 월급과 퇴직 때 급여 차이는 평균 28만원이었다. 한 교육청에서 9급으로 근무했던 B(27)씨는 “(현재 급여로는) 나중에 자녀들이 원하는 만큼 공부시키지 못할 것 같아 사기업으로 이직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9급 1호봉 월 기본급은 세전 187만 7000원이다. 여기에 정근수당(기본급 5%씩 연 2회) 등 각종 수당과 성과 상여금, 명절 휴가비 등을 반영하면 월 평균 급여는 250만원 내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대기업 대졸 정규직 신입 초임 연봉은 세전 5084만원이었다. 최근 4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올해 공무원 초봉과 격차는 더 커진다.
인상률은 9급 1호봉 기준 최근 5년간 14.3%에 그쳤다. 김정인 수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는 군 병사 인상률(병장 기준 131%)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셈”이라며 “내년엔 군 병사 월급보다 낮아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도청 9급 공무원 서모(28)씨도 “의식주가 공짜인 병장이 165만원(내일준비지원금 포함)을 받는데 190만원(기본급 기준)을 버니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가 온다”고 말했다.
...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21.8대 1로 3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3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치러진 9급 공채 필기시험 응시율도 75.8%로 3년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5급 공채(옛 행정·외무고시) 경쟁률 역시 35.1대 1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았다. 이는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하반기 500대 기업을 조사한 대졸 채용 경쟁률(81대 1)의 절반 이하다.
최병윤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입직 경쟁은 여전히 높아 보이지만, 최근 몇년 사이 경쟁률이 급감한 건 낮은 임금, 위계적인 조직 문화, 악성 민원 등 복합적인 이유로 직업적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선미·이보람·장서윤·이아미·박종서 calling@joongang.co.krhttps://naver.me/Fu6umSR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