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첫 확진자 라임병, 2건→48건↑
말라리아 747건 발병…11년만에 최대
"겨울 짧아지면서 번식 환경 좋아진 탓"
기후질병 전용예산 無…"대응전략 필요"
한 라임병 환자의 팔에 붉은 반점과 이를 둘러싼 옅은 고리가 나타나있다. 사진=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기후질병이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이전에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라임병이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이 발병했고, 퇴치사업으로 감소추세였던 말라리아 환자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도 주요 선진국처럼 기후질병 예산을 별도로 갖추고 대응체계를 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아시아경제가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입수한 ‘인수공통감염병 발병 건수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라임병은 48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22건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은 2010년까지만 해도 라임병 발병이 없었지만, 2011년 2건을 시작으로 매년 라임병이 발생하고 있다.
라임병이란 진드기가 사람을 물며 발생하는 감염질환이다. 미국 북동부 지역의 풍토병인데 주로 사슴에서 많이 발견된다. 매독을 유발하는 ‘시피로헤타 팔리다균’과 동종인 ‘보렐리아균’에 속해 있어서 ‘제2의 에이즈’로 불린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뇌염이나 부정맥을 일으키고, 안면마비나 기억상실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매년 2억~3억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말라리아의 국내 발병 건수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애초 말라리아는 정부의 적극적인 예방·퇴치 사업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2010년 1777건에 달하던 발병 건수도 400~500명대로 줄었다. 2021년에는 294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다음 해 420건으로 늘더니 지난해 747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라임병과 말라리아의 증가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거론된다. 기온이 따뜻할수록 매개체가 활동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서식지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발병 원인을 한 가지 이유만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겨울이 짧아지면서 진드기와 모기가 번식하기 좋아지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질병' 비상걸린 국제사회…전용예산 없는 한국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확인된 라임병 사례는 1999년부터 2019년까지 44% 증가했다. 2022년 중국 쿤밍약학대학 연구진은 전 세계 인구 14%가 라임병에 걸린 적이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여름이 더 길어지고 건조해진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 역시 감염병 중 하나인 웨스트나일열 감염이 2022년 1112건으로, 2021년 159건에서 6배 넘게 급증했다고 밝혔다.
국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면 관련 질병이 더 횡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리아 게바라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활동 총책임자는 지난해 성명을 내고 “기후위기 악화에 따라 (기후질병의) 발병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스럽다”면서 “향후 말라리아 연간 사례가 1500만 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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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후질병에 별도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 방지나 개별 질병에만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올해 질병청의 상시·신종감염병 예산은 각각 1조1608억원, 1108억원이다. 이 가운데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 예산이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었지만, 신종감염병 예산의 경우 기후변화와 관련된 언급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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