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담당 교도관이었고 지금은 사형제 폐지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중렬씨의 인터뷰
https://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16566&code=115
사형 집행에 참여해본 교도관들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사형 집행 참여자들의 명단이 공개되면, 사무실은 늘 어수선했다. 일부는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빼기 위해 온갖 이유를 갖다 댔다. ‘몸이 아파서’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아내가 아이를 임신해서’. 하지만 진짜 이유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어서’였다는 걸 그들도 상사도 모두 알고 있었다. 심지어 명단에 자기가 들어 있음을 알고 졸도해 집행에서 빠진 이도 있었다.
법무연수원의 김길성 교사가 쓴 보고서 ‘사형제도 교도관의 인권’(2006)에는 이런 인터뷰 내용도 나온다.
“한 친구는 자신이 사형 집행을 한 사실을 알게 된 아내와 직장을 그만두는 문제로 자주 다투더니 결국 이혼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어떤 친구는 사형 집행에 따른 후유증에선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직장에서 넋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행동하다가 자살을 한 경우도 있어요.”(서울구치소의 한 사형집행인)
죄책감에 사형폐지운동 나서기도
사형집행인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1946년부터 6년간 오사카 구치소의 소장을 지낸 다마이는 한 공청회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사형이라는 형벌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 집행을 저희 교정직원이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한, 저희들은 방편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뿐, 여기에 교육자로서의 양심의 편린도 없습니다. 그저 ‘살인자’라고 자조할 뿐입니다.”
일부 법관들도 사형집행인의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한다. 1996년 당시 헌법재판소의 김진우 재판관이 사형제에 대해 “양심에 반하여 직무상 어쩔 수 없이 사형 집행에 관여하는 자들의 양심의 자유와 인간이 지닌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비인간적인 형벌제도”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전직 교도관 중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형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도 있다. 1952년부터 1971까지 교도관 생활을 했던 고중렬씨. 그는 200여 명의 사형수를 교화하는 임무를 맡았고, 그들의 사형 집행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시민단체와 함께 사형폐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그는 “이대로 죽으면 벌 받을 것처럼 죄책감을 느꼈다”며 “하루도 빠짐없이 성당에 나가 사형제 폐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형 집행에 직접 참여했던 다른 교도관들의 생각도 고씨와 비슷하다. 사형 집행을 했던 한 전직 교도관은 “인간이 다른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공무’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사형 집행 사실을 숨기고 싶기에 나서서 내 생각을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는 “저와 같은 사형집행인도 사형제도의 피해자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박병식 교수(용인대 경찰행정학)는 자신의 논문 ‘사형제도와 교도관의 인권’에서 다음과 같은 인용문을 소개했다. 사형제도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사형집행인이라는 키워드로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글이다.
“만약 사형이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이라면 논리적으로 사형집행인의 직업은 훌륭한 직업이 돼야 한다. 그런데 많은 열정적인 사형 존치론자가 이러한 인간을 혐오하고 교제대상에서 배척한다는 사실은 그들 스스로 사형이 명백하게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것임을 나타낸다.”(‘20세기의 사형’, 로이 칼바트)
"사형은 국가의 보복이자 또다른 살인 내가 죽기 전에 또다른 '집행' 없었으면"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61341&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하지만 현실의 사형장에서는 영화에서 보다 더 끔찍한 일도 일어난다. 인간의 상상이 현실을 넘어설 수 없다는 듯 고씨는 멈칫멈칫 과거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꺼내 놨다.
"한 번은 사형수의 목에 밧줄 올가미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포인트를 당기는 바람에 사형수가 콘크리트 바닥에 그대로 추락했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비명을 지르는 사형수를 다시 끌어올려 목에 올가미를 걸었지. 그 짓을 하는 교도관들이나, 지켜보는 사람들이나 제정신이 아닌 거지.
또 한 번은 교도관이 사형수 목에 올가미를 건 다음 미처 자리를 피하기도 전에 포인트를 당기는 바람에 교도관과 사형수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어. 사형수는 목이 졸려 죽고 교도관은 머리가 깨져 병원으로 실려 갔지. 그리고는 둘 다 다시는 교도소로 돌아오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