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3월 4일 주 호주대사로 임명되며 총선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기에 주 호주대사로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는데요. 공수처가 이미 2023년 12월, 이종섭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적절한 임명이라는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출국금지 소관 부처는 법무부인데 2023년 12월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이므로 대통령실이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알고도 주 호주대사에 임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KBS '이종섭 보도' 108건 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 논란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방송의 경우 이종섭 전 장관이 임명된 3월 4일부터 19일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와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4사 방송 뉴스를 분석했습니다. 신문의 경우 임명 다음 날인 3월 5일부터 2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 지면기사를 분석했습니다.
KBS와 MBC가 각각 108건과 105건을 보도하며 15개 언론사 평균 보도건수 43.1건의 2.5배를 넘었습니다. 경향신문, SBS, 한겨레도 각각 62건, 59건, 54건을 보도하며 평균 보도건수를 웃돌았습니다. 이들 언론을 제외한 10개 언론사는 평균 보도량에 미치지 못했는데요. 특히 한국경제 보도건수는 10건에 불과합니다. 관련 보도가 연일 방송 뉴스 톱에 오르고 신문 1면에 실린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적은 보도량입니다.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중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설이나 칼럼을 내지 않은 곳도 한국경제가 유일합니다.
'피의자 이종섭 임명' 눈감은 언론
방송의 저녁종합뉴스는 보도태도가 엇갈렸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을 가장 먼저 보도한 곳은 MBC로 3월 4일입니다. JTBC는 다음 날인 3월 5일 보도했습니다. 두 방송사는 이종섭 전 장관을 비롯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인사들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거나 대사로 임명되는 등 영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MBC와 JTBC는 각각 <단독/돌연 "발표 중단"‥직전에 '용산' 전화 받았다>(3월 7일 박솔잎 기자)와 <단독/지워진 메모 속 '장관님'>(3월 11일 유선의 기자) 등 단독보도를 통해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서 이종섭 전 장관 관련 쟁점을 짚었는데요.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안을 발굴하며 주 호주대사 부임으로 인한 수사 차질 우려를 지적했습니다.
KBS와 SBS, 채널A가 저녁종합뉴스에서 이종섭 전 장관 관련 논란을 다룬 건 3월 7일입니다. MBC가 하루 전 <단독/석 달 전 '출국금지'했는데‥호주 대사로 임명>(3월 6일 박솔잎 기자)에서 대통령실 임명 3개월 전 공수처가 이미 이종섭 전 장관을 출국금지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이후입니다. MBN은 3월 8일 이종섭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 소식을 처음 전했고, TV조선은 3월 10일에야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출국과 더불어민주당 반발을 전하며 첫 보도를 냈습니다.
한국일보와 한국경제는 각각 이종섭 전 장관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외압의 의혹을 받기도 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논란으로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자 자진 사임했다"면서도 현재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는 이종섭 전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을 보도하면서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조선일보는 별도 배경 설명 없는 인사 알림에 그쳤고 매일경제는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와의 방산협력 강화 목적으로 임명했다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비판 목소리를 '야당 정치공세'로 치부한 KBS
이종섭 전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 논란 보도는 KBS가 108건으로 가장 많고, MBC가 105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막상막하의 보도량이지만 보도내용은 분명한 차이를 보였는데요. MBC는 임명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중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안을 짚는 데 집중한 반면, KBS는 임명의 부적절성 비판을 더불어민주당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대통령실과 이종섭 전 장관 입장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습니다.
KBS는 3월 11일 총 5건의 보도에서 이종섭 전 장관 임명을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 입장과 이재명 대표의 충남 유세현장을 전했는데요. <뉴스2>, <뉴스5>, <뉴스6>, <뉴스7>에서는 <야 "외교·법무부 장관 고발·탄핵"…충남서 표심 몰이>라는 온라인판 리포트를 <민주 "이종섭 출국, 국가 권력이 범인 은닉">, <민주, '이종섭 출국' 비판…"외교·법무 장관 고발">, <이종섭 출국 비판…"외교·법무 장관 고발·탄핵"> 등 제목만 바꿔 보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공세'로 치부하긴 했지만 이종섭 전 장관 임명을 비판하는 야당 입장을 부각한 것인데요.
저녁종합뉴스 <뉴스9>에서는 앞선 리포트와 같은 내용을 <이재명 "균형발전 추진"…"외교․법무장관 탄핵">(3월 11일 이희연 기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는데, 이종섭 전 장관 임명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입장이 앵커멘트에 아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총선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충남"으로 향해 "지역 균형발전을 약속하며, 정부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게 전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공세'로 치부하긴 했지만 이종섭 전 장관 임명 비판을 앵커멘트에서 언급한 앞선 리포트와 확연히 다릅니다. 이재명 대표의 충남 유세현장 다음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종섭 전 장관 임명 비판을 보도했는데, 이는 '총선용 정치공세'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배치이기도 합니다. 해당 리포트 바로 뒤에 <대통령실 "이종섭 출국 '수사 차질' 주장 맞지 않아">(3월 11일)라는 대통령실 반박을 단신으로 붙였는데, 이종섭 전 장관이 공수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 돌아온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종섭 전 장관을 주 호주대사로 임명한 데 대한 지적이 나오며,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인데요. KBS는 <국힘, 장예찬 공천 취소…총선 악영향 우려>(3월 16일 김민철 기자)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민의힘 총선 후보 9명"이 이종섭 전 장관의 자진 귀국과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의힘 내 비판 여론을 전하며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곳은 KBS뿐입니다.
KBS, 이종섭 '단독 인터뷰' 아닌 '단독 앵무새'?
KBS는 <단독/"도피 주장은 정치 공세…자리 연연 안 해">(3월 17일 김현경 앵커)에서 이종섭 전 장관과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는데, 이 전 장관 입장을 액면 그대로 전달한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이 "출국금지에 대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고 답하기에 앞서 김현경 앵커가 "이종섭 호주 대사는 출국 금지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며 정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김현경 앵커는 이 전 장관이 "(공수처가) 요청한다면 일정을 조율해서 언제든지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는 답변에 앞서서도 "언제든지 조사 받으러 귀국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정리했습니다. KBS는 다음 날인 3월 18일까지 해당 리포트를 포함해 총 8건의 보도에서 이종섭 전 장관의 주장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MBC는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출국길과 출국과정 동행, 주 호주대사관 출근길을 비롯해 여러 차례 취재를 시도했습니다. △공수처 수사 중 주 호주대사 부임에 대한 입장 △채 상병 사건 이후 쓰기 시작한 휴대전화를 공수처에 제출한 이유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결과 발표 취소 지시 직전 통화한 대통령실 관계자 정체 등 이종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나 의혹을 확인하려는 취재였는데요. 이종섭 전 장관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 혹은 "아이고 여기까지 오고 그랬어요?"라면서도 취재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주 호주대사 임명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입니다. 더군다나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피의자이기도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논란의 핵심 당사자에게 질문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KBS는 이종섭 전 장관을 '단독 인터뷰'했다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형식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종섭 전 장관의 답변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치중했습니다. 논란과 의혹을 검증하는 계기는커녕 되레 이종섭 전 장관이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피력할 수 있는 멍석만 깔아준 셈이 됐습니다.
KBS '이종섭 보도' 108건 최다
▲ 방송 뉴스(3/4~3/19)와 신문 지면(3/5~3/20)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호주대사 임명 논란’ 보도건수 |
ⓒ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 논란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방송의 경우 이종섭 전 장관이 임명된 3월 4일부터 19일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와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4사 방송 뉴스를 분석했습니다. 신문의 경우 임명 다음 날인 3월 5일부터 2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 지면기사를 분석했습니다.
KBS와 MBC가 각각 108건과 105건을 보도하며 15개 언론사 평균 보도건수 43.1건의 2.5배를 넘었습니다. 경향신문, SBS, 한겨레도 각각 62건, 59건, 54건을 보도하며 평균 보도건수를 웃돌았습니다. 이들 언론을 제외한 10개 언론사는 평균 보도량에 미치지 못했는데요. 특히 한국경제 보도건수는 10건에 불과합니다. 관련 보도가 연일 방송 뉴스 톱에 오르고 신문 1면에 실린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적은 보도량입니다.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중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설이나 칼럼을 내지 않은 곳도 한국경제가 유일합니다.
'피의자 이종섭 임명' 눈감은 언론
방송의 저녁종합뉴스는 보도태도가 엇갈렸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을 가장 먼저 보도한 곳은 MBC로 3월 4일입니다. JTBC는 다음 날인 3월 5일 보도했습니다. 두 방송사는 이종섭 전 장관을 비롯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인사들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거나 대사로 임명되는 등 영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MBC와 JTBC는 각각 <단독/돌연 "발표 중단"‥직전에 '용산' 전화 받았다>(3월 7일 박솔잎 기자)와 <단독/지워진 메모 속 '장관님'>(3월 11일 유선의 기자) 등 단독보도를 통해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서 이종섭 전 장관 관련 쟁점을 짚었는데요.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안을 발굴하며 주 호주대사 부임으로 인한 수사 차질 우려를 지적했습니다.
KBS와 SBS, 채널A가 저녁종합뉴스에서 이종섭 전 장관 관련 논란을 다룬 건 3월 7일입니다. MBC가 하루 전 <단독/석 달 전 '출국금지'했는데‥호주 대사로 임명>(3월 6일 박솔잎 기자)에서 대통령실 임명 3개월 전 공수처가 이미 이종섭 전 장관을 출국금지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이후입니다. MBN은 3월 8일 이종섭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 소식을 처음 전했고, TV조선은 3월 10일에야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출국과 더불어민주당 반발을 전하며 첫 보도를 냈습니다.
한국일보와 한국경제는 각각 이종섭 전 장관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외압의 의혹을 받기도 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논란으로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자 자진 사임했다"면서도 현재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는 이종섭 전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을 보도하면서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조선일보는 별도 배경 설명 없는 인사 알림에 그쳤고 매일경제는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와의 방산협력 강화 목적으로 임명했다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비판 목소리를 '야당 정치공세'로 치부한 KBS
이종섭 전 장관의 주 호주대사 임명 논란 보도는 KBS가 108건으로 가장 많고, MBC가 105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막상막하의 보도량이지만 보도내용은 분명한 차이를 보였는데요. MBC는 임명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중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안을 짚는 데 집중한 반면, KBS는 임명의 부적절성 비판을 더불어민주당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대통령실과 이종섭 전 장관 입장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습니다.
KBS는 3월 11일 총 5건의 보도에서 이종섭 전 장관 임명을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 입장과 이재명 대표의 충남 유세현장을 전했는데요. <뉴스2>, <뉴스5>, <뉴스6>, <뉴스7>에서는 <야 "외교·법무부 장관 고발·탄핵"…충남서 표심 몰이>라는 온라인판 리포트를 <민주 "이종섭 출국, 국가 권력이 범인 은닉">, <민주, '이종섭 출국' 비판…"외교·법무 장관 고발">, <이종섭 출국 비판…"외교·법무 장관 고발·탄핵"> 등 제목만 바꿔 보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공세'로 치부하긴 했지만 이종섭 전 장관 임명을 비판하는 야당 입장을 부각한 것인데요.
▲ 앞선 리포트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이종섭 전 장관 임명 비판’ 입장의 정치공세 인상 강화한 KBS <뉴스9>(3/11) |
ⓒ 민주언론시민연합 |
저녁종합뉴스 <뉴스9>에서는 앞선 리포트와 같은 내용을 <이재명 "균형발전 추진"…"외교․법무장관 탄핵">(3월 11일 이희연 기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는데, 이종섭 전 장관 임명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입장이 앵커멘트에 아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총선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충남"으로 향해 "지역 균형발전을 약속하며, 정부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게 전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공세'로 치부하긴 했지만 이종섭 전 장관 임명 비판을 앵커멘트에서 언급한 앞선 리포트와 확연히 다릅니다. 이재명 대표의 충남 유세현장 다음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종섭 전 장관 임명 비판을 보도했는데, 이는 '총선용 정치공세'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배치이기도 합니다. 해당 리포트 바로 뒤에 <대통령실 "이종섭 출국 '수사 차질' 주장 맞지 않아">(3월 11일)라는 대통령실 반박을 단신으로 붙였는데, 이종섭 전 장관이 공수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필요할 경우 언제든 돌아온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종섭 전 장관을 주 호주대사로 임명한 데 대한 지적이 나오며,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인데요. KBS는 <국힘, 장예찬 공천 취소…총선 악영향 우려>(3월 16일 김민철 기자)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민의힘 총선 후보 9명"이 이종섭 전 장관의 자진 귀국과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의힘 내 비판 여론을 전하며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곳은 KBS뿐입니다.
KBS, 이종섭 '단독 인터뷰' 아닌 '단독 앵무새'?
KBS는 <단독/"도피 주장은 정치 공세…자리 연연 안 해">(3월 17일 김현경 앵커)에서 이종섭 전 장관과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는데, 이 전 장관 입장을 액면 그대로 전달한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이 "출국금지에 대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고 답하기에 앞서 김현경 앵커가 "이종섭 호주 대사는 출국 금지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며 정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김현경 앵커는 이 전 장관이 "(공수처가) 요청한다면 일정을 조율해서 언제든지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는 답변에 앞서서도 "언제든지 조사 받으러 귀국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정리했습니다. KBS는 다음 날인 3월 18일까지 해당 리포트를 포함해 총 8건의 보도에서 이종섭 전 장관의 주장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 이종섭 전 장관 관련 논란과 의혹 검증보다 이종섭 전 장관 입장 전달에 치중한 KBS <뉴스9>(3/17) |
ⓒ 민주언론시민연합 |
▲ KBS <뉴스9> 중 이종섭 전 장관 단독인터뷰 내용(3/17) |
ⓒ 민주언론시민연합 |
MBC는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출국길과 출국과정 동행, 주 호주대사관 출근길을 비롯해 여러 차례 취재를 시도했습니다. △공수처 수사 중 주 호주대사 부임에 대한 입장 △채 상병 사건 이후 쓰기 시작한 휴대전화를 공수처에 제출한 이유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결과 발표 취소 지시 직전 통화한 대통령실 관계자 정체 등 이종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나 의혹을 확인하려는 취재였는데요. 이종섭 전 장관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 혹은 "아이고 여기까지 오고 그랬어요?"라면서도 취재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주 호주대사 임명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입니다. 더군다나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피의자이기도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논란의 핵심 당사자에게 질문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KBS는 이종섭 전 장관을 '단독 인터뷰'했다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형식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종섭 전 장관의 답변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치중했습니다. 논란과 의혹을 검증하는 계기는커녕 되레 이종섭 전 장관이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피력할 수 있는 멍석만 깔아준 셈이 됐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26755?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