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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北 김정은 지지율 묻는 소리” 일리야, 푸틴 지지율 까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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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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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벨랴코프 수원대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일리야 벨랴코프 수원대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홍범〉‘대선이 다가오고 있지만, 승자가 누구인지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치러지는 러시아의 대선에 대해 미국 CNN이 내놓은 기사의 제목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지난달 86%(레바다센터)로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대해 ‘정상적인 선거가 아닌 푸틴을 위한 형식적인 헌법 활동’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선 나오는데요. 러시아의 대선,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또 국민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중앙일보 뉴스 팟캐스트 ‘뉴스 페어링’.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김홍범 기자입니다.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의 작가시죠. 일리야 벨랴코프 수원대 인문사회대 교수님 모시고 러시아의 대선 현황에 대해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일리야〉네 안녕하세요. 러시아에서 왔지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는 일리야입니다. 반갑습니다.

▷김홍범〉반갑습니다. 오늘 교수님 모신 이유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까지도 굉장히 높게 나오더라고요. 최근에 전쟁이나 정적의 사망도 있었고, 여러 가지 사건들이 늘 많은데 이렇게 지지율이 높은 이유가 뭘까. 이게 좀 궁금하거든요.

▶일리야〉제가 이런 질문을 정말 자주 받는데요.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게 무엇이냐면,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지율이라는 건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들이 자기 손으로 뽑는 정치인에 대한 의견을 나타내는 숫자인데,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얘기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지율이 얼마냐’는 질문이랑 마찬가지죠. 의미가 없잖아요. (러시아는) 쉽게 내가 “반정부의 성격을 갖고 있다”라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지지율이) 80%냐 90%냐, 10%냐 20%냐. 전혀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김홍범〉북한에서 이뤄지는 선거와 같다는 말씀이시죠. 그럼 이런 것도 궁금한데, (국민의 86%가 지지한다는) 이 수치가 100% 맞는 건 아닐지라도, 푸틴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국민이 있는 게 분명하긴 한 거잖아요. 교수님이 보시는 실질적인 지지율은 대략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세요?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타스=연합뉴스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타스=연합뉴스

▶일리야〉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러시아 내에서 여러 전문가의 말을 합해 보면 간접적으로 추리할 수 있는 지지율은 15% 정도 됩니다. 이 정도는 정말 푸틴이 무엇을 하든 지지할 사람들을 의미하는 거고, 나머지 사람들은 한국 사람에게 좀 의아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무관심층이에요. 전쟁이 일어나도 경제가 나빠져도 러시아 사람들의 특징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진실이에요. 전혀 관심이 없어요. 심지어 가족 중에서 어떤 남자가 군대에 동원돼서 우크라이나에 끌려가 거기서 죽었더라도 관심이 없어요.

▷김홍범〉왜 그런 거예요?

▶일리야〉그냥 그런 문화예요. 러시아가.

▷김홍범〉한국이랑은 조금 다르게 인식을 해야 한다.

▶일리야〉네. 저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느낀 것 중에 하나가 한국 사람들은 매우 적극적이에요.

▷김홍범〉2000년대 초반에 한국에 오셨죠?

▶일리야〉네. 한국 사람들은 매우 적극적이에요. 시위도 굉장히 많이 하고, 일상에서 정치 얘기 많이 하고 있고. 실제로 자기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은 안 그래요. 어느 러시아 사람에게 물어보든 거의 99%의 확률로 나올 답은 “내가 얘기를 해봤자 뭐가 바뀌겠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이런 얘기가 나올 거예요.

▷김홍범〉여쭤봤던 이유가 대선 구도를 좀 살펴보기 위해서였어요. 곧 러시아 대선이 치러지는데 푸틴 대통령을 위협할 수 있는 후보자나 세력은 그럼 아예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인 건가요?

▶일리야〉그렇죠. 아예 없죠. 그게 정답이에요.

▷김홍범〉반대 후보자들이 나오긴 할 거 아니에요? 푸틴 외의 선택지로 나올 후보자들이 있긴 할 텐데, 전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뜻인가요?

▶일리야〉그게 후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요. 예를 들어 올해 대선에선 투표용지에 이름이 4명이에요. 푸틴 외에 3명은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고, 정치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김홍범〉야권 정당의 지도자거나 이런 인물이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일리야〉야권이 아예 없기 때문에 야권에서 사람이 나올 수 없고, 러시아 국회에 있는 모든 정당은 친정부 당이에요. 한국은 대통령이 어느 당에서 나왔냐에 따라서 여야가 갈라지잖아요. 러시아에서는 그것과 상관없이 국회에 있는 당은 다 여당이고, 야당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아예 없어요. 현재 국회에 정당이 4개인가 3개인가 있어요. 통합러시아당, 공산당, 정의당 등이 있는데 공산당이라고 해도 통합러시아당이랑 똑같은 거예요. 심지어 당 대표를 같은 사람이 할 수도 있어요. 같은 당이라고 봐도 큰 상관이 없어요.

예전에는 그래도 덜 그랬어요. 지금은 더욱더 그렇게 됐는데, 푸틴 외의 투표용지에 있는 사람들은 심지어 자신한테 절대 투표하지 말라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제가 후보로 나섰지만, 국민 여러분 절대 저를 찍지 마시고요. 저는 현 대통령의 코스를 무조건 지지하고 있는 사람이고, 무조건 현 대통령을 뽑으세요.” 이렇게 지금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홍범〉한국에선 상상하기가 좀 힘든 그림인데,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러시아 선거제도에 대해 잠깐 언급을 하자면 원래는 3연임이 안 되는 4년의 중임제였고, 소련이 해체된 이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한 번 연임했었고, 2000년 이후에는 쭉 푸틴 대통령의 체제였거든요. 2008년도에 3연임이 안 돼서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집권하긴 했지만, 그때도 실상은 푸틴이 총리로 있어 집권기로 평가가 되는 것 같고요. 푸틴의 대항마가 24년째 없는 건데,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또 있는 걸까요?

▶일리야〉푸틴이 그렇게 시스템을 만들어놨기 때문이죠. 독재 국가들이 운영되는 원리 자체가 아주 달라요. 민주주의랑.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시점부터는 러시아 국내 모든 반대 세력의 언론사들이 전면 폐지됐고, 전쟁 반대, 평화 찬성이라는 말을 외치는 사람은 바로 감옥에 가요. (대항마가) 왜 안 나오냐는 질문이 의미가 없는 거예요. 나올 수가 없어요.

▷김홍범〉러시아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논조를 가지고 있는 언론인은 러시아 외부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는 말씀이시죠?

▶일리야〉국내에는 한 명도 없어요. 이미 죽었거나 아니면 감옥에 가 있거나.

일리야 벨랴코프 교수는 "지금은 푸틴 독재주의의 전성기"라고 설명했다. 장진영 기자

일리야 벨랴코프 교수는 "지금은 푸틴 독재주의의 전성기"라고 설명했다. 장진영 기자

▷김홍범〉그렇다면 러시아 국민이 어떻게 정보를 인지하는지도 궁금한데요. 예를 들면 텔레그램 같은 소통 채널로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 같긴 하더라고요. 러시아 국민의 대부분은 국가에서 주는 정보가 옳지 않아서 텔레그램으로 정보를 다 얻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건 제한적인 거고, 조금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 공영 방송이나 국가 방송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건지. 이 환경 자체가 좀 궁금하거든요.

▶일리야〉한국은 민간 뉴스 방송도 여러 채널이 있고, 심지어 국민은 뻔히 알고 있어요. 어떤 채널이 어느 세력과 친밀한 관계를 가진지를. 러시아에는 그런 게 아예 없어요. 구도가. 100%의 모든 방송은 친정부 방송이고, 푸틴의 ‘프로파간다 나팔수’예요. 한국 사람들은 TV(공영 방송 뉴스)를 그렇게 많이 안 보는 느낌인데, 러시아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이 봐요. 또 ‘왜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접하지 않냐’라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서 제가 부모님이랑 얘기할 때도 이해를 못 해요. “스마트폰에서 뭘 찾아본다고?” 이해를 못 해요.

▷김홍범〉젊은 층에서는 텔레그램이나 대안적인 미디어가 존재하긴 하잖아요. 그것의 영향력도 제한적이라는 말씀인가요?

▶일리야〉여기엔 또 다른 원칙이 작용하게 되는데, 젊은 층은 당연히 기술을 다 쓰고 있죠. 텔레그램에서도 많은 채널을 팔로어하고 있고 여러 가지 뉴스, 여러 각도에서 비춰주는 뉴스를 접하는데, 여기선 다른 것들이 작동되고 있어요. 지금의 10대, 20대는 푸틴 정권 아래에서 태어났고 푸틴만 알고 있어요. 그 사람들 머릿속에서는 푸틴이라는 단어와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동의어예요. 예를 들어서 한국에선 대통령이라고 하면 직위를 말하는 거잖아요. 어떤 특정한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같은 경우는 당연히 2027년까지는 대통령일 거고, 그다음에 물러나고 그냥 일반인이 되는 사람인데요. 그런 사고방식이 아니에요. 그냥 대통령과 푸틴을 동의어라고 생각해요.

전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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