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덬은 의료계통으로는 환자의 역할만 맡고 있는 그냥 평범한 국민 1이야.
나는 직장때문에 부모님과 다른 지역에 사는 데
얼마 전 엄빠가 내 자취집에 놀러오셨었어.
근처에 드라이브도 다녀오고 며칠 재미있게 놀았는데
그 날은 아빠가 아침부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으셨어.
그래서 집에서 노닥노닥 하고 놀고 있었는데
저녁 먹고 아빠가 화장실 다녀오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신 거야.
나는 식탁에 앉아서 남은 고기 냠냠 씹어먹다가
아빠가 나오시길래 무심코 그 쪽을 쳐다봤는데
아빠가 갑자기 비틀거리시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는
그대로 뒤로 쿵 넘어가시더라고.
놀래서 달려갔더니 의식이 없고 호흡은 꺽꺽거리고
심장박동 확인하니 안 느껴지더라고.
곧바로 119에 전화하고 상황을 알리고 주소를 부르려는데
너무 당황하니까 주소가 입에서 안 나오더라고.
그나마 다행인 건 요즘 지역이랑 아파트 이름 말하면 검색이 되니까
일단 그렇게라도 주소를 말씀드리고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어.
(나는 당시엔 못 봤는데 나중에 엄마 말씀으로는
아빠 입술이 새파랬는데 내가 심폐소생술 시작하니까
입술색이 다시 붉게 돌아왔대.)
심폐소생술 하면서 엄마한테 현관문 열어놓으시라고 하고
정신없이 심장압박 하는 중에 드디어 구급대원이 도착하시고
나랑 교대해서 심장압박 들어갔어.
다행히 우리 아빠는 집에서 구급대원이 심장압박하는 중에
심박이 돌아와서 소생된 채로 병원으로 이송되셨고
지금은 갈비뼈가 부러진 것 말고는 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되셨어.
나는 직장에서 매년 심폐소생술을 실습 포함해서 배워왔는데
정말 내 평생 배운 것 중에 가장 잘 배운거다 싶더라고.
그래서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글을 써보아.
앞말이 너무 길었는데 일단 간단하게 말로 먼저 설명하자면
(뒤에 영상 첨부함)
0. 안전 확인
-환자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구조자의 안전도 중요하니까 위험한 상황은 아닌지 먼저 확인해야해. 물론 일반적인 상황의 집 안이라면 패스.
1. 의식 확인
-양쪽 어깨를 두드리면서 큰 소리로 불렀을때 반응이 있는지 확인해야해.
2. 호흡과 맥박 확인
-맥박 확인 어려우면 스마트워치 활용하면 좋아.
3. 119 신고 + 심폐소생술 실시
-호흡이 없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119에 전화를 걸어야해.
이 때 구조자가 두 명 이상이라면 역할을 나누면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단 119에 신고가 우선이야.
다만 119에 신고하면서 스피커폰으로 전환하고
통화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게 제일 좋아.
4. 심폐소생술 방법
-환자는 베개 없이 맨 바닥에 똑바로 누이고
-엉덩이를 펴고 허벅지는 세운 채로 무릎을 꿇고 환자 측면에 위치
-일단 양쪽 젖꼭지 가운데 부분을 압박하는데
(정확하게는 명치 아래 끝으로부터 손가락 세 개를 붙인 위치라고 하는데
특별히 젖꼭지 위치가 남다른 게 아니라면
양쪽 젖꼭지 가운데라고 기억하면 돼)
-손을 포갠채로 깍지를 끼고 손꿈치로 누르는 거야.
-이 때 팔을 쭉 펴고 팔꿈치를 구부리지 않은 채로 체중을 실어서 압박
-가슴이 3~5cm가 들어가게 눌러야해
-인공호흡은 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심장압박을 멈추면 안 돼.☆
5-1. 의식이 돌아온 경우
-만약 심장압박을 하다가 심박과 호흡이 돌아오고 의식이 돌아왔다면
심폐소생술을 멈추고 환자를 옆으로 돌아눕혀줘.
무릎을 구부리게 하고 팔을 바닥쪽으로 쭉 뻗게 하면 됨. (회복자세)
5-2.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
-119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계속 해야 해.
영상으로 자세히 확인해보자.
https://youtu.be/q7J2T6MFA9g?feature=shared
https://youtu.be/s_v-UUyBsSQ?feature=shared
심정지로 쓰러졌을 때 후유증 없이 살아날 수 있는,
다시 말해 뇌 손상 없이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5분이라고 해.
심폐소생술을 쓸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방법이라고 새삼 생각해서
길지만 글 써 보았어.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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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요즘 119에 전화하면 심폐소생술 방법 코치해주고
박자도 맞출 수 있게 띠띠띠 틀어주던데
그래도 내가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좀 더 될 것 같아.
-심폐소생술 실습할 땐 20초만 넘어가도 진짜 힘든데
당장 눈 앞에 아빠가 쓰러져계시니 힘든 줄도 모르겠더라고..
(엄마 자세가 너무 어설프고 엄마 팔이 좀 안 좋으셔서
119센터에서 엄마랑 교대시켰는데 안 되겠어서 그냥 내가 다시 받아서 함)
근데 다음 날 긴장 풀리니까 삭신이 다 쑤심ㅋㅋㅋ
-요즘 아파트에는 관리실에 심장충격기가 있는데
전화해서 가져다 달라고 하면 가져다 주지만
사실 혼자 있을 땐 심폐소생술 하면서 관리실에 연락하기 어려우니까
생으로 심폐소생술만 할 수밖에...;;;
-심폐소생술하면 갈비뼈가 부러질 수밖에 없어.
근데 갈비뼈가 부러져도 해야해.
-119 신고 후 현관문은 미리 활짝 열어두기(꼭)
-마지막으로 119 구급대원님들 진짜 고맙습니다.
평생 감사하며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