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학 준비하던 청년이 골방서 창업
英·美 1위 업체들 잇달아 집어삼킨 ‘공룡
콘텐츠 자막·더빙 시장에서 세계 1위 사업자의 입지를 굳힌 아이유노SDI미디어그룹(이하 아이유노)이 미국 뉴욕 나스닥시장과 영국 런던거래소 중 한 곳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유노는 연내 인수합병(M&A)을 완료해 몸값을 높여 상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대 3조~4조원의 몸값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이유노는 나스닥이나 런던거래소 중 한 곳에 상장하기 위해 본격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다. 관련 업체 한 곳을 인수한 뒤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고 나서 상장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투자사 SBVA, 손정의 투자까지 연결해 줘
아이유노는 전세계 34개국에 67개 지사를 둔 자막 현지화 및 더빙 전문 업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HBO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에 80여개 언어로 자막 및 더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게 자막 및 더빙 업체 중 가장 많은 언어를 다룬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지금은 세계 1위 업체로 우뚝 섰지만, 아이유노가 출발한 곳은 서울의 한 골방이었다.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이현무 대표가 외화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대사를 받아 적고 번역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창업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표는 월급이 밀리자 친구들과 직접 번역 회사를 창업했고, 수기가 아닌 컴퓨터로 영상을 번역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다 10억원의 빚을 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 대표는 싱가포르로 출국해 ‘한류 붐’을 타 일감을 얻기 시작했다. 아이유노의 번역 기술은 넷플릭스 등 ‘OTT 공룡’들로부터 선택을 받았고, 회사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하며 사세를 키워나갔다. 각 나라의 문화적 코드를 학습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의역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인정받았다.
아이유노가 지금까지 투자받은 돈은 30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240억원을 투자한 게 시작이었다. 아이유노는 지금까지도 SBVA에서 가장 ‘아끼는’ 포트폴리오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아이유노는 투자를 받고 거래처를 늘리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았다. 과감한 M&A로 몸집을 키워나갔다. SBVA의 지원하에 2019년 유럽 최대 자막 업체 BTI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듬해엔 미국 최대 업체 SDI까지 삼키며 단숨에 연 매출 6000억원이 넘는 세계 1위 자막·더빙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후 SBVA가 직접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에게 아이유노를 소개했으며, 이로 인해 2021년 비전펀드가 1조원의 기업 가치에 1800억원을 베팅했다. 골방에서 설립된 지 19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된 것이다.
런던거래소, 이미 동종 업체 상장… 추가 M&A 완료해 기업가치 높인다
아이유노는 2022년 초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400억원을 투자받았다. IMM인베는 같은 해 11월 3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신주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구주를 샀다. 단일 포트폴리오사에 1700억원을 투입한 만큼, IMM인베 입장에서도 아이유노의 성공적인 상장이 절실하다.
다만 IMM인베는 2021년 결성된 블라인드펀드 ‘페트라8호’를 통해 투자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시기상 엑시트(투자금 회수) 필요성이 가장 큰 기관은 초기 투자사 SBVA이다.
아이유노는 국내 상장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회사인 만큼, 해외 증시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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