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
20일 뉴스엔과 만난 송하윤은 "정신과 상담, 프로파일러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제작발표회에서 했는데 악역 때문에 힘들어서는 아니었다. 1부를 찍을 때 감정적으로 몰입해 찍으니까 온몸이 막 떨리고 몸살이 나더라. 감정으로 받아들여 마음으로 연기하니까. 이렇게까지 하면 절대 못 살겠더라. 송하윤이 버티지 못할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마음과 감정을 두고 연기하는 편인데 이건 철저히 이성으로 분리해 기술적으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고 심리를 알 수 있어 정신과 의사 분들이나 프로파일러 분들을 만나 이런 아이의 마음 상태를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를 공부했던 것이다. 전 안전했다"고 덧붙였다.
상대역 박민영과 극 중 치열하게 대립하는 연기를 펼쳤지만 현실에서는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듬직한 동료였다. 송하윤은 "많이 친해지지는 않았지만 한 번씩 사랑 고백은 했다. (박)민영이 같은 경우 어쨌든 연기이지만 귀로 대사를 들어야 하는 충격이 크긴 크다. 저도 대사 들으면 온몸과 손이 떨리더라. 공격적인 말을 하고 들었지만 '송하윤은 민영이를 많이 좋아해. 못된 말은 하지만 내 마음은 이거야'라는 문자를 얼굴 안 본 상태로 주고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암묵적으로 서로 현장에서 지키는 부분들이 있었다. 서로 문자로 응원했다. 민영이랑 되게 특이하게 서로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났던 부분이 있었다. 서로 이렇게 마음을 쓰면 연기할 수 없으니까, 이 부분은 일이니까 철저히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불륜 남편 박민환을 연기한 이이경 역시 은퇴설에 휩싸일 만큼 호연을 펼쳤다. 송하윤은 "배우들이랑 진짜 호흡이 다 잘 맞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캐릭터의 인생을 꼼꼼하게 살려고 했던 게 현장에서 진짜 많이 느껴졌다. 다 엄청 열심히 했다. 그래서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워낙 센스가 있는 분이라 현장에서 잘 받아주고 잘 주기도 했던 게 굉장히 좋았던 친구"라고 말했다.
강지원과 정수민, 박민환과 함께 U&K푸드에서 근무한 마케팅1팀 과장 김경욱 역의 배우 김중희는 실제 1984년 생으로 1986년 생 송하윤과 2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송하윤은 "중희 오빠.."라며 웃었다. 이어 "중희 배우님 너무 좋았다. U&K푸드에서 연기를 할 때 저쪽에서 연기해 주시는 분들까지도 다 중희 선배님 연기를 구경했다. 진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건 배우한테 정말 좋은 거다. 그 선배님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송하윤은 "선배님이 연기할 때 멀리서 봤는데 저기 있는 막내 스태프 분들까지 다 구경을 했다. '진짜 엄청난 능력을 가지신 분이구나', '배우로서 엄청난 매력을 가지신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부러웠다. 저랑 두 살 차이밖에 안 난다는 사실이 SNS에서 화제 된 걸 보셨나 보더라. 종방연 때 '이렇게는 안 된다'며 (머리를) 덮고 예쁘게 꾸미고 오셨더라"고 덧붙였다.
액션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몸싸움신 등 격하게 몸을 쓰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송하윤은 "감독님도 그렇고 제작진 분들이 어마어마하게 보호해 주시는 상태로 찍었다.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빠졌다. 전혀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너무 안전하게 잘 준비해 주셨다. 마음은 본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와 힘듦도 다 수민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다 풀릴까 봐 오히려 걱정했던 것 같다. 예능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조차 안 하고 계속 스트레스를 축적해 이걸 이용해 수민이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최대한 진심이 보이게"고 회상했다.
송하윤은 "근데 전 너무 건강하다. 수민이 연기하며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 좋았다. 근데 수민이가 가진 스트레스, 압박감이 컸고 제 몸을 빌렸으니까 이거에 대한 후유증이 있는 거지 송하윤은 너무 건강하고 배우로서 수민이 덕분에 얻은 것이 너무 많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연기의 폭과 저의 도전, 용기의 폭과 마음이 너무 넓어져 성격도 너무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이 드러내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성격이었던 것 같은데 수민이로 살아 보니까 후회해도 도전해 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다시 악역에 도전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있다. 전 모든 역할에 다 열려 있다. 수민이는 작년에 제가 표현할 수 있었던 악이었던 거고 또 다른 악들은 미래의 제가 연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의 자세에도 변화가 생겼다. 송하윤은 "변화가 완벽하게 있을 것 같다. 일단 수민이로 살아 보니까 진짜 겁이 없어졌다. 진짜 많이 단순해졌다. 그전에는 많은 생각과 압박으로 연기했다면 수민이 덕분에 단순함을 경험했다. 저도 궁금하다. 앞으로 어떻게 연기하게 될지"라고 밝혔다.
그간 잘해낸 일뿐 아니라 실수에 대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송하윤은 "전 연기자 생활하며 우울증에 걸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약을 먹은 적도 없고 진짜 건강하게 잘 지내왔다"고 회상했다.
정수민을 잘 연기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했던 과거 사진들도 삭제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는 그가 김별 시절 출연한 석류 음료 광고, '쌈 마이웨이' 속 인생 연기 등이 회자됐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들을 인지하고 있냐는 질문에 "너무 기쁘다. 그때도 다 열심히 살았다. 수민이로서 열심히 살았듯이 그 캐릭터로 살 때 제 인생 살듯이 정말 열심히 살아주고 싶다. 제가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 이때뿐이니까. 과거의 모습 다시 봐주시는 것이 너무 기쁘다. 그 캐릭터들에게도 감사하고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1년간 거쳐 온 캐릭터들 중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매번 그냥 오늘 연기하는 캐릭터가 가장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어쨌든 그때의 누군가가 쌓여 오늘의 수민이가 있는 거니까. 설희가 없었으면 지금의 수민이가 수민이가 아니었을 것 같다. 거의 항상 매번 그때의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정수민은 배우 송하윤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 송하윤은 "'너 서른여덟 살에 뭐 했어?'라고 묻는다면 '나 정수민 연기했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정수민을 품은 송하윤이 저도 기대된다. 자만 이런 게 아니라 또 어떤 감정이 나오게 될지. 그래서 다음 작품이 너무 신난다. 또 다른 감정으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끝으로 정수민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냐는 질문에는 "이건 캐릭터랑 상관없이 송하윤으로서 살아 봤으니까. 그냥 '수고했다'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며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뉴스엔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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