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쳤어요. 인간 박민영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은 그런 선택을 했기에, 그 시간을 후회하며 지냈죠.”
배우 박민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꼿꼿했던 상체와 다부진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몇 번이고 메마른 기침을 했다.
박민영은 남부러울 것 없는 톱스타였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으로 화려하게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무명시기를 겪은 적이 없었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연기와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뽐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22년,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의 전 연인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숨은 주인이었고 각종 횡령 및 사기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중의 시선은 자연스레 박민영에게 쏠렸다.
휴대폰 판매업자에서 금융업계 대부로 신분상승한 재력가와 미모의 여배우의 교제는 호사가들의 안줏거리였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말로 형언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었다. 대중은 그가 전 연인과 함께 부정한 부를 축적한 것 마냥 손가락질했다.
미혼남녀의 사랑은 죄가 아님에도 저체온증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정신과에서 뇌파 검사를 받으면 ‘죄책감’에 빨간 위험신호가 점등되곤 했다.
“벌써 2년 전 일이네요. 인생의 큰 시련을 맛봤어요. 제 실수를 인정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어요. 인정하고 나니 모든 게 선명해졌어요. 아직도 그 시간은 제게 아물지 않은 상처지만 더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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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민영은 삶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그는 “얼마 전 내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 과거에는 일만 했지만 이제 다른 행복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진짜 행복이 뭔지,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인생이 의미있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죠. 제가 어떤 메시지를 드릴 수 있는 위치가 돼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어요. 한동안 연기에 대한 열정이 메말랐는데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죠. 해외 오디션도 최대한 많이 보고, 로맨스없는 드라마에서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인간 박민영의 삶에는, 새로운 로맨스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제 2회차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