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이하 서울 분양 비율 63%까지 치솟아
주원인은 가격…84㎡ 평균 11억 넘어 ‘부담’
1~2인가구 증가에 설계 기술 진화도 한몫
서울 일부 국한된 인기…‘뉴노멀’ 지켜봐야
“이젠 59㎡가 새 ‘국민평형’이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택정책의 기준이 되는 ‘국민평형(국민주택 규모)’이 전용면적 84㎡에서 59㎡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적어도 서울 지역에 한해 이 말은 ‘사실’일 수 있다.
16일 경향신문이 부동산R114를 통해 확인한 ‘서울 분양단지의 전용면적별 비중’에 따르면,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공급 비중은 2022년을 기점으로 60~85㎡ 이하, 85㎡ 초과 대형 아파트를 역전했다. 60㎡ 이하 소형 아파트 비중은 2021년 40%에서 2022년 52%, 2023년 63%까지 치솟았다.
경쟁률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2년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 대 1로 60~85㎡ 이하 평형(6.7 대 1)과 85㎡ 초과 평형 경쟁률(6.7 대 1)을 추월했다. 직전 해인 2021년 85㎡ 초과 평형의 청약률이 56.2 대 1로 매우 높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수치다. 이 같은 소형 아파트의 인기를 두고 1·2인 가구 증가, 설계 기술 진화 등 여러 요인이 꼽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가격’이다. 서울 신축 아파트 전용면적 84㎡ 평균 분양가가 11억6000만원을 넘어선 상황(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은 소형평형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대세 된 59㎡, 시작점엔 ‘발코니 확장 허용’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가 주택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게 된 계기를 2006년 발코니 확장 합법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발코니 면적을 바닥면적 산입에서 제외하는 ‘서비스면적’으로 인정하면서, 거실·방·주방 등 실내 주거공간으로 전용하는 것이 공식 허용된 것이다. 발코니를 바닥면적에서 제외하게 되면, 그만큼 실사용면적이 넓어지는 효과가 난다. 이 때문에 대부분 건설사들은 애초 설계 단계에서부터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평면을 그린다. 발코니 확장 옵션은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용면적 59㎡의 발코니 크기는 17~18㎡ 정도라고 한다. 이를 확장하면 실사용면적은 76~77㎡ 안팎까지 늘릴 수 있다. 발코니를 2면 또는 3면에 설치하면 실사용면적은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59㎡라도 평면을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실사용면적은 천차만별이 된다. 건설사들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소형 아파트의 실사용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설계 경쟁에 나섰다. 특히 이 같은 설계 경쟁은 ‘베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렴되어왔다. 베이는 발코니와 맞닿은 공간 개수를 말하는데, 베이가 많을수록 확장할 수 있는 발코니 면적이 늘어나게 된다. 2010년을 전후해 3·4베이 구조가 등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용면적 59㎡는 3베이, 전용 84㎡는 4베이 공식이 일반화됐다. 2015년 무렵부터는 전용면적 59㎡에도 84㎡에만 도입됐던 ‘판상형 4베이 구조’가 적용된 단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 49㎡ 아파트에도 ‘방3 화장실2’ 등장
최근엔 59㎡보다 더 작은 전용면적에서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방 3개 화장실 2개’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 59㎡ 미만 초소형 아파트에는 방 2개 이상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그동안의 인식이 깨진 것이다. GS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전용면적 49㎡는 방 3개, 화장실 2개가 포함된 구조로 화제가 됐다. 과천그랑자이(과천주공4단지) 전용면적 49㎡의 경우 4베이 구조에 방 3개, 화장실까지 2개를 넣은 평면이 구성됐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이문1구역 재개발)도 전용면적 55㎡에 방 3개, 거실, 욕실 2개 구조를 갖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혼희망타운은 2018년부터 방 2개에 가변형 벽체를 사용한 알파룸, 욕실 2개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설계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거실은 물론 각 방의 크기는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방 크기가 줄어들더라도 각각의 공간 구분을 확실하게 하고 개인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1·2인 가구가 실거주하기에는 충분한 면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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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형평형 인기는 투자 가치가 있는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있다. 경기와 인천에서는 여전히 59㎡ 이하 보다 84㎡ 이상 아파트의 공급 비중이 더 높다. 코로나19로 홈트레이닝이나 홈파티 등의 욕구가 커지면서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 김하나 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는 “59㎡ 이하에선 방이 늘어나도 각각의 크기는 줄어들면서 붙박이장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수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설계에 대한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시장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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