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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이·우크라에 눈 쏠린 사이… 외면 받는 아프리카 빈곤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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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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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벌 간 내전이 한창인 아프리카 수단과 차드 국경에 있는 난민촌 ‘메체’의 피란민들은 꼭두새벽부터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 지긋지긋한 내전을 피해 도망쳐온 이들은 또 다른 전쟁과 마주하고 있다. 만성적인 식수 부족, 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추운 밤, 지독한 전염병과의 싸움이다. 이들에게 구호단체의 손길이 닿고는 있지만 지하수 시추공을 뚫을 자금 여력은 없다. 지난해 4월 수단에서 내전이 발생한 뒤 50만명의 난민이 차드로 건너오면서 생겨난 수십개의 난민촌은 열악한 환경과 식량 부족 등으로 한계상황에 처했다. 지난한 생존 투쟁은 예멘, 남수단, 시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아이티, 모잠비크, 라이베리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와 중동·중남미의 분쟁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은 국제 구호단체의 지원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구호단체 자금 고갈 심각


 

유엔은 지난해 구호사업 예산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567억 달러(74조7800억원)를 편성했지만 모금 실적은 목표액의 35%에 그쳤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평균적으로 목표액의 58%가 걷혔던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으로 급감한 수치다. 구호사업 관련 모금액과 이월금, 사업수익 등을 합한 자금 총액도 2022년 300억 달러에서 지난해 210억 달러로 줄었다. 총액 자체가 감소한 것은 유엔 출범 이후 처음이다. 기부의 핵심축인 서방 국가들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로 시선을 돌리면서 이들 지역으로 긴급자금이 쏠린 점,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구호 수요가 폭증한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 R) 최고대표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난민포럼에 참석해 “올해(2023년) 4억 달러(약 5300억원)가량의 재정 적자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재정 적자는 수년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며 내년(2024년) 상황 역시 큰 우려를 갖고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란디 대표는 “인도적 활동을 벌이는 많은 단체가 자금 조달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올해 구호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대폭 줄여 464억 달러(61조2000억원)로 잡았다.
 

 

수많은 구호단체는 자금 고갈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아이티와 예멘, 수단 등 아프리카·중동·중남미의 수백만명에게 제공되는 식량 배급량을 삭감했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최근 발간한 ‘세계 위기국 보고서’에서 “2024년은 기록적인 수준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2억3780만명이 식량 불안을 겪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68%에 달하는 1억6280만명은 아프리카 분쟁 지역이나 빈곤국에 살고 있으며, 12만8000명은 유엔의 안보 단계 분류(IPC)에서 ‘재앙적 수준’을 뜻하는 3단계 이상에 속한다.

빈곤국들이 마주한 인도주의적 위기는 이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서방 선진국의 공통된 골칫거리인 불법 이주민 문제도 악화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아프리카인 수는 5만8462명으로 2022년 1만3406명에서 4배 이상 급증했다. 국가별로 보면 모리타니가 1만5263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네갈이 1만3526명, 앙골라와 기니가 각각 4000명 이상으로 뒤를 이었다. NYT는 “아프리카 54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들을 당국은 그동안 ‘기타’로 분류했지만 최근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명확히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구호 모델 마련해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국제 인도주의적 지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3세계 빈곤국이나 분쟁국에 전달되는 인도주의적 지원은 소수 서방 국가의 자발적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2022년 인도주의적 지원 모금 총액의 64%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차지했다.

유엔 평화유지군 운영을 위한 분담금 모델과 유사하게 각국에 인도주의적 지원 분담금을 배정하는 방안이 구체적인 아이디어로 거론된다. 선진국들의 지원 규모를 명시적으로 정해놓자는 것이다. 미 존스홉킨스대 인도주의보건센터 폴 슈피겔 소장은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이 줄어들려면 글로벌 거버넌스 구조와 재정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년 메시지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심해지는 빈곤과 굶주림에 짓눌리고 있다. 곳곳에서 전쟁이 터졌고 그 잔인함이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유엔은 주도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돼 있어 저개발국 빈곤 타파와 새로운 인도주의적 지원 시스템 마련 등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상태로 평가된다. 유엔의 구호사업 모금 실적이 부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영국 싱크탱크 해외개발연구소의 소르차 오클라한은 “WFP 같은 국제 구호단체가 자금이 고갈될 때까지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은 한계에 달했다”면서 “새로운 국제 구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관이 유엔 대신 ‘초지역적 행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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