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인지 능력이 낮다는 이유로 학대 정당화될 수 없어”
‘학급당 학생 수 축소·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 개선 촉구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에 대해 사건의 본질인 장애학생에 대한 정서적 학대나 사과는 없이 녹음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학급당 학생 수 축소, 통합학급에 행동 지원 전담 협력 지원 교사 배치, 교육시스템 개혁을 위한 교육부 긴급 대책 수립 등 교육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웹툰작가 주호민 씨는 자신의 발달장애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고소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대해 교사들의 교권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져 특수교사에게 무리한 고소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고소에 대한 판결은 지난 1일 나왔다. 수원지방법원(형사9단독)은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A씨에 대한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2일 성명서를 통해 “이 판결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해 아동의 인지 및 표현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학대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잘못된 논리를 정확히 판결한 결과”라며 “학대는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절대 용납될 수 없으며 피해자의 인지 능력이 낮다는 이유로 학대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피해자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 능력과 표현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져 아동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고 피해자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으로선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이나 방어 능력, 표현력이 있는 여러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교실이 아닌 장애가 있는 소수의 학생만 있고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은 교실에서 있었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 정당행위 요건을 모두 구비해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된다’라며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
또한 재판 진행 중 전문심리위원은 ‘피해자는 피고인의 언어적, 비언어적 행위에 대한 어휘나 표현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여지며 피고인의 이 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변화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부모연대는 “인지능력이 낮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학대가 아니라는 것은 잘못된 의견이며 명백한 장애인 차별 발언”이라며 “요양보호사가 중증 치매 어르신에게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고 욕을 했는데 이해하지 못한다고 폭력이나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본질인 ‘정서적 학대’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녹음’ 행위만 이야기하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부모연대는 “녹음 행위 자체보다는 녹음이 필요했던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교육시스템의 실패를 반영한다. 장애 학생의 교육권과 학습권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으며 이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장애학생을 위해 모인 특수교육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고 장애학생의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학생을 보호하거나 빼앗긴 학습권에 대한 부분은 아무도 짚지 않고 갈라치기만 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 이러한 실수를 반성하고 법원이 아닌 부모에게 본인의 실수를 사과했으면 좋았겠지만, 법의 판단을 받게 돼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안타깝다”며 결국 교사도 부족한 시스템과 한정된 자원과 예산으로 인한 독박 교실 교육시스템의 결과다. 교사 또한 우리 사회의 장애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사람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들은 ▲학급당 학생 수 축소 ▲통합학급에 행동 지원 전담 협력 지원 교사 배치 ▲교육시스템 개혁을 위한 교육부 긴급 대책 수립 ▲장애아동 학대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교사 및 학부모 단체와의 지속적 논의를 통한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의 구체적인 기준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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