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하면 후쿠오카나 벳푸, 나가사키 정도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사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 '사가'가 있다. 현해탄, 아리아케 해와 인접해 있어 싱싱하고 맛있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고, 깨끗한 물이 흘러 사케와 차(茶)가 맛있다. 어디 이뿐인가, 한반도 역사와 관계가 깊은 곳들과 일본 여행의 정수, 고급 료칸에 바다, 하늘, 나무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자연 경관은 덤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담스럽게 담긴 '과일 바구니' 같은 곳이 바로 ‘사가’이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사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사가의 우레시노는 온천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 바로 ‘녹차’다. 우레시노에서는 500년이란 역사를 가진 우레시노의 차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티투어리즘(Tea tourism)’을 진행하고 있다. 티투어리즘은 ‘한 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 우레시노를 찾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으로 마치 ‘공중 녹차 정원’ 같은 곳에 평상을 펼쳐 두고 진행한다.
필자가 체험해 본 티투어리즘에서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히젠 요시다야키(도자기)로 만든 다기와 세 종류의 차와 두 종류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이날은 날씨가 너무 좋아 선명한 초록과 하늘빛의 대비가 차 맛을 더욱 좋게 하는 듯했다.
1. 오쿠유타카(おくゆたか)
녹차 전체에서 야부키타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70% 이상인데, 오쿠유타카 품종은 많이 보급되지 않은 희소성 있는 품종이라고 한다. 물의 온도를 60~70도까지 떨어뜨려서 떫은맛은 없애고, 찻잎을 쪄서 만들어 오쿠유타카 품종이 가진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이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2. 아오호지차(青ほうじ茶)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갈색빛을 띈 호지차가 아니다. 푸르다는 뜻을 가진 단어 ‘아오’가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초록빛을 띈 호지차다. 앞서 마신 오쿠유타카보다는 깊고 일반 호지차보다는 깔끔하고 산뜻한 맛이 특징이다. 특히 ‘티투어리즘’ 만을 위해서 특별하게 만들어진 차이기 때문에 이 체험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
아오호지차와 함께 곁들여 나온 디저트는 술찌끼로 만든 쇼콜라 케이크였다. 고소하면서도 살짝 떫은 맛이 느껴지는 아오호지차와 달콤함으로 시작해 코와 입 끝에 스치듯 사라지는 술찌끼의 향이 차 맛을 돋운다.
3. 레몬그라스 녹차(レモングラス緑茶)
마츠다 지로 씨가 운영하는 차야지로(CHAYA JIRO)의 블렌딩 차로 녹차에 레몬그라스 향을 가미했다. 향을 가미한 차이기 때문에 차의 향긋함을 머금을 수 있는 와인글라스와 같은 찻잔에 내어준다. 이와 함께 나온 과자는 ‘안데샌드’라고 하는 과자다. 역시 이 티투어리즘을 위해 개발된 디저트로 짭조름한 비스킷 안에 단맛이 나는 팥앙금을 넣어 ‘단짠’의 정석을 보여준다. 안데샌드 한 입을 먹고 난 뒤 이 차를 마시면 입안에는 향긋함과 깔끔함만이 남는다.
산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마치, 공중 녹차 정원 같은 곳에서 최상의 차를 맛보고 나면 몸과 마음의 긴장과 불안이 사라지는 듯하다.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 티투어리즘은 체험 장소 이동 시간까지 포함하여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그때그때 맛볼 수 있는 차의 종류도 다르며, 특히 야외에서 진행하는 체험인 만큼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는 실내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제안을 하고 있다고 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117/0003803160?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