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속 문장들 https://theqoo.net/square/3072049023
📚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속 문장들 https://theqoo.net/square/307270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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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제외하면 노인의 것은 하나같이 노쇠해 있었다. 오직 두 눈만은 바다와 똑같은 빛깔을 띠었으며 기운차고 지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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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구나.” 노인이 말했다. 그는 너무 단순한 사람이어서 자신이 언제 겸손함을 배웠는지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겸손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참다운 자부심이 덜해지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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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자명종인 거지. 한데 늙은이는 왜 그렇게 일찍 잠에서 깨는 걸까? 하루를 좀 더 길게 보내고 싶어서일까?” 노인이 대꾸했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알고 있는 건, 나이 어린 애들은 늦도록 곤하게 잠을 잔다는 것뿐이에요.” 소년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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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이렇게 잔혹할 수도 있는데 왜 제비갈매기처럼 연약하고 가냘픈 새를 만들어 냈을까? 바다는 다정스럽고 아름답긴 하지. 하지만 몹시 잔인해질 수도 있는 데다 갑자기 그렇게 되기도 해. 가냘프고 구슬픈 소리로 울며 날아가다가 수면에 주둥이를 처박고 먹이를 찾는 저 새들은 바다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연약하게 만들어졌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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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가 알겠어?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올는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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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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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늙은이, 너무 생각하지 말게. 이대로 곧장 배를 몰다가 불운이 닥치면 그때 맞서 싸우시지.”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난 생각을 해야 해,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는 일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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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더구나 그건 죄악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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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형태로든 다른 것들을 죽이고 있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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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 일이 꿈이었더라면 좋았을걸. 또 이 고기를 잡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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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상어 놈들이 다시 공격해 오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놈들과 싸우는 거지.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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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조금 사고 싶군.” 그가 말했다.
하지만 뭣으로 사지? 그는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잃어버린 작살과 부러진 칼과 부상당한 이 손으로 그걸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넌 바다에서 보낸 여든 날하고도 나흘로 그것을 사려고 했어. 상대방도 네게 그걸 거의 팔아 줄 듯했잖아.” 그가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행운의 여신이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법인데 누가 그것을 알아본단 말인가? 어쨌든 어떤 모습의 행운이라도 얼마쯤 손에 넣고 그것이 요구하는 대로 값을 치를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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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내 친구거든. 침대 말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침대란 참 좋은 물건이지. 녹초가 되었을 때 그렇게도 편안하게 해 주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침대가 얼마나 편안한 물건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지. 한데 너를 이토록 녹초가 되게 만든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하고 그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