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섬 동남쪽에 원주민들이 '마타카오'라고 부르는 곳이 있었어

 

그 사람들 말로는 대나무 숲이란 뜻인데, 대나무가 많이 있었나봐

 

식민화가 시작되고 중국 남부에서 사람들이 이주해오면서 여길 '打狗(타구)'라고 이름붙였어

 

지금 북경어로는 '다.거우', 광동어로는 '다.가우', 민남어(대만 현지어)로는 '다.가오'로 발음되니까 원주민 말 '마타카오'에서 따온 음차인 거지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대만이 일본에 할양되면서 '개를 때린다'는 한자말이 맘에 안들었는지, 일본은 여기를 高雄으로 바꿨는데,

 

高雄을 일본어 훈독하면 타카(高) 오(雄)가 됨 그러니까 일제시대때도 여길 '타카.오'라고 불렀다는 거

 

일제 패망 후 국민당이 들어와 일제시대 만들어진 행정체계를 물려받았어

 

지명도 일제가 붙인 한자 그대로 가져와서 高雄으로 정해졌는데 이게 북경어 발음으로 '가오슝'

 

대만에서 세 번째로 큰 남부의 항구도시야

 

그러니까 마타카오와 가오슝은 전혀 다른 발음이지만 어원을 따라가다보면 이어져있다는 얘기지

 

대만 얘기 나오면 늘 먼저 떠오르는 게 가오슝 이름의 유래인데,

 

원주민, 중국 남부 한인들의 식민, 일제통치, 중국 북부 기반인 국민당 통치라는 대만 역사를 잘 설명하고 있거든

 

 

 

우선 대만 원주민들

 

이 사람들은 남방 말레이계라서 중국 한인과 다른 민족이고, 한인보다 먼저 건너가서 살았다는 얘기야

 

하지만 한인들의 식민화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해안에서 쫓겨나 산으로 밀려났어

 

결국 지금은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적은 수만 살고 있고 그때 중국이 붙인 이름이 고산족

 

중국 남부에서 이주해온 한인들이 섬을 차지하면서 계속 축소되었고 차별받다가,

 

일제통치때는 일본의 갈라치기로 더 차별받았음

 

이때 배경의 영화가 우서사건을 소재로 하는 '시디그 발레'

 

그 결과, 대만 인구 중 2퍼센트가 안 됨

 

하지만 국민당이 들어오면서 역차별정책으로 특혜를 받게 되었어

 

일본에 우호적인 기존 한인들을 박해하고 반대로 원주민들은 우대한 거지

 

덕분에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늘 친국민당

 

 

(녹색이 민진당, 파란색이 국민당)

 

 

 

 

 

그다음엔 본성인들

 

대만에 처음 진출한 외세는 의외로 포르투갈이고 '포르모사'라는 이름도 붙였어

 

그 다음엔 네덜란드였고, 명나라 부흥운동의 기둥이었던 정성공이 네덜란드를 몰아내고 식민화를 하면서 중화문명권에 들어간 거지

 

그때쯤, 그러니까 명말청초 즈음해서 대만 섬으로 건너간 한인들을 본성인이라고 함

 

지금 대만 인구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세력이지

 

자기들 스스로는 중화문명권이라고 인정은 해

 

하지만 현재의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에는 동의하지 않아

 

왜냐면, 옛날 조상이 한때 명나라 사람이었겠지만 제대로 된 국가정체성이 없었거든

 

청나라에 지배당하고 일본에 지배당하고 그다음엔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 정권에게 지배당한 게 역사의 전부라,

 

본성인 입장에선 이들 모두가 그냥 외세인 거야

 

쓰는 말도 다른 게, 이들은 민남어를 쓰거든, 국민당은 북경어를 썼고

 

북경과 한참 떨어진 남쪽 섬에서 묘하게 북경어를 쓰는 이유가 그래서야

 

국민당 들어와서 북경어를 공식어로 정하고 가르친 거지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에 속한 한 지역이라지만 본성인 입장에선 말도 안통하는 외세야

 

게다가 국민당 들어와서는 친일적(?)인 다수의 본성인들을 다스리기 위해 억압적으로 대함

 

결국 228 사건으로 크게 학살이 일어났고 그때 시작한 계엄령이 거진 40년 가까이 지나서야 해제돼

 

228 사건을 다룬 영화가 유명한 '비정성시'

 

 

본성인 입장에서 국민당은 광주가 보는 전두환, 제주가 보는 이승만 같은 거

 

본성인이 겪은 세 부류의 외세 중에서 가장 가까웠고 끔찍했던 게 국민당 통치기였기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일본 통치기가 나았다고 보는 거야

 

대만의 친일분위기는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와는 아주 다름

 

우리는 있는 나라를 빼앗겼고 부를 수탈당하고 강제로 민족말살을 강요당했지만,

 

대만은 나라가 없었고, 중국기준 가장 변방 후진지역에 근대화를 시켜준 게 일본이라는 거지

 

우리와 달리 총독도 문관을 보냈고, 일본의 첫 식민지라서 대외선전용으로 잘 대해준 거임

 

이렇게 50년이 지나니 사람들은 일본에 익숙해졌고 일본말도 쓰고 그랬는데,

 

일본과 죽자고 싸웠던 국민당이 들어와서 보니 얼마나 빡치겠냐고, 죄다 친일파들인 거야

 

 

어쨌든 이런 본성인들은 중국의 바램과는 달리 대만인이라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대만 독립, 즉 대만공화국을 꿈꾸고 있음

 

가상의 국가 대만공화국 국기야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대만 독립을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지는 않아

 

중국이 무서우니까

 

 

 

 

 

그다음엔 외성인들

 

일본이 패망하면서 국민당이 행정부 인수하러 들어왔고,

 

이어서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개석과 일당들이 문화재 싸들고 건너왔음

 

이때 들어온 한인들이 외성인으로 현재 인구의 20퍼센트를 넘지 않아

 

쪽수로는 아주 소수인데 총칼과 권력을 쥔 지배자들이지

 

게다가 공산당과 싸운 군인들임, 그리고 여기서 밀리면 갈 데도 없음

 

그러니 다수의 친일파 본성인들을 강압통치했던 거야, 뒤집히면 끝장이니까

 

 

중국의 정치체제가 일당독재인 게, 뭐 그 시대 공산주의 국가들이 다 그랬지만,

 

당이 먼저 생기고 당을 호위하는 군대가 생기고, 그 다음에 나라가 만들어졌거든

 

그래서 당 총서기, 군사위원회 주석, 국가 주석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권력의 핵이지

 

이런 개념은 중화민국도 비슷한 게 국민당의 전신이 신해혁명을 통해 중화민국을 건국했거든

 

그래서 중화민국 국기 안에 국민당기가 들어가있음

 

 

(국민당기)

 

 

(중화민국 국기)

 

우리나라로 치면, 태극기 한귀퉁이에 자유당기가 들어가있는 건데,

 

민주당에서 보면 기분 더럽겠지

 

대만의 민진당도 비슷한 감정일 거야

 

 

지금이야 대만만 통치하고 있지만 원래의 중화민국은 중국 전역을 통치했거든

 

그때 각 지역의 인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뽑아서 그걸로 정부도 구성하고 헌법도 만들고 그랬음

 

근데 국공내전에서 패하면서 대만으로 쫓겨왔어

 

그 다음부터는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거지, 대만 말고는 유권자가 사라졌으니까

 

여기서 기가 막힌 독재의 논리가 시작되는데,

 

대륙을 수복해서 다시 선거를 치르기 전까지, 기존에 뽑혔던 의원들의 임기를 무기한 연장시킴

 

이 사람들 종신제 의원이 된 거야, 전부 국민당이고

 

뭐 당시엔 정당의 자유도 없으니 국민당밖엔 없지만......

 

국회의원들은 장개석 일파가 종신제로 해먹고 대만 전역은 계엄령이고,

 

그냥 독재국가였음

 

중간에 몇몇 사람이 잠깐 끼긴 했지만 장개석이 25년, 아들 장경국이 10년을 통치했어

 

북한의 세습왕조 스타일이지

 

 

그러다가 왜그런지 몰라도 장경국이 후계자로 이등휘를 선택한 거야

 

외성인이 해먹어야 마땅할 중화민국 총통직을,

 

본성인 출신이, 게다가 한때 일본군인이었던 사람이 국민당에 가입하더니 결국 총통까지 올라간 거지

 

대만의 민주화가 이 사람 덕택에 이루어짐

 

제대로 선거도 할 수 없었던 시절, 게다가 야당은 당도 못만들어서 당외(우리식으로 하면 무소속)로 출마함

 

그걸 이 사람이 다 뒤집어버림

 

우리로 따지면 국회의원 선거도 총선거로 바꿨고(국회의원을 직접 뽑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

 

지자체장 선거에 총통선거도 직선제로 바꿨어

 

드디어 대만도 우리처럼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된 거야

 

첫 번째 총통 직선에서 중국이 무력으로 협박했지만 과반수로 당선됨

 

국민당은 이등휘때문에 분열하고, 이등휘는 열심히 불 지피고

 

결국 2대 총통 선거에선 그분 덕택에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최초의 정권교체가 일어나

 

이 총통 때문에 국민당 후보가 둘로 갈라져 독자출마했고 민진당 천수이벤이 어부지리로 당선!

 

 

중국 쪽에선 이등휘나 민진당 사람들을 좋아할 수 없는 게, 대만 독립적인 성향이기 때문이지

 

국민당은 공산당과 싸웠지만 그래도 하나의 중국이라는 입장이거든

 

서로 자기가 정통성 있다고 우기지만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엔 똑같이 동의해

 

그래서 대만이 친일이냐 친중이냐 판단할 때는 대만 전체를 뭉뚱그려서 일반화시킬 수 없음

 

본성인들은 대개 친일성향이고 자기 정체성이 강하고 독립지향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자제하고 있고,

 

외성인들은 일본 무지 싫어하고, 중국은 하나라는 입장이며, 대륙의 공산당 정권과 우호관계가 되는 거지

 

중국은 밖에서 열심히 국민당이 정권 잡기를 바라고 있고, 경제교류 등을 통해서 대만 경제를 잠식하고 있어

 

대만 독립 비스무리한 것만 보여도 막으려 들고 자본이 잠식된 방송국에도 압력 들어가고...

 

국제적으로는 1국가 원칙을 지지받아서 대만을 고립시키고 있으니까 나라 대접도 못받고,

 

국제경기 할 때는 중화민국이라는 이름도 못쓰고 '차이니즈 타이페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참가함

 

 

(국제대회에서 국기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대신 드는 대만 올림픽위원회 깃발)

 

이렇게 중국은 중화민국이라는 이름도 거부함

 

"중국 관점에선" 중화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선포하면서 사라진 나라니까

 

대만의 중화민국은 이름을 참칭하고 있는 반란군이 점령한 지역일뿐

 

그러니, 대만공화국이란 이름은 중국 보기에 진짜 빡치는 거지

 

원래 외세가 들어와 장난치지 않았으면 고스란히 중국 안에 있어야 할 지역들(홍콩 마카오 대만)이니까,

 

일본과 국민당 잔당들때문에 이상하게 되어버린 지네 땅으로 생각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