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초등학교에서 신도시 출신 학생끼리 뭉쳐 원도심에 사는 같은 반 친구를 겨냥해 “네가 사는 동네는 후졌다”는 등 정서적 괴롭힘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인천 한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학생 A(12)군은 지난달 21일 “같은 반 친구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학교 측에 신고했다.
A군 부모는 “아이가 작년 1학기부터 같은 반 친구들 5명한테 '급식(식판) 치워라', '물 떠와라', '체육복 가져와라'는 등 각종 심부름을 강요받아왔다”며 “이 모습을 목격한 한 친구가 우리 아이에게 '급식 셔틀이냐'고 묻기까지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급식 셔틀은 학교에서 힘이 약한 학생이 힘이 센 학생 강압에 못 이겨 급식을 대신 받아다 주는 것을 의미한다.
A군의 설명에 따르면 송도와 청라 등 인천 신도시에 사는 같은 반 학생 5명은 A군을 포함해 1위부터 6위까지 서열을 매겼는데, 유일하게 원도심에 사는 A군이 꼴찌였다.
A군은 또 각종 심부름을 했을 뿐 아니라 가정환경과 거주 지역을 비하하는 조롱도 받았다고 토로했다.
A군 부모는 “지난해부터 아이가 '이사 가자', '차 바꾸자'고 조르길래 속상했다”며 “알고 보니 친구들로부터 '후진 동네에 산다', '너희 아빠 차는 똥차' 등 놀림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아이가 싫은 내색을 하거나 거부하면 '연 끊자', '절교하자'고 협박을 했다고 한다”며 “이 일로 아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가해 학생 부모들은 '장난이었다'며 변명하는 데만 급급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인천일보가 입수한 지난달 15일자 학교 알림장을 보면 ▲친구끼리 서열을 정해서 심부름을 시키거나 괴롭히지 맙시다 ▲다른 친구들이 보란 듯이 사는 지역끼리 그룹을 만드는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맙시다 등 A군이 주장하는 피해와 관련된 내용이 안내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에 충족하는지 등을 심의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해 인천시교육청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한 학생 학부모는 “기사가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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