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종목을 담은 성장주 펀드와 미국 펀드가 올해 연금펀드 수익률 상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연금펀드 중에선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가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중앙일보 머니랩 연금연구소가 한국펀드평가와 함께 연초부터 지난 11일까지 국내 개인저축과 연금저축,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다.
연금펀드 중 올해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였다. KB자산운용이 메타버스(Metaverse) 열풍이 전 산업 영역으로 번져가던 2021년 6월 선보인 신생 펀드다. 지난해 12월 이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37%까지 떨어졌다. 메타버스 열풍이 급격히 꺼지면서다. 하지만 올해는 53.6%의 수익률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도 최근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 펀드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브로드컴·메타·엔비디아를 각각 6~7%씩 보유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애플 52.5%, MS 53%, 브로드컴 98.9%, 메타 175%, 엔비디아 229%다. 이 펀드를 책임지고 있는 차동호 KB자산운용 ETF본부장 “메타버스의 부진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했는데 인공지능(AI)의 가파른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며 “MS와 엔비디아가 중심 역할을 한 두 축이라고 판단해 비중을 높인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 본부장은 “메타버스의 성장을 확신하고 만든 펀드인 만큼 내년엔 좀 더 적극적인 운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KB자산운용은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 외에도 ‘KB스타미국나스닥100인덱스’와 ‘KB미국대표성장주’까지 3개의 펀드가 수익률 상위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성장주(기술주) 펀드는 예상 밖의 강세를 보였다. 수익률 TOP20(클래스 순자산 1000억원 이상 펀드 기준) 대부분이 성장주 펀드였다. 통상 금리가 높은 시기엔 성장주가 탄력을 받기 힘들다. 기업의 미래가치는 할인율(시장금리)에 따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데, 금리가 상승하면 반대로 기업의 몸값이 떨어진다. 저금리 환경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던 자금이 주식시장 이외의 영역(대표적으로 예금이나 채권)으로 흘러가는 것도 문제다. 증시의 유동성 환경이 나빠지면 성장주가 더 큰 타격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5.25~5.5%까지 끌어올렸음에도 성장주는 반전의 성적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상승하는 중에도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의 불씨가 살아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더 나빠질 건 없다’는 소위 ‘바닥론’에 힘이 실렸다고 분석한다.
기술주의 반등 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건 엔비디아의 질주다. 최근 3년간 주가가 4배로 뛰었는데 가장 가팔랐던 구간이 바로 올해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인데, 수익률 1위인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를 비롯해 TOP10에 이름을 올린 펀드 중 국내 펀드 2개와 인도 펀드를 제외한 모든 펀드가 엔비디아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다른 미국 빅테크 종목도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최근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테슬라·엔비디아·메타 7개 종목을 일컬어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M7)’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미국 서부영화 ‘황야의 7인’에 나오는 7명의 총잡이에서 따온 말이다. 연이은 주가 상승에 M7의 시가총액은 머지않아 S&P500 시가총액의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영향으로 연금 펀드 수익률 상위 20개 종목 중 12개 종목이 미국 펀드였다. 반면 중국 펀드는 홍콩 H지수 하락 영향으로 역주행했다. 수익률 하위 10개 연금펀드 중 9개가 중국 관련 펀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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