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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은의 포커스in] 안전 불감증이 부를 뻔한 '제2의 임수혁 사태'

무명의 더쿠 | 08-08 | 조회 수 1452



[전수은의 포커스in] 안전 불감증이 부를 뻔한 '제2의 임수혁 사태'

기사입력 2016.08.08 오후 12:37 최종수정 2016.08.08 오후 02:3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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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통산 6번째 경기에 나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한 NC 도태훈은 기쁨도 잠시, 머리에 공을 맞고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어야만 했다. (사진=NC)


 

[엠스플뉴스]

 

2016년 8월 7일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회 NC 선두 타자 도태훈이 타선에 들어섰다. 이어 상대 투수 권혁의 144km/h 짜리 패스트 볼이 날아 들었고, 그 공은 타자의 헬멧을 그대로 강타했다. 도태훈은 선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권혁은 즉시 퇴장 명령을 받았고, 경기는 한동안 중단됐다.

 

자칫 선수 생명을 빼앗아 갈 수도 있는 위험한 장면.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구급차가 야구장까지 들어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사고 발생 후 2분여가 훨씬 지난 뒤 였다. 도태훈이 구급차에 탑승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5분. 그 전까진 공을 맞고 쓰러진 그 자리에 누워 한동안 구급차만 기다려야 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항시 구급차가 야구장에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구급차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고, 사고 발생 2분 50초 후에야 경기장에 등장했다. 한참을 누워서 기다리던 도태훈은 답답한 마음에 본인 발로 걸어가 구급차에 탑승했다. 상태의 정도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카트가 아닌 본인 발로 이동한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구급차는 경기장에 들어온 뒤에도 선수에게로 즉각 이동하지 않고, 3루 베이스 부근에 머물렀다. 의례 구급차에서 내려 환자를 안내해야할 의료진의 모습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구급차 문이 열리지 않아, 30초가량을 구급차 앞에 서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뒤늦게 구급차 뒷문으로 탑승한 도태훈은 144km/h 짜리 공을 머리에 맞고도 5분이 지나서야 구급차에 오를 수 있었다. 도태훈은 곧바로 충남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졌고,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결과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산으로 내려가 구단 지정병원에서 추가적인 검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대형사고 부를 뻔한 응급처치, 경각심과 철저한 대비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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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한화 투수 권혁의 144km/h 패스트 볼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NC 도태훈. 다행이 의식은 남아 있었지만, 분명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진=중계화면 캡쳐)



 

도태훈이 쓰러진 뒤 구급차가 야구장 안으로 들어온 시간은 정확히 2분 48초 뒤였다. 경기장에 항시 응급대기 해야 할 구급차는 왜 뒤늦게 나타난 것일까.

 

한화 관계자는 “아쉬운 부분이다. 2015년엔 응급 상황 대처를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사건 경위를 확인해보니 도태훈 선수가 구급차에 타는 데까지 5분 정도가 걸렸다. 하필이면 응급차 운전자가 새로 온 분이었고, 그 때문에 야구장 진입에 시간이 지체된 것 같다”며 전후 사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야구장에 들어선 구급차는 일반 구급차가 아닌 특수 구급차였다. 이 차량은 일반 구급차보다 차고가 높아 구장이나 응급 상황 출동에 용이하지 않단 이야기가 언급된 바 있다.

 

구급차의 소속 병원은 ‘대전 을지대학교 병원’이었다.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와의 거리는 7.57km로, 병원에서 야구장까지 아무리 빨리 와도 10분 이상이 소요된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야구장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엔 문제가 없다.

 

한화 관계자는 이어 “당시 야구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다. 구급차가 출입하는 문도 잘 열리지 않았다. 환자(도태훈)도 구급차 뒷문으로 타야 하는데 NC 다이노스 코치들이 자꾸 옆문을 열려고 하더라. 뒤로 타야 되는데 과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다소 시간이 걸렸다”며 “미흡했던 부분은 인정하고 추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경기장에 들어온 구급차 안에는 운전기사를 제외하곤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NC 코치진이 구급차 옆문을 수차례 열려고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어떠한 안내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뒤늦게 달려온 구장 의료진의 설명으로 뒤늦게 뒷문 탑승이 이루어졌다.   

 

상황을 놓고 따져보면, 구급차 안엔 운전기사 혼자만 탑승해 있었다. 이 부분을 대전 을지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문의했다. 놀라운 건 당시(2016년 8월 8월 새벽 2시 30분경)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었던 Y모 간호사의 대응이었다.

 

도태훈의 후송 사실과 구급차 의료진 탑승 절차 및 여부에 관해 묻자 Y 간호사는 “지금 전화해서 뭘 확인하려고 그러시냐”며 “그런 사람은 오지 않았다. 나중에 홍보과나 총무과에 확인해보라”고 말한 뒤, 되례 화를 내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기자는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고, 어렵사리 통화가 다시 연결됐다. 8월 7일 야구장에 들어갔던 구급차가 을지대학교 병원 구급차가 맞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

 

분명 조금 전까진 그런 사람(도태훈)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야구장에 들어간 구급차가 을지대학교 병원 소속의 구급차였단 사실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그리곤 또 다시 전화를 먼저 끊어버렸다. 이후 수차례 Y 간호사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으로 몇 초를 보낸 뒤 다시 전화를 끊는 행태를 보였다. 

 

15년 경력의 K 간호사는 이 상황을 두고 혀를 찼다. “응급실은 생명을 다투는 곳이다. 수많은 응급 환자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다. 저런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간호사를 어떻게 믿고 내 몸을 맡기겠는가”라며 “간호사란 사명감 없인 버텨낼 수 없는 직업이다. 그래서 순결이란 단어가 자주 사용되곤 한다. 생명에 대한 사명감을 잃는 순간 그 자리에 머무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단언했다.

 

의료진은 어디 가고 구단 트레이너만 선수를 지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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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란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우선 요소다. 그 문제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이곳을 찾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야구장 안에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승리가 아닌 생명이다 (사진=NC)



 

한 가지 의아한 것은 현장에서 전문 의료진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단 것이다. 선수의 응급처치를 담당해야 할 그들은 왜 종적을 감춰버린 것일까. 분명 현장엔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선수 옆을 지킨 건 의료진인 아닌 NC 측 관계자였다.

 

스포츠 의학에 정통한 계명대학교 응급의학과 주명돈 교수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응급처치에 있다. 그런 부분에선 현장에 나가 있는 전문 간호사나 의료진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장면에서 쓸데없는 데자뷰(deja vu)가 떠올랐다. 고 임수혁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간호사가 상태를 보려 하자 구단 관계자는 오히려 비키라는 신호를 보냈다. 간호사는 가까이 다가가 임수혁의 손 한번 만져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놀라운 것은 이 날 역시 현장 의료진이 치료를 위해 도태훈에게 다가섰지만, 특정 이유로 직접 치료에 나서지 못했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그 당시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트레이너가 의식 상태를 확인했고, 동공반응을 살폈다. 도태훈 역시 쓰러진 뒤에도 의식을 잃지 않고, 트레이너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쉬운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다행히 도태훈은 큰 사고를 면했지만, 과정에서 보인 미흡함은 분명 큰 사고로 이어지기에 충분한 소지를 가지고 있었다.

 

주 교수는 “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익숙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종이로만 머물렀던 규정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다.

 

이어 "당시 의료진의 초기 평가가 두부 외상으로 인해 심각한 손상이 있을 거라고 예측됐다면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며 "임수혁 사고 이후 구장마다 관련 메뉴얼이 준비된 것으로 안다. 물론 선수가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현장 의료진 판단하에 두부 외상에 의한 뇌출혈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자체적인 치료가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아주 미세한 실수 하나가 선수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 도태훈은 흔한 카트에 실려 이동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두 발로 걸어 구급차까지 이동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주 교수는 "만약 내가 현장에 있었다면 환자 자신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외상을 입은 급성기 상태였기 때문에 안정이 필요하단 판단하에 환자를 카트로 이동시켰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늑장 대응이란 말도 새어 나왔다. 누가 봐도 현장 대처는 미흡함 그 자체였다. 그 질문에 주 교수는 "일단 구단 트레이너가 응급 구조사 자격증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 다음이 야구장에 있는 간호사나 의료진의 신속한 진료 여부다.” 

 

NC 측에 확인 결과 관련 트레이너들은 응급 구조사 관련 자격증은 모두 갖추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경우 사고 시엔 우선 911에 신고한 뒤, 현장에 있는 전문 의료진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관련 매뉴얼에 입각한 의료진의 안내가 우선시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의료 지식이 떨어지는 현장 프런트가 매번 상황을 진두 지휘했다. 아이러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임수혁, 너무나 아픈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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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악몽과도 같은 일이 반복 될 뻔 했다. 또다시 미흡한 응급 처치와 어수선한 상황 대응, 전문 의료진의 상황 대처가 아쉬웠다. 마치 17년 전 그날처럼 말이다. '임수혁' 다시 만나고픈 그의 이름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슬프게 들리는 것일까 (사진=롯데)



 

충분히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00년 4월 18일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쓰러진 고 임수혁을 떠올려 본다면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국가대표 포수 출신이었던 임수혁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후송 중에 이미 호흡과 맥박이 정지됐고, 뇌에 산소 공급이 멈춰 식물인간 판정을 받게 된다. 이후 10년의 투병생활을 뒤로하고 2010년 2월 7일, 향년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당시 구급차 이동 통로에 쌓여있던 행사 용품 등으로 긴급 수송이 지연되는 문제를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은 열악, 그 자체였다. 공에 맞은 것도, 어디에 부딪힌 것도 아니었다. 임수혁은 현장에서 어떠한 응급 처치도 받지 못한 채 병원에 옮겨졌다. 후송 중엔 퇴근 시간과 맞물려 도로 정체가 심각했다. 위급함을 느낀 간호사는 지정 병원이 아닌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갈 것을 요청했고, 사건 발생 11분 만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이미 멈춰버린 심장 박동은 세 차례의 전기 충격이 가해진 뒤에야 다시 소생됐다. 안타깝게도 뇌는 이미 제 기능을 잃어버린 뒤였다.

 

임수혁이 쓰러지고 처음 몇 분 동안 벌어진 상황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임수혁은 최초에 쓰러진 뒤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하지만 옆엔 선수, 코치진들만 가득했다. 들것을 가져오란 지시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구단 간호사가 들어온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그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현장의 간호사였다. 그녀는 응급실 경력 6년 차의 베테랑이었고, 당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했을 사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작 응급 처치에 들어갔어야 할 간호사에게 비키라는 신호를 보냈던 구단 관계자들. 촌각을 다투는 응급 상황에선 간단한 인공호흡과 심장 마사지만으로도 최악의 상황인 뇌사 상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뇌가 완전히 망가지는 데까지 총 4분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이 시간 안에 좀 더 빨리 응급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임수혁은 이날 경기장을 걸어서 나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 돌연사로 사망하는 사람은 한 해 5만 명에 달한다. 아직 정확한 이유도 병명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망자들 가운데 최소 4분 안에만 응급처치가 이루어졌어도 살릴 수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임수혁의 경우도 아주 기본적인 조치들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상황이라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응급 환자에 대한 확실한 매뉴얼 없이 무작정 병원으로 옮기려고만 했던 당시 상황. 미흡한 조치로 인해 한 선수는 영원히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도태훈의 경우 역시 자칫 같은 실수가 반복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프로야구는 8백만 관중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의식과 대응 면에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우연이었을까. 같은 날 프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던 도태훈. 더군다나 현장엔 아들의 활약을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그의 부모님도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 위험천만한 상황과 답답한 응급 처치를 그대로 목격해야만 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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