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망하는 글쓰기'는 비문학 글쓰기에 한정합니다
1. 비문학 래퍼&시인형
같은 표현을 계속 써서 운율마저 느껴지는 스타일. 흔히 어휘력 문제로 분류되기 쉬우나 원덬의 생각은 약간 다름.
어휘력 문제가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으나, 본질적으로는 비문학 시인들의 문체가 순수하게 쓰는 사람의 편의만 생각하면 제법 편하긴 하다는 게 크다고 봄.
기사문 글쓰기계(찐&홍보문&패러디 유머 포함)의 미원, 연두, 치킨스톡인 "전했다"가 대표적인 케이스. 누군가가 무슨 말을 한 걸 보도자료로 쓴다고 할 때 "라고 전했다"를 문장 시작부터 끝까지 쓰려고 하면 못 쓸 이유가 없긴 함.
물론 읽는 사람으로선 "뭘 계속 전했대"라는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한 것. 설명했다, 덧붙였다, 다짐했다, 강조했다 이런 식으로 변주 주는 사람들이 귀찮음과 고통을 못 느껴서 변주를 주는 게 아니다~ 이 말이야.
2. 나만 알고 싶은 정보(아님)형
앞선 글의 위키위키열매 인간형과 좀 반대된다면 반대되는 유형.
나는 당연히 알고 있는 그 정보를 글에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유형.
퇴고 이야기가 또 안 나올 수는 없긴 한데, "내가 아는 그 정보가 정작 내가 쓴 글에는 없다"라는 걸 자각 못하면 퇴고를 해도 어쩔 수가 없음.
정보 보려고 눌렀는데 내가 알고 싶은 정보가 없는 케돌 소속사 공지(콘서트 공지인데 예매 일정이 없다던가), 제목에는 기재되어 있는데 본문에는 해당 내용이 전혀 없는 언론사 기사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3. 문장 해상도 144P형
대망의 어휘력 문제. 개인적으로 어떤 단어가 상식이냐 그렇지 않냐 하는 건 좀 많이 소모적인 주제라고 생각함. 순수 개인 의견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댓글이나 슨스로 말싸움은 많이 해도 충분히 자기 생각을 정제해서 작문하는 건 게을리하기 때문에 이 논쟁이 생기는 거라 봄.
꾸준히 쓰다 보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본인'이 자신의 어휘력에 답답할 수밖에 없음. 남이 단어를 아냐 모르냐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님. 애당초 나의 문장이 4K가 아닌걸?
우리가 음악 하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 중에 아는 단어가 '음악가' 밖에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음악가 BTS,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가 테일러 스위프트, 음악가 장사익, 음악가 지미 핸드릭스 뭐 이런 식으로 쓰겠지요.
이 낮은 해상도의 글을 제일 먼저(그것도 자주) 읽는 사람이 나인데 답답하지 않을 리가.
어휘력을 늘리는 건 남을 업신여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님. 영상에 뭘 담을지, 거기에 어떤 예술성을 부여할지를 논하기 이전에 일단 720P, 1080P 화질이라도 보장하기 위해 하는 것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