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출연자 중 흔히 고스펙으로 통하는 사람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시사저널은 2021년 7월 방영된 《나는 솔로》 1기부터 올 11월 현재 방영 중인 17기까지 나온 모든 일반인 207명이 방송에서 밝힌 출신 학교와 직업을 전수 분석했다. 이 가운데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본교 출신 및 대기업, 공기업·공공기관,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 또는 채용 인원이 제한적인 직장인 등을 추렸다. 방송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S전자’ ‘L백화점’ 등 소속 기업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경우는 포함했다.
우선 대기업 직장인은 외국계 대기업을 포함해 총 32명이 출연했다. 전체 출연자의 15.5%로 가장 비중이 높다. 다만 실제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황상 소속 기업을 유추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외국계’ ‘글로벌’ 등이라고만 언급한 경우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직장인 다음으로 치과의사와 한의사를 포함한 의사가 12명(5.8%) 출연해 두 번째로 많았다.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 근무자는 10명(4.8%)이었다. 또 미국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는 5명(2.4%)이었다. 그 외에 회계사 3명(1.4%), 변리사 2명(1.0%), 노무사 1명(0.5%), 약사 1명(0.5%) 등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합하면 총 출연자의 31.8%인 66명이다.
이들의 출연 빈도를 기수별로 나눠보면 1기부터 17기까지 기수마다 평균 3.8명이 출연했다. 매 기수 평균 총 출연자가 12.1명이니 대략 3명 중 1명은 고스펙의 일반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4월 방영된 13기는 모든 기수 통틀어 직업이 가장 두드러졌다. 출연자 12명 중 대기업·공기업·의사·약사 등 고소득 직장인 또는 전문직 8명이 얼굴을 비쳤다.
한편 출신 학교별로 살펴보면 서울대 3명, 고려대 7명, 연세대 8명이다. 모두 합하면 총 출연자의 8.6%다. 또 2023학년도 수능 응시인원 대비 SKY 입학정원 비율은 2.5%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로 SKY 입학문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나는 솔로》의 SKY 출연자 비율과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SKY 출신인데 방송에서 공개하지 않은 사람까지 고려하면 실제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솔로》에서 펼쳐지는 고스펙 일반인들의 쟁탈전을 두고 일각에서는 회의적 반응을 내놓았다. 자신을 ‘수습 변호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지난 7월 인터넷 게시판에 “《나는 솔로》 출연자들의 스펙 하향 평준화를 요청한다”란 글을 남겼다. 그는 “(이성을 선택하는) 상대적 기준을 높이는 데 《나는 솔로》가 꽤나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4년제 대학 나와 대기업만 다녀도 상위 5% 내의 스펙일 텐데 《나는 솔로》에서는 전문직, 그중에서도 상위 전문직이 아니면 ‘그닥’이라는 반응이 심심찮게 보인다”고 주장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을 지낸 손숙미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시사저널에 “《나는 솔로》 출연자 구성은 대중에게 환상을 심어줘 상승혼을 부추기거나 결혼 기피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아무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도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일반인을 출연시켜야 시청률이 올라간다”며 “인구 비례로 따지면 극소수인 대기업 직장인과 전문직을 출연자에 포함시킨 건 제작진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나는 솔로》의 남규홍 PD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방송에서 지나치게 평범한 사람들만 나오면 주목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신분이 불확실하거나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일반인을 출연시키면 방송에서 사고를 치거나 사전 합의하지 않은 언행을 할 확률이 높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이런 사람들은 방송 출연 이력을 사기 등 위법 행위에 악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남 PD는 “대기업이나 전문직 종사자는 신원이 확실한데다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제작진도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이라는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특수한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비혼 조장하는 대한민국 상위 10%의 ‘사랑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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