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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 비공개·사과 ‘페미니즘 검열’ 동참
넥슨이 최근 공개한 게임 홍보영상의 캐릭터 손 모양을 두고, 남성 이용자들이 ‘** **’를 상징하는 ‘집게 손’이라며 항의해 영상이 비공개되고, 제작사가 사과하는 일이 일어났다. 게임업계에 만연한 ‘페미 사상 검증’이 또 벌어진 것이다.
23일 넥슨은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여성 캐릭터인 엔젤릭버스터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게임 홍보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는데, 일부 ‘남초’ 사이트 이용자들이 ‘**’ 의혹을 제기했다. 엔젤릭버스터가 한 프레임(약 0.1초) 동안 취한 동작을 두고, ‘집게 손 모양’이라며 “만든 사람이 페미 아니냐”는 것이었다.
‘집게 손 모양’은 수년 전부터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 **의 상징이라며 ‘페미 사상 검증’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2021년에는 편의점 지에스(GS)25 홍보물에서 이러한 손 모양이 발견됐다고 일부 이용자들이 항의해 지에스(GS) 리테일 쪽에서 해당 홍보물을 내리고 사과한 바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외주업체 직원이 과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페미니스트라고 밝히고 여성 인권 옹호 글을 올렸다는 것을 근거로, 게임 제작사인 넥슨에 민원을 넣었다. 이에 넥슨은 지난 26일 밤 0시1분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메이플스토리의 제작사 넥슨은 엔젤릭버스터 홍보 애니메이션이 논란이 되자 26일 사과문을 올리고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후 이용자들은 이 외주업체가 만든 작품을 검열해 ‘집게 손 모양'을 찾아내며 “회사가 페미”라고 비난했다. 이 업체가 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지목된 게임 던전앤파이터 쪽도 “모험가(이용자)님께 불쾌한 감정을 드리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문제가 된 범위가 광범위할 수 있기 때문에 빠짐없이 검토하고 조치사항에 대해선 다시 공지드리도록 하겠다”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 밖에도 블루 아카이브, 에픽세븐, 아우터플레인, 이터널 리턴 등도 줄줄이 사과문을 올렸다. 이 영상들을 만든 외주 업체 ‘스튜디오 뿌리’는 26일 오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해당 직원의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공지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의 ‘페미 사상검증’이 스포츠 경기하듯 이어지고, 게임사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협회장은 “한 게임 이용자가 근거도 없이 ‘제작자가 페미’라는 주장을 올리면 펨코,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확대 재생산된다. 이후 새로운 희생자의 SNS 행적을 찾아내는 ‘스포츠’ 경기가 시작된다”며 “게임사는 극단주의적이고 과대표된 소수 이용자의 의견만을 듣고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는 일을 반복하고, 특히 약자인 하청업체 등 외주 노동자들이 손쉬운 ‘손절’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이 9월8일부터 10월3일까지 게임업계 노동자 62명을 대상으로 받은 제보 67건을 분석한 결과, 사이버불링·성희롱·성차별 등 노동권 침해 피해의 88.7%가 여성 노동자에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 7월엔 과거 SNS에 작성한 글을 이유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계약 해지 당했고, 10월엔 모바일 게임 ‘가디언 테일즈’의 코스튬 공모전 당선작의 작가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게임 구현 기회를 잃었다.
게임업계에서 노동권 침해 피해는 여성 노동자들한테 대부분 일어나는데 성차별주의자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넥슨 패기 ㄷ 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