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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김연경에 가려졌던 한국 배구 민낯 "10년 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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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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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강원 인제군 원통체육관에서 열린 제34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 여고부 결승전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배구는 강렬하게 내리꽂는 스파이크와 이를 막으려는 블로킹이 맞붙는 스포츠다. 그런데 3세트부터 전남 목포여상 레프트 A선수가 스파이크를 때릴 때 강원 강릉여고 선수들이 블로킹을 시도하지 않았다. 키(170cm)가 작고 타점이 낮은 A선수의 스파이크를 막았다가 손에 맞고 나가 실점하느니, 코트 뒤에서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단은 적중했다. A선수의 공격은 코트 밖으로 나가거나 번번이 막혔다. 경기가 생중계된 유튜브 채팅창에는 '저렇게 작은 선수를 공격수로 내보내면 어떡하냐' ‘목포여상 감독은 제정신이냐’ 같은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정진 감독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주전 레프트가 다쳤기 때문에 교체 자원이 A선수밖에 없었기 때문. 정 감독은 “시합에 나갈 선수가 7명뿐이라 한 명만 다쳐도 팀이 마비된다. 속사정도 모르고 비판하는 글이 많아 속상했다”고 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쓴 여자배구 대표팀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배구 최강국을 가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전패 수모를 겪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한 수 아래로 봤던 베트남에도 패하며 17년 만에 ‘노메달’을 기록했다. 감독의 전략·전술 부재, 세대교체 실패 등 위기를 설명하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유소년 배구 저변을 확대하지 않고 김연경 같은 괴물 선수가 나오기만 기다리는 ‘기우제’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女高 선수 한국 200명 vs 일본 5만7,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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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구원 기자



여자 유소년 배구는 고사(枯死) 직전이다. 전국의 고교 배구팀은 18개, 선수는 204명에 불과하다. 지난달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한 여자 고교 배구팀 14곳 중 정상 운영 엔트리 기준(12명)을 맞춘 곳은 5곳(35.7%)뿐이다.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현실은 더 처참하다. 지방의 한 고교 배구부는 미들블로커(센터) 포지션 선수가 아예 없어 레프트와 세터가 번갈아 가며 미들블로커로 뛰고 있다. 특히 18곳 중 지방의 서너 개 학교는 최소 인원(6명+리베로)으로 운영되고 있어 언제든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고교 배구부 감독 B씨는 “상대팀이 네트 가까이 붙어 공격할 땐 아예 블로킹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다”며 “착지할 때 상대 선수 발을 밟고 다칠 수 있는데, 그러면 교체 선수가 없어 기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선수가 없으니 경기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올해 개최된 각종 여고부 대회 참가 팀은 많아야 14개 팀이다. 2020년 한 대회에선 참가 팀이 3곳에 그친 적도 있다. 반면 2019년 ‘일본전국고교종합체육대회(인터하이)’에 등록된 일본 여자 고교 배구팀은 3,900여 개, 선수는 5만6,000여 명에 달한다. 팀이든 선수든 수천~수만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우승하고 실업 리그에 진출하는 구조다. 최근 한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태국에도 고교 배구팀은 150여 개나 된다.


중학교 배구부 감독 C씨는 “여고부는 대회에 10개 팀만 나와도 지도자들끼리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고 얘기할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이긴다는 것 자체가 욕심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종경 경기대 교수는 “선수가 없으니 키 크고 탄력 좋은 선수 한두 명이 공격만 주야장천 하는 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며 “이렇게 육성된 선수들이 프로에 가면 서브 리시브도 제대로 못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미 女 배구는 10년 전 동남아에 따라잡혔다 


오래전부터 위기를 알리는 징후는 많았다. 2014년 아시아 유스 여자(U-18) 배구 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은 태국에 패배했다. 2016년에는 아시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에서 U-19 대표팀이 4강에서 베트남에 1대 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지낸 D씨는 “한국 배구는 10년 전부터 아래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다”며 “김연경이라는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선수가 등장하면서 위기가 가려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수유초 배구부 창단 때부터 39년째 감독을 맡아온 김상균 한국초등배구연맹 수석부회장은 "초등학교 배구부가 50개는 유지돼야 밑에서부터 서서히 선수들이 올라가 중·고교 배구팀이 유지되고 프로도 굴러가게 된다"며 "현재 초교 여자 배구팀이 20여 곳에 불과하고 3~4년 후면 10곳도 안 남을 것이다. 한국 배구의 미래는 절망적"이라고 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770021?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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