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활옷만개-조선 왕실 여성 혼례복'을 주제로 선보인 한 활옷 앞에서 외국인 관람객들은 감탄사와 함께 연신 셔터를 눌렀다.
경복궁에 왔다가 우연히 박물관을 방문했다는 태국 관광객 분야릿(28) 씨는 "드라마를 통해 활옷을 본 적이 있다"며 "친구들에게 관람을 적극 권하겠다"며 웃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플로리안 핸들러(34) 씨는 "다양한 문양이 인상 깊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옷은 진한 붉은 빛 비단에 연꽃, 모란, 봉황, 백로, 나비 등 부부의 해로와 행복을 비는 여러 무늬를 수놓은 '조선시대 왕실의 웨딩드레스'로,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옆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의 활옷으로 1939년 미술품 수집가 벨라 매버리가 기증했다'는 설명과 함께 '방탄소년단 RM의 후원으로 보존 처리를 했다'고 쓰여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쾌척한 1억원을 지원받아 원래 모습을 되찾은 이후 처음 공개된 것이다.
RM은 당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기부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지난달 15일 전시가 시작된 이래 한 달간 13만여명이 다녀갔는데, 이 중 외국인은 약 8천명으로 국적도 각양각색이었다.
박물관 측은 "'RM 효과'인지는 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전시 기간이 12월 13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한복은 3년 전인 2020년 9월에도 '아미'(방탄소년단 팬)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방탄소년단이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한복을 재해석한 의상을 입고 '아이돌'을 열창하는 장면이 미국 NBC 인기 프로그램 '팰런쇼'를 타고 세계 구석구석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공항 패션으로 착용한 생활 한복 역시 그때마다 '품절 사례'를 빚기도 했다.
걸그룹 블랙핑크가 2020년 6월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 저고리, 두루마기 등을 입고 나오자, 해외 팬들의 한복 차림 '커버 댄스'가 유행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프랑스 파리 패션 위크에 봉황 문양 비녀를 꽂고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난 2018년 BTS 지민의 부채춤 퍼포먼스복을 디자인한 리슬 황이슬 대표는 "이후 기획사의 러브콜이 쏟아졌고, 실제 협찬·제작으로 이어졌다"며 "이 공연을 계기로 한복이 하나의 무대의상 장르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K팝 스타를 활용해 전통문화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 홍보영상을 통해 '한지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한 걸그룹 뉴진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수한 내구성 등 한지의 매력에 관해 얘기한 멤버들은 국가무형문화재 안치용 한지장과 함께 직접 '꽃한지'를 뜨고 한지 조명을 만들었다.
유튜브 조회수 16만회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뉴진스 덕분에 우리 한지가 얼마나 예쁜지 알게 됐다', '우리의 전통 종이를 알린 뉴진스에 깊이 감사한다' 등 댓글이 쏟아졌다.
"한지 대중화를 위해 청량하고 맑은 콘셉트의 파급력 있는 한류 아이돌을 섭외했다"는 공진원 측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김영대 문화평론가는 "K-팝이 무국적성을 내세우며 애써 지우려 했던 한국적 색채가 지금은 쿨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짚었다.그러면서 "섣불리 고유문화를 현대화하거나 외국인 입맛에 맞추기보단, 그 안의 보편적 가치를 찾아내 새로운 방식으로 홍보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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