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뛰는데 상대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영국 BBC는 24일 원톱 스트라이커로 완벽 적응한 '캡틴' 손흥민(31·토트넘)에게 이런 찬사를 보냈다. 2015년 토트넘 입단 후 줄곧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뛴 손흥민은 이번 시즌부터 해결사로 보직 변경했다. 토트넘은 이날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홈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로 펄펄 난 손흥민의 활약에 힘 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개막 9경기 무패(7승2무)를 질주한 토트넘(승점 23)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시티(맨시티·승점 21)를 제치고 리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주도한 손흥민의 보직 변경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손흥민은 4라운드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토트넘의 새 해결사로 우뚝 섰다. 양 측면에서 중앙으로 드리블한 뒤 감아차는 중거리슛이 전매특허였던 손흥민은 올 시즌 7골을 모두 페널티박스 안에서 넣으며 스트라이커의 면모를 과시했다. 현재 페이스면 2021~22시즌 EPL 득점왕(23골) 당시 기록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겸손 리더십'을 발휘해 그를 중심으로 동료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특히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해 부주장을 맡은 매디슨을 새 공격 파트너로 삼았다. 팀 적응을 돕고 그라운드에서 호흡을 맞추며 신뢰를 쌓았다. 매디슨은 손흥민이 득점하면 가장 먼저 달려와 '찰칵 세리머니'를 함께 했고, 손흥민은 매디슨의 골 세리머니인 다트를 던지는 동작을 따라 한다. 그 결과 손흥민(7골1도움)과 매디슨(3골5도움) 나란히 공격 포인트 8개씩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한국 팬들은 '매디손 콤비'라는 애칭을 붙였다. 손흥민은 "매디슨 등 동료 선수들이 도와줘서 한결 쉽게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면서 "팀에서 수비를 원하면 수비도 해야 한다. 팀이 원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보상 받았다. 개막 9경기 무패(7승2무·승점 23)를 이끈 그는 EPL 역사상 데뷔 시즌 첫 9경기에서 가장 많은 승점을 올린 지도자로 기록됐다. 종전 기록은 거스 히딩크 전 첼시(2008~09시즌) 감독, 마이크 워커 전 노리치시티(1992~93시즌·이상 승점 22)감독이었다. 손흥민은 "모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하나로 뭉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왔다. 기분이 좋지만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겸손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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