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시가 다 사랑을 노래한다는 믿음으로 최근까지 시를 써온 김남조 시인이 10일 영원히 펜을 놓았다. 향년 96세.
시인은 2016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1000편의 시를 썼다 해도 1001번째 시를 쓸 때 언제나 두려움을 갖고 임하게 된다”고 했다.
오랫동안 심장이 좋지 않아 치료를 받았던 그는 2013년 17번째로 펴낸 ‘심장이 아프다’에서 “노년의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숨 쉬는 일이 위대하고 가슴 벅차게 느껴진다”며 “80년을 살고 나니 생명의 갸륵함을 느낀다. 그러니까 주어진 시기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했다. 시인의 세례명은 마리아 막달레나. 새벽에 일어나면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조각가 김세중)이 깎아 만든 마리아상 앞에서 삼종기도를 올리고 하루를 시작했다.
굴곡진 시대 상황, 화려한 경제 발전의 이면에 흐르는 땀과 눈물을 시인은 지나치지 않았다. 후기작에서는 생명의 은총을 깊이 묵상했다. 초기작에 드러난 인간성에 대한 확신과 왕성한 생명력을 통한 정열의 구현을 거쳐 기독교적 인간애와 윤리의식을 강조했으며, 후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된 신앙의 경지를 보여줬다.
“나는 근본적으로 삶을 긍정합니다.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듯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행복한 일 아니겠어요. 한여름의 땡볕은 고통스럽지만 곡식을 익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고인은 마산고교, 이화여고에서 교편을 잡은 뒤 성균관대, 서울대 강사를 거쳐 1955~1993년 숙명여대 교수를 지냈다.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장을 역임했다. 숙명여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1992년 3·1문학상,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6년 대한민국 예술원 문학부문 예술원상,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문학부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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