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관악구청은 관내 어린이 도서관 ‘책이랑 놀이랑 작은 도서관’을 올해 12월까지 운영하고 폐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악구청은 “관악구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해당 건물에 있는 스마트관제센터 확장을 위해 부득이하게 폐관하게 됐다”며 “다음 달 중으로 행정예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매일같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해당 사실은 지난달 15일 책이 일부 옮겨지는 것을 도서관 이용자가 목격하면서 주민들한테 알려졌다. 일부 주민은 "주변에 잘 이용되지 않는 다른 작은 도서관들은 두고 이용률이 높은 곳을 이렇게 없애는 것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진행한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관악구청 문화관광체육과 관계자는 “9월 추경 예산이 확정되기 전에 관제센터 확장 여부가 결정된 게 아니라 밝히기 어려웠고, 그 사이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폐관 예정인 ‘책이랑 놀이랑 작은도서관’은 관내에 2곳뿐인 놀이공간(키즈카페)이 딸린 도서관이라 주민들의 아쉬움이 컸다. 자녀들과 함께 10년 가까이 해당 도서관을 이용한 주민 정아무개(51)씨는 “아이가 한살때부터 이용하던 곳인데 도서관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아이가 엉엉 울었다”며 “요즘 키즈카페도 한번 가면 3만~5만원이 들어 부담돼 이곳을 이용하는 가족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암암리에 폐관을 진행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관악구 맘카페에서도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미세먼지에도 걱정 없던 행운동의 유일한 어린이 도서관이 없어진다고 하니까 너무 속상하다”, “관악문화원 안의 영유아 도서관도 사라졌는데 또 사라졌다” 등의 내용들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달 27일 관악구 어린이 학부모 10여명은 ‘도서관 폐관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성명서에서 부모들은 “도서관 폐관 결정을 이용자 청문도 없이 몰래 진행했다는 점, 드넓은 관악구 토지 위에 시시티브이 증축을 꼭 어린이들이 학습공간인 어린이 도서관에 한다는 점 등에 문제가 있다”며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든 어린이의 성명으로 도서관 폐관을 규탄한다”고 촉구했다.
관악구청 쪽은 “현재 공간 확보가 어려워 해당 도서관을 폐관하지만, 추후 공간이 생기면 키즈카페를 조성할 생각이 있다”며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도보 10분 거리에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관악형 육아센터나, 인근 주민센터에 있는 마루 작은도서관 등을 이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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