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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불륜 행위를 확인하려고 차량에 녹음 기능을 작동시킨 휴대전화를 놓고 내연 관계로 의심되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50대가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를 받았다. 법조계에선 녹음자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몰래 녹음한 것은 도청에 해당하기에 처벌을 받는 것이라며 피고인이 탐정업체나 사설 흥신소에 의뢰해 증거를 수집했더라도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혼 사건의 경우 위자료가 낮아 배우자의 불륜 행위가 인정되더라도 당사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이 작게 반영되는 경우가 즐비하다며,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에게 재산 분할과 양육권이라도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26일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부(김신유 지원장)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9·여)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에 해당하는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A 씨는 2020년 5월 9일 오전 8시께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남편 B 씨의 차량 운전석 뒷주머니에 녹음기능을 작동시킨 휴대전화를 넣어두고 남편과 타인 간의 대화를 3시간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남편의 내연 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려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사실이 공소장에 담겼다.
이혼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이인철 변호사는 "통신기능보호법상 녹음자도 참여한 대화 녹음이면 괜찮지만, 본인이 참여하지 않고 몰래 차에 둔다든지 할 경우에는 처벌받을 수 있다. 몰래 녹음한 것은 도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며 "다만 이 사건의 피고인의 경우 행동 자체가 죄는 되지만, 재판부에서 선고 유예를 해줬다는 것은 선처의 의미가 강하다고 보면 된다. 불륜 행위를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범행이기에 그 동기와 경위를 고려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이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이 불법적이면 안 된다. 특히 도청, 위치 추적, 해킹과 같은 방법들은 불법이기에 합법적인 선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며 "그러므로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서 녹음하거나 휴대전화도 동의를 받아서 확인하는 등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법률사무소 해내 한용현 변호사는 "피고인이 탐정업체나 사설 흥신소에 의뢰해서 증거를 수집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교사범과 정범의 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할 때 대화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몰래 한 녹음이라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이혼 사건의 경우 위자료를 높이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는 위자료가 너무 적어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당사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이 충분히 반영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재산 분할과 양육권 역시 귀책 사유가 있는 배우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국가는 간통죄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 아랍권 국가 등 일부에서만 간통죄를 중형에 처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간통죄 처벌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시민들도 '간통죄 불처벌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