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2019년부터 지적
김행 “경력 기자들로 옴부즈맨 제도 운영”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창업하고 현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 ‘위키트리’가 2019년 이후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으로부터 2차 가해, 선정적 보도, 어뷰징(클릭 수를 늘리기 위한 중복·반복기사 전송), 검증 없는 받아쓰기, 김건희 여사 패션 미화 등으로 총 19차례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위키트리는 2019년 7월부터 민언련의 모니터링 대상이 됐다. ‘2013~2019년 위키트리 경영 관여’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김 후보자는 자신이 2019년 3월부터 정식으로 회사에 복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언련은 “위키트리 고위 임직원이었던 김 후보가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이날 민언련 홈페이지에 공개된 ‘모니터링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위키트리는 2019년 7월18일부터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돼 현재까지 총 19건의 지적을 받았다. 민언련 모니터링 보고서는 2013년 9월부터 홈페이지에 게재를 시작했다.
민언련이 위키트리의 기사와 관련해 지적한 사유로는 성폭행 범죄의 피해 사실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거나 유명인의 죽음을 이슈 거리로 소비하는 등의 선정적 보도와 검증·근거 없는 받아쓰기 등이 각각 8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민언련은 2019년 가수 겸 배우 최진리씨(설리)의 사망과 관련한 위키트리의 보도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민언련은 2019년 10월21일 보고서에서 “위키트리는 고인의 사망 이후 나흘 동안 총 73개의 기사를 게재했다”며 “고인과 관련 있는 연예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소식을 실시간으로 업로드하며 고인의 죽음을 끊임없이 기사화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당시 위키트리가 설리씨의 사망과 관련한 음모론을 소개했다가 기사를 내렸다는 사실도 밝혀뒀다.
민언련은 10월29일자 보고서에서는 “최진리씨가 사망하기 전날인 2019년 10월13일부터 이전 6개월 치의 기사를 분석했다”며 통신사 및 유사 언론 중 보도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매체 중 하나로 위키트리를 꼽고 해당 기간 56건의 기사를 보도한 사실을 밝혔다. 또 민언련은 위키트리가 고인의 사망 전 고인과 관련한 선정적 사진을 기사에 썼다며 “사진 편집을 이상하게 해 일부러 더 선정적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비슷한 사진을 10장이나 거듭 보여줬다”고 했다.
민언련은 2021년 11월23일자 보고서에서는 위키트리가 선정적인 단어로 제목을 지어 사건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려는 태도를 지적했고, 2022년 8월29일자 보고서에서는 “추행이라고 범죄사실을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고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범죄 상황을 묘사한 기사가 많았다”고 짚었다.
성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등의 기사도 비판 대상이 됐다. 민언련은 2020년 5월14일자 ‘이태원 클럽 보도, 언론은 혐오의 온상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위키트리가 혐오를 조장하는 제목을 기사에 쓰고 동선까지 공개한 사실을 지적했다. 2022년 7월15일자 ‘인하대 학생 사망 사건, 언론은 선정적·성차별적 표현 쓰지 말라’는 보고서에서는 선정적 표현 사용한 언론사 중 하나로 위키트리를 꼽았다.
자체 검증이나 취재에 따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등의 내용을 받아쓰는 경우도 있었다. 민언련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된 후 첫 지적을 받은 2019년 7월18일자 보고서에서 위키트리에 대해 “폭로자의 커뮤니티 글과 시사포커스의 인터뷰를 인용해 기사를 내보냈다”며 “가해자의 진술까지 근거 삼아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의혹을 퍼뜨리기도 했다”고 했다. 2019년 12월23일자 보고서에서는 위키트리가 가해자의 입장문 속 용어인 ‘접대부’라는 비하적 표현을 제목에 쓰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나왔던 억측을 종합해 기사를 써냈다”고 적었다.
김건희 여사의 패션에만 집중한 기사에 대해서도 지적이 있었다. 민언련은 2022년 4월8일 보고서에서 위키트리의 ‘하루 만에 품절된 김건희 여사가 신은 슬리퍼, 이 가격이라고 합니다’ 보도, 2022년 5월4일자 보고서에서 위키트리의 ‘김건희 여사가 스님 만날 때 입은 치마, 가격 알려지자 난리 났다’ 보도를 거론하며 “이런 기사들이 김건희씨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것 외에 어떤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2019년부터 선정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클릭 유발형 기사들을 쓰는 매체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 매체 중 하나가 위키트리였다”며 “당시 연예인들, 운동선수들에 대한 악성 기사들이 많았고 실제 생을 달리한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신 처장은 “언론사 고위 임직원은 저널리즘 측면에서 공적 책임도 지고 있는데 (김 후보자가) 당시 위키트리의 문제성 보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그런 분이 매우 높은 윤리와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자격 미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향해서 가짜 뉴스를 운운하는데 그 주장에 따르면 위키트리는 폐간을 했어도 몇 번을 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는 굉장히 작은 회사임에도 중앙언론사에서 20년 이상 경력이 있는 기자들을 스카우트해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팩트체크와 개인의 명예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며 “우리같이 작은 회사도 확인되지 않은 기사는 나가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에 대해 “남편의 신용카드 ‘0원’ 기사를 확인도 안 하고 단독 기사를 내고, ‘어그로’로 트래픽 수를 끌고 인격 살인을 하나”라며 “청문회 때 경영 내용을 전부 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과의) 소통을 중단한다”며 “청문회 때까지 어떠한 의혹 보도도 중지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위키트리 운영에 대한 김 후보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50170?sid=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