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5일 기사
http://tvdaily.asiae.co.kr/read.php3?aid=1398389794688965002
[티브이데일리 윤효정 김유민 기자]
"집 밖에 나가는 게 좀 어려워요.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전화기 너머로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졌다. 허재혁.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도 인물정보 하나 나오지 않는 이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그를 천인공노할 '거짓말쟁이'로 기억했다. 그와 관련된 기사는 130개를 넘었다. 전부 '세월호 조롱'과 관련된 기사였다.
16일 오전 9시 전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소식이 전해졌다.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였다. 승객은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450여명, 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 소식은 국민들을 비탄에 젖게 했고 눈물 흘리게 했다. 그리고 17일 밤, 한 무명모델이 올린 한 장의 사진은 슬픔에 빠진 이들의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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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혁 인터뷰 |
허재혁은 곧바로 해명글을 올렸고 논란이 계속 되자 언론사에도 자신의 이메일로 해명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해명글이 이어져도 그가 과거에 올렸던 사진들을 근거 삼아 '거짓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확인이 필요했다. 허재혁은 왜 그런 글을 올렸는지, 이후 그는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티브이데일리 취재팀에서는 자신의 해명에 적극 나섰던 허재혁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그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했지만 답신을 받을 수 없었다.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허재혁 논란을 해명했던 지인인 사진작가를 수소문해 입장을 듣고 싶다는 연락을 전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조심스럽게 허재혁과 연결됐다.
전화기 너머 허재혁은 "해명은 하고 싶지만 기사가 나가는 것이 두렵다"라는 말을 했다. 만날 장소를 정할 때는 "집 밖에 나가는 것이 어려워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전했다. 목소리는 떨렸고, 질문과는 다른 대답을 하는 등 정신이 없는 모습. 세상은 슬슬 이 무명 모델을 잊기 시작했지만, 허재혁에게는 끝나지 않을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
허재혁은 빠른 95년생으로 올해 스물 한살이다. 부산 출신의 그는 지난해 1월 말부터 쇼핑몰 모델을 하게 되면서 모델과 사진에 대한 꿈을 키워왔고 서울에 올라왔다. 정식으로 콜렉션으로 데뷔하지도 않은 무명의 모델, '연예인'이라기보다 일반인치고 유명한 사람에 더 가까운 위치였다. 사용하고 있는 SNS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트위터는 활용도가 높지 않았고, 페이스북으로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는 용도로 사용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시점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SNS와 일상을 함께 하는 그 또래와 똑같은 평범한 청년이었다.
21일 밤 허재혁이 자취하고 있는 상수동 근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절친한 형과 함께 나타났다. 대답을 다 잇지 못하는 질문이 수차례, 허재혁에게 그날의 일과 현재의 심경을 물었다. 그에게 다시 한 번 대중이 납득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다시 되짚었다. 1시간에 걸친 대화의 결론은 우연과 실수, 오해가 겹치면서 일어난 지독하게도 '운수 나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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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의 재구성 허재혁의 하루
허재혁은 세월호 사고 발생일인 16일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허재혁은 15일 밤 지인들과 맥주를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약속이 있던 강남 신사동으로 향했다. 일이 있던 지인과 오후 7시께 헤어지고 다른 옷가게에 들린 뒤 11시 즈음 지하철을 타고 자취방이 있는 상수동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카카오톡 메시지로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제 무지함의 결과겠지만 정말 뉴스(세월호)를 알지 못 했어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준 분은 미국에 사는 지인인데 사진을 보내줬고 '저를 닮았다'길래 저도 아무 생각없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겁니다."
사진을 올리고 나서 하나의 댓글이 달렸고 그는 '뭔가 잘못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댓글이 하나 달렸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시점에 이런 사진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내용이었고 순간 '뭐지?' 싶었어요."라며 "댓글이 심상치 않아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진을 지웠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올린 사진들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비난하는 댓글이 몇 백 개가 달리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나서 손이 덜덜 떨리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랐어요. 어서 빨리 '모르고 올린 것'이라는 해명글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고 진심을 말씀 드려야겠다는 마음 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올리다가 처음에 해명글(1차 해명글) 업로드가 오류가 났고 다시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어요."
1시간 남짓, 허재혁은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글(2차 해명글)은 '거짓말'이라는 반박을 받았고 그의 사진과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이 됐다. 함께 온 지인은 "새벽에 전화가 왔더라고요. 떨리는 목소리로 '큰일났다'고 말하는데 뭔가 잘 못 됐다 싶었고 저도 놀라서 재혁이를 만나러 갔습니다."라고 전했다.
한숨도 못 자고 아침이 됐다. 사그러들 줄 알았던 비난은 오히려 눈덩이처럼 커졌다. 18일 아침 세월호 피해 상황에 전국이 괴로워할 때 허재혁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그리고 그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단 한 번도 기사가 난 적이 없던 무명의 모델은 충격을 받았다. "기사가 난 뒤 주변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세월호 사고를 조롱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충격적이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제가 혹시라도 나쁜 생각을 할까봐 '인터넷을 당분간 보지 말고 마음을 추스려라'고 하더라고요."
부산에 있던 아버지에게 전화를 받았다. 허재혁은 자신의 꿈인 모델을 꿈꾸면서 아버지와 마찰이 있던 상황. 아버지는 서울로 올라간 아들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에 당장 전화를 걸었다.
"기사가 나가고 저녁에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버지는 저를 조금 못 미더워 하셨는데 그 일로 화가 나셨는지 제 설명을 듣기도 전에 큰 소리로 '사회에서 매장 당할 생각이냐. 당장 부산에 내려와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전화를 받으니까 정말…" 허재혁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잇지 못 했다.
◆ 세간의 의혹에 대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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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SNS만 했다?
허재혁은 TV와 컴퓨터가 없는 원룸에서의 생활환경을 비롯해 자신이 다른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모델이 되겠다고 부산에서 서울로 온 지 3개월이 지났다. 사실 패션관련 정보와 영화, 음악, 사진 외의 다른 분야에는 무지하다. 뉴스 자체를 잘 보지 않았다. SNS를 다양하게 했던 것도 글을 쓰기 보다는 관련 사진들을 모으고, 또 제 사진을 올리는 용도로 썼다"고 설명했다.
처음 논란을 일으킨 잠수사진 또한 허재혁 본인이 아닌 영화 '서브마린' 속 인물의 모습이 담긴 스틸컷. 미국의 지인이 허재혁을 닮았다고 보낸 사진이 출처였다.(+카카오톡 첨부)
▷컴퓨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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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일을 준비하면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허재혁은 SNS에 별다른 글이 없어도 많은 사진을 게시하고 다른 이용자들의 사진을 가져오곤 했다. 그의 TV와 노트북이라는 주장된 사진은 허재혁의 지인이 애니 레보비츠 전시회를 찍은 것이고, 사진에도 이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노트북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인상 깊은 장면을 찍어 올린 다른 이용자의 사진이다. 사진공유가 빈번한 SNS의 특성상, 그의 해명이 가져온 사진으로 순식간에 거짓말이 돼있었다.
▷'잠수' 사진을 올리기 전에 페이스북에 올라온 세월호 기사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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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허재혁이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다고 주장했다. 이는 허재혁이 '세월호 기사를 접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한 것과 반대되는 사실이었다. 이 글은 허재혁의 거짓말 논란을 양산했다.
하지만 이는 조작된 주장이었다. 당시 증거사진으로 올라온 페이스북 캡처 사진상에는 '좋아요' 숫자가 없었다. '좋아요' 옆에 숫자가 떠야 그를 누른 이용자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캡처 사진에서는 숫자도 없이 허재혁의 이름이 뜬 목록이 합성돼있었다. 포토샵에 능한 그의 지인이 이를 알고, 해명에 나섰다. 최초 글은 사과 한 마디 없이 자진 삭제됐다.
허재혁은 '조작에 대한 법적대응을 생각하냐'는 물음에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닌데 대상이 추상적이기도 하고, 방법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무명 모델, 이때 이름 알리는 노이즈 마케팅?
모델이 꿈이라는 허재혁. 이번 논란은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는 질타로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이력이 없는 말 그대로 스무 살짜리 무명의 모델 지망생이었다.
그는 서울의 지인의 자취방에서 함께 생활을 했다. 소속사도 없던 그의 주 수입원은 주변의 사진작가나, 쇼핑몰을 통해 한 달에 두 세번의 일을 소개받아 하는 것이었다. 이번 일이 있은 뒤 그는 자신이 꿈꿔왔던 한 브랜드의 모델 제의를 스스로 포기했다. 시간을 가지고 자숙하겠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서다.
◆ 허재혁, 그의 마지막 말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에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죽어라' '없어져라'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들어야했다. 사회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했던 댓가, 그리고 우연과 오해가 겹친 결과는 혹독했다.
스무살 청년이 조금씩 쌓아올리던 꿈과 미래는 '올 스톱' 상황이다.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전역 후에도 모델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조심스럽게 답했다. "서울에 올라왔던 것은 모델로서 일하고 싶었던 것인데 저를 불러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허재혁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정말 몰라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저의 인간관계, 사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있는 사회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무지함을 반성합니다. 다만, 세간에 알려진대로 제가 비극적인 일을 우롱했다는 건 사실이 아님을 꼭 밝히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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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모델활동은 계속 했나봄
아래는 올해 쎄씨 4월 호 기사
http://media.daum.net/breakingnews/newsview?newsid=201605161748030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