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현직 경찰관이 서울 용산구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현장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일행들은 구속된 피의자들이 주최한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모임을 가진 것으로 12일 파악됐다. 또 이들이 모임 2주 전에 미리 마약을 구매한 만큼, 경찰은 일행이 처음부터 ‘마약파티’를 계획했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11일) 서울서부지법(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피의자 정모(45·구속)·이모(31·구속)·김모(31)씨는 평소 클럽과 운동 동호회를 통해 친분을 쌓았다. 맏형 격인 정씨와 이씨의 생일이 하루 차이가 나는 점에 착안해 지난달 모임을 기획했다. 집주인 정씨가 장소를 제공하고, 대기업 직원 이씨와 헬스 트레이너 김씨는 파티에 초대할 지인 명단을 작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찰은 이들이 “(마약 모임) 장소 제공을 공모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마약은 여러 종류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엑스터시 4알과 케타민 2g을 지퍼백에 담아 모임에 가져왔다. 모임 2주 전인 12일에 이태원 클럽 화장실에서 약 80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이씨의 소변에선 ‘천사의 가루’로 불리는 신종 마약 성분도 검출됐다. 수술용 마취제로 개발됐던 ‘펜사이클리딘(PCP)’ 유사체 성분으로 자살 충동과 환각, 발작 등 부작용이 심각해 사용이 중단됐다. 이 성분은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내 유리접시에서도 검출됐다. 이들은 수사에선 “(PCP가) 무슨 약인지도 모른다. 유리 접시엔 케타민만 담았다”며 투약 사실을 부인했지만, 영장심사에선 “결과적으로 몸에서 나왔기 때문에 인정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경찰은 정씨 등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이 도착한 당시 정씨는 유심칩을 제거한 휴대전화를 변기에 빠뜨리고 텔레그램 앱을 삭제하는 등의 행동을 해서다. 또 A경장 투신 당시 일행은 20명이었지만,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3명만 현장에 남아있어 초기 수사에 애를 먹었다. 아파트 폐쇄회로(CC)TV 고장이 난 탓에 피의자 진술과 아파트 입차 내역, 인근 상점 CCTV를 분석해 최근에야 참석자 5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정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에 “인원을 속여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 잦은 해외 출국을 했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 추가된 5명 외에 추가 인원이 더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 중 비뇨기과 의사 등 일부는 마약 투약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A 경장이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고 경찰에 진술 중이다. 경찰은 A씨가 투신할 때 방에 다른 일행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추락 전후 참석자들의 행적과 진술을 토대로 상황을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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