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20개도 남지 않은 고려 나전 중에서 ‘최고 수준’
‘새 고려 나전칠기’라는 말은 문화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보존이 쉽지 않아 국내에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는 지금까지 단 3건, 세계를 통틀어 봐야 일본과 미국 소장품 등 2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희귀 유물이기 때문이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나무와 나전·금속으로 만든 가로 33㎝, 세로 18.5㎝, 높이 19.4㎝ 크기의 상자다. 모두 4만5000개의 자개를 사용해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 문양인 국화 넝쿨·모란 넝쿨 무늬와 연주(連珠) 무늬(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해 만든 무늬)를 표현한 정교하고 화려한 작품이다. 전체 면에 자개를 사용해 770개의 국화 넝쿨 무늬를 장식했고, 천판(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 모란 넝쿨 무늬 30개를 배치했다. 외곽에는 연주 무늬 1670개를 둘렀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영롱하게 빛나는 자개의 색감과 세밀한 문양 표현이 탁월해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된다”며 “800년 넘게 지났지만 보존 상태가 우수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자개를 사용해 국화와 모란 무늬를 전면에 빼곡하고 규칙적으로 배치했고 ▲단선의 금속 선으로 넝쿨 줄기를 묘사했으며 ▲매우 작게 오려낸 자개에 음각 선을 그어 세부를 표현했고 ▲나전 본연의 무지개 빛깔과 광택이 살아있다는 점 등에서 최고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relion-academia/2023/09/07/SXTOSCRIBVBVTBTOYYKI3VYQRE/
6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한 이 유물은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한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년 넘게 보관돼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