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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묘사한 그림, 100년 만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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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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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14m 세로 36cm 화폭에 담겨
시간 흐름 따라 영화장면처럼 묘사
당시 독립신문 “6600여 명 희생”

 

 

“100년간 가까이 공개되지 않았던 조선인 학살 그림을 펼쳐보겠습니다.”

26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고려박물관. 한일 문화 교류 뜻에 있는 시민들이 모금해 세운 민간 박물관인 이곳에서 의미 있는 이벤트가 열렸다. 간토(關東) 대지진 100년을 맞아 당시 조선인을 학살하는 장면이 담긴 두루마리 그림이 일반에 공개됐다. 소식을 듣고 모인 관람객 40여 명은 펼쳐지는 그림 속 장면에 눈을 떼지 못했다.

길이 14m, 폭 36cm의 긴 그림에는 1923년 9월 1일 일본 수도권을 강타해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간토대지진 당시 참상이 영화 필름처럼 담겨 있다. 지진 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일본에서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탔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며 민간이 결성한 자경단, 군, 경찰 등이 조선인들을 무차별하게 죽이는 대학살이 벌어졌다.

기코쿠(淇谷)라는 이름의 화가가 1926년 그린 그림에는 평온했던 마을이 지진으로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생히 묘사돼 있다.

집이 부서지고 화재가 일어난 장면이 지나가자 누런 일본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반인과 함께 칼, 죽창을 들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죽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붉은 피를 흘리는 장면도 선명했다. 잔인한 학살 장면이 끝나는 그림 후반부에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쌓인 시체들이 불타는 모습도 그려졌다.

인터넷 경매로 2년 전 그림을 입수한 아라이 가쓰히로(新井勝紘) 고려박물관 관장(전 센슈대 역사학 교수)은 “간토대지진 참상을 그린 그림은 제법 있지만, 조선인 학살 장면이 이 정도로 생생히 담긴 건 흔하지 않다”며 “간토대지진 100년을 맞아 이 그림으로 과거의 사실을 반성하고 진지하게 마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중앙방재회의 보고서를 통해 당시 학살로 죽은 조선인이 사망 및 행방불명자 10만여 명의 1%에서 수 퍼센트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기에 대한 책임 인정 및 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조선인을 전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걸 이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군인, 경찰, 일본인이 공공연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람을 죽이고 있어요.”

일본 민간 박물관인 고려박물관의 아라이 가쓰히로(新井勝紘) 관장은 26일 일본 도쿄 신주쿠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100년간 역사의 바닥에 묻혀 있던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되돌아보자”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지진 대비를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새기기 위해 매년 간토(關東) 대지진이 발생한 9월 1일을 ‘방재의 날’로 정했다. 하지만 나라를 잃고 살던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의 손에 아무 죄 없이 무차별하게 학살당했다는 사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미래 지향적 관계로 나가려면 역사를 직시하며 화해와 치유를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100년 전 많은 한국인이 무고하게 희생됐던 간토대지진의 역사적 사실을 일본이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물에 독 풀었다’며 무차별 학살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등 수도권 일대에 최대 규모 8.3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다음날까지 규모 6 이상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일본 정부 공식 기록으로 10만5385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수십만 명이 다쳤다. 큰 피해로 극심한 혼란에 빠지자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했다.

사회 혼란이 이어지면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퍼지기 시작했다. 지진 당일인 1일에는 “사회주의자와 조선인 방화가 많다”, 다음날에는 “불령선인(불온한 조선인이라는 뜻)의 습격이 있다” 등의 정보가 퍼지기 시작했다.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을 지낸 일본 내무상 미즈노 렌타로(水野錬太郎)는 ‘도쿄 부근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경계 통지를 주요 기관에 내렸다.

지진 4년 전에 발생한 1919년 3.1운동으로 한반도에 두려움과 불쾌감을 느꼈던 일본 정부는 유언비어를 확산시켰다. 이는 민간인들의 공포심을 조장해 무자비한 학살을 조장했다. 조선인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던 “쥬고엔 고주센(15엔 50전)”을 시켜 어눌하면 바로 살해하는 식이었다. 사투리가 심한 지방 출신 일본인이 살해당하기도 했다.

지진 직후 일본 언론에는 “조선인이 곳곳에서 난도질했다” “조선 독립 음모단이 광산에서 폭탄을 훔쳤다” “조선인의 놀라움 음모, 폭탄 독약으로 시민을 폭도화” 등의 기사가 담겼다. 지진 발생 후 1개월이 더 지난 10월 중순에야 “유언비어에 곳곳에서 다수의 조선인을 살해해 사법당국 검거” “적(敵)은 조선인이라고 상관이 명령했다”며 유언비어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미 수많은 조선인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 日정부 “기록 없다”며 책임 회피

 

 

 

그나마 당시 한반도에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동아일보 등이 일본 현지 계엄사령부 내무성 경시청 등에서 학살 진상을 취재했지만, 조선총독부 검열에 막혀 보도되지 못했다. 이후 일본에서 보도 통제가 풀린 뒤에야 기사가 나가기 시작됐다. 그해 10월 15일 자 동아일보에는 ‘사이타마현 자경단이 남녀 100여 명을 학살’ 기사가, 20일 자 동아일보에는 ‘사이타마현에 학살이 우심(尤甚·더욱 심함)함은 현의 통달문이 그 원인’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현대 한국어로 바꾸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자경단의 폭행 사건은 사이타마현이 가장 심해 피해자가 160명에 달했다. 사이타마가 가장 심한 건 현에 아래의 통달문이 보내져 자경단이 격분했기 때문이다. (중략) 조선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할 염려가 있어 당국자는 재향군인회, 소방관, 청년단 등과 일체 협력해 경계를 담당하라.”

일본 정부는 정부 차원의 기록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올 6월 일본 국회 참의원에서 사민당 대표인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은 질의를 통해 당시 일본 정부가 각 지방에 보낸 전보 등을 제시하며 일본 정부가 스스로 유언비어를 조장해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본 경찰청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며 그동안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는 간토대지진 당시 유언비어로 조선인이 죽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

아라이 관장은 “당시 일본이 자료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이 없는 것이다. 가능한 한 은폐하고 감추면서 없었던 일로 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간토대지진 100년을 맞아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조사와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517162?s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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