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선생님께서 대체 무엇을 했느냐?”
라는 질문을 듣지 않아 본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질문으로는 “학교는 대체”가 있겠네요. 아마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들 또한 그러시리라 생각합니다.
학교폭력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누군가는 교사에게 소리치며 혹은 냉담하게
“선생님은 도대체 뭘 했느냐” 며 묻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묻고 싶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무엇을 안했습니까?
저희가 학교폭력이 무엇인지 이런 행위가 왜 잘못된 것인지 가르치지 않았나요? 교사가 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괴롭히고 놀리고 때리라고 가르쳤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는 교사의 노력이 어째서 가해 학생에게는 낙인을 찍는 걸로, 피해학생에게는 가해 학생을 감싸주려는 부당한 일로 비춰져야만 하는 걸까요?
대체 이 과정에서 저희가 무엇을 하지 않은겁니까?
현장체험학습에서 학생이 다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또 다시 질문을 받아야만 합니다.
선생님 우리가 무엇을 안했습니까?
출발하기 전 학교에서 수없이 반복했을, 아이들도 줄줄이 외우고 있을 안전교육이 부족했던 걸까요? 식중독이나 교통사고 시설안전에서 날씨에 이르기까지(이제 버스까지요) 지금의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책임이 아닌 것이 있긴 합니까?
우리 사회에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너나없이 ‘학교는 무엇을 했느냐’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앞다투어 ‘학교에서 이런 것을 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안전, 인성, 진로, 민주시민, 인권, 다문화, 통일, 독도, 경제, 환경교육에 이제는 마약에 도박까지. 쏟아지는 각종 지침과 요구, 무한한 책임의 굴레에서 선생님들은 그래도 내가 맡은 아이들의 일이다 하며 묵묵히 감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무슨 일만 생기면 교사에게 대체 뭘 했냐며 책임을 돌리는 이 사회, 당신들은 이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가 하나의 점으로 모여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함께 울부짖는 이 순간까지 정말 무엇을 하셨습니까?
선생님!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다해왔습니다. 또 해야 할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오늘도 이렇게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도 처벌받지 않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역할임에도 이를 외면할 수 있음을 가르치는 것은 누구입니까?
오용되는 법을 만들고도 이를 바로잡아달라는 외침에 귀를 닫은 채 그저 너희의 책임을 다하라며 떠넘기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이제 우리가 묻습니다. 대체 무엇을 하셨습니까? 당신들은 정녕 스스로의 책임을 다 하고 있습니까?
지금 이 자리를 빌려 요구합니다.
교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주십시오.
현장의 간절함을 담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입법 취지와 관계없이 무기로 휘둘러지고 있는 아동학대 관련법을 즉시 개정해 주십시오.
우리가 교사로서의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에 맞는 최소한의 책임을 짊어지길 촉구합니다.
우리가 살아낸 삶이 우리가 걸어온 자취가 곧 우리 스스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책임을 물었던 그들이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그 날까지 함께 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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