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영화 팬들은 영국 남자배우의 전형인 두 사람의 서로 닮은 듯 다른 매력을 발견했다. 한때 세계 영화계를 독점하다시피 하던 영국이 할리우드에 주도권을 뺏긴 후 세계인들은 영국 배우라고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남편으로 알려진 리처드 버튼과 셰익스피어 연극 전문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 정도의 이름만 알 뿐이었다. 그러다가 귀공자형의 깔끔한 미남 휴 그랜트와 전형적인 영국 신사풍의 호남 콜린 퍼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랜트는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1)으로 이미 인기 절정에 올랐었다. 퍼스도 1995년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매력 넘치는 다르시 역으로 많이 알려진 바 있다.
영국 여인들에게 이 두 배우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던져 보면 일반적 인식과는 다른 견해가 나와 외국인들을 당황케 한다. 한국을 비롯해 특히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그랜트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상당수 영국 여성들은 “크게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라고 답한다. 다시 ‘그럼 어떻게 느끼느냐’고 다잡아 질문하면 “분명 잘생기기는(smart and handsome) 했는데 어쩐지 ‘nauseating’ 혹은 ‘sleazy’ ‘slimey’해서 싫다”고 표현한다. 세 단어 모두 우리 말의 ‘느끼하다’는 말에 해당하나 더 심하고 강한 표현이다. 심지어 “그는 정말 그냥 싫다(He is a bit ick)”는 악평도 들었다. 그리스 조각처럼 깎아 놓은 듯한 용모의 그랜트가 영화배우로는 몰라도 애인이나 남편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다. 반면 “퍼스는 어떠냐”고 물어보면 바로 호평이 돌아온다. 퍼스에 대한 여인들의 평은 “믿음직스러워서 좋아한다” “왠지 신뢰감이 간다” “친절할 것 같다” “예의가 있는 듯하다” 등이다.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그랜트는 얼굴도 작고 잘생겨서 꽃미남인 반면 상대적으로 얼굴이 큰 퍼스는 호남일지는 몰라도 결코 미남으로는 볼 수 없다. 꽃미남들의 인기가 높은 한국 기준에는 분명 어긋나는 반응이다.
이제 ‘매력’과 ‘카리스마’로 들어갈 차례이다. 영국 남자들 중에는 한 가지의 스포츠를 평생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몸을 튼튼히 하겠다는 목적보다는 일과 가정 말고 자신만의 뭔가에 몰두하려는 인간상에 남녀를 불문하고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남자라면 한 가지 스포츠를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력이 없고 카리스마가 없다고 여기는 여성들이 많다. 거기다가 얼굴 모르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는 평생의 봉사활동까지 겹치면 매력 만점의 남자가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콜린 퍼스는 필자가 런던에 소유한 레스토랑의 단골손님이어서 가끔 본다. 항상 겨울이 되면 레스토랑 앞 교회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는 현장에 와서 봉사를 한다. 사람들 속에 섞여 묵묵히 설거지를 하는 퍼스의 모습은 매력 그 자체이다.
이제 비로소 ‘외모’이다. 만일 위의 조건이 갖추어지면 영국인들은 이미 승부가 났다고 여긴다. 거기다가 키와 외모까지 갖추면 더욱 좋지만 여기까지만 와도 대개의 여인들은 마음을 연다. 외모에 대한 영국인들의 기준은 그랜트에서 보았듯이 다양하다. 사실 알고 보면 영국인에게서 외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셈이다
말이많아서 중략많이함 21년도 기사임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6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