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로드숍 사라진 틈새 균일가 편집숍 다이소가 채운다
파운데이션 5000원·립밤 3000원... 커피 한 잔 값도 안돼
애경·클리오·입큰 등 중견 화장품 입점 러시
‘초등생의 놀이터’ 된 다이소...“미래 고객 확보 위해 매력적인 채널”
서울 강남의 한 다이소 매장 내 화장품 매대. /김은영 기자
애경산업은 이달 중 남성용 색조 화장품 ‘스니키(SNEAKY)’를 다이소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화장하는 남성, 일명 그루밍족(외모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남성)을 겨냥한 것으로 남성용 파운데이션과 컨실러, 선크림, 립밤, 아이브로우 등 9개 제품을 출시한다.
가격은 파운데이션과 컨실러가 5000원, 립밤과 아이브로우가 3000원 수준으로,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에 맞췄다.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가 화장품 판로로 주목받고 있다. 중견 화장품사의 상품을 균일가에 판매한 것이 다이소의 주 고객인 10대 고객에 먹히면서다. 업계 일각에선 다이소가 로드숍 화장품이 사라진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이소의 올 상반기(1~6월)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70%가량 늘었다. 기초화장품은 90%, 색조화장품은 약 50% 매출이 증가했다.
업계에선 중견 화장품 업체와 손잡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가 좋은 화장품을 판매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이소의 화장품 가격은 최소 500원, 최대 5000원이다.
기존에 다이소 화장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애경산업, 네이처리퍼블릭, 입큰, 동국제약, 에이블씨엔씨, 지피클럽 등이 입점하면서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올해 5월 기준 14개 브랜드가 다이소에서 상품을 팔고 있다.
지난해 4월 네이처리퍼블릭과 함께 선보인 다이소 전용 브랜드 ‘식물원’의 경우 발효콩 성분이 들어간 앰플(30ml)을 5000원에 판매해 이목을 끌었다. 로드숍 화장품 매장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사양의 제품이 2만~4만원대라는 걸 고려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국내 대표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인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제조한 화장품도 상당수다.
지난 6월 다이소에서 가장 많이 팔린 화장품은 ‘식물원 알로에 마스크 시트’(500원), ‘입큰 퍼스널 코렉팅 블러 팩트’(5000원), ‘포인트 클렌징 티슈’(3000원) 순이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의 매대처럼 꾸민 다이소 매봉역 뷰티 코너. /다이소
다이소 관계자는 “작년부터 브랜드사 화장품을 입점시켰는데 반응이 좋다”라며 “다이소가 갖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 역량과 균일가 정책에 공감하는 기업들이 입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장품 업체들은 다이소의 오프라인 중심의 점포 운영을 강점을 꼽았다. 다이소는 작년 말 기준 1442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데, 대부분 지역의 주요 상권이 위치해 접근성이 높다는 평가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유행 제품을 구매하려는 젊은 세대가 다이소에 몰리면서 ‘10대들의 놀이터’라는 평을 얻는 것도 화장품 업계가 다이소를 매력적인 채널로 보는 이유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다이소 화장품을 검색하면 ‘다이소 뷰티템’ ‘’다이소 꿀템’ 등의 제목으로 관련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다이소에 화장품을 입점한 업체 한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중고등학생의 놀이터라면, 다이소는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라며 “화장을 처음 하는 청소년들이 다이소를 통해 브랜드를 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이들에서 익숙한 채널에 들어가는 게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장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다이소는 해당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10대들이 주로 화장품을 구매한다는 점을 고려해 여드름 등 트러블 예방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엔 화장품 매대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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