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A씨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몇년 전만 해도 풍성했던 앞머리가 눈에 띄게 듬성듬성해지면서 친구들보다 이마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탈모가 시작된 건 아닌지 걱정된 A씨는 유전자 분석 업체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체를 보내고 열흘 후 업체로부터 ‘전체 한국인이 100명이라면 그 중 87등이다. 1등에 가까울수록 원형탈모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는 내용의 결과지를 받았다. A씨는 곧장 집에 있는 샴푸를 약산성으로 바꾸고 두피클리닉에 다니기 시작했다.
MZ세대 사이에 유전자 검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마치 MBTI 열풍을 연상케 할 정도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마크로젠이나 뱅크샐러드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서비스에 대한 젊은층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최근엔 전문 기관을 방문할 필요없이 집에서도 쉽게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수 있는 ‘소비자직접판매(DTC·Direct-To-Consumer)’ 시장이 활성화돼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DTC 사업에 힘쓰고 있는 곳은 마크로젠이다. 유전체 분석 1위업체인 마크로젠은 지난 6월 ‘젠톡’을 출시했다. 젠톡은 탈모부터 피부 노화, 불면증, 카페인 대사까지 69종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음주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는 홍조 인자가 얼마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앱에서 원하는 패키지를 신청하면 집으로 검체키트가 배송된다. 여기에 타액을 넣어 반송하면 마크로젠에서 분석 후 결과지를 보내준다.
젠톡의 누적 방문자 수는 론칭 한달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기본 패키지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검사 항목은 탈모”라며 “특히 MZ세대 참여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중년 남성들의 흔한 특징으로 여겨졌던 탈모가 MZ세대의 고민거리로 떠오르면서 많은 청년 고객들이 탈모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탈모를 일으키는 10종의 유전인자 중 몇개가 내 몸 안에 있는지, 모발굵기가 얇아지거나 새치가 생길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모로 진료받은 전체 인구 중 2030대가 절반(43%)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한 영역이라는 점도 인기 검사항목으로 떠오른 데 영향을 미쳤다.
또다른 업체로 금융핀테크 회사인 뱅크샐러드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잘 드러난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최근 들어 탈모 검사에 대한 후기가 부쩍 많아졌는데 전체 검사자 중 20대가 55.9%, 30대가 35.9%로 90%이상”이라고 말했다.
2021년 론칭한 뱅크샐러드는 남성형·원형탈모, 모발굵기, 새치 등 4종의 유전형질 정보를 분석해준다. 이외에 비만, 요요 가능성, 영양소, 피부를 비롯한 60여종에 대한 검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검체키트가 배송되면 입 안 양쪽을 10번씩 긁어 용액에 넣고 반송처리하는 방식이다. 현재 25만명 이상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뱅크샐러드에서 탈모 ‘위험’ 진단을 받은 B씨는 “요즘 앞머리가 M자형으로 바뀌는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실제 검사해보니 탈모에 불리한 유전자 10개 중 7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우선 일상에서 금주·금연부터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젠의 ‘라이프진’도 DTC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메디젠에 따르면 탈모 외에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분야로는 비만이 꼽힌다. 현재 메디젠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300여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검사자의 영양상태, 적합한 수면패턴뿐 아니라 위암·간암·대장암을 비롯한 주요 암과 치매의 발병 가능성, 알코올 의존도, 니코틴 의존도도 알 수 있다.
MZ세대 사이에 유전자 검사가 인기를 끌고 있는 데에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데 적극 투자하는 젊은층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BTI 검사와 유전자 검사 모두 자기자신에 대한 정보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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