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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中동포 오자 한국인 떠났다”… 보이지 않는 차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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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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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의 동행이 인구절벽 문제의 해법으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정작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하는 실정이다. 중국 동포들은 한국에서의 삶에 불만을 표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 동포는 여전히 한국인에 비해 ‘아래층’”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슬람 사회에서 온 이민자들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산다고 했고, 문화적 차이가 극복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중국 동포 아이 1명 오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동초등학교 앞 문구점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지역 주민은 “중국 동포의 아이들이다”고 귀띔했다. 친구와 장난치느라 몇 번이나 물건값을 되묻고 낯선 어른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거는 모습이 여느 초등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물건을 산 아이들은 환전소와 행정사무소, 중국식품점이 나란한 학교 정문 쪽으로 사라졌다.

지금은 ‘중국 동포 명문학교’라 불리는 대동초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서울의 여느 초등학교와 다르지 않았다. 2003년 아들을 대동초에 보낸 한 토박이 주민은 “당시만 해도 중국 동포 아이는 반에 한두 명꼴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구로구 가리봉동이 재개발되면서 이 지역에 살던 중국동포들이 대림2동으로 대거 이주했다. 자연히 이들의 자녀들도 대동초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애초 대림동에 살던 한국인들은 이러한 이주의 흐름을 마냥 반기진 않았다. 이 지역 한 상인은 “학교에 중국 동포 아이 한 명이 들어오면 한국 아이 두 명이 떠나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입생 중에 중국 동포 수가 더 많다고 한다. 서울시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2008년 1분기 대림2동의 등록외국인 수는 6824명으로 전체(2만6283명)의 26%였다. 이 비중은 10년여 뒤인 2019년 1분기 42%까지 올랐다.

중국 동포들은 비교적 일찍 이주한 선주민, 또 한국인과의 틈에 다양한 계층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대림역 인근 식당의 종업원 A씨(61)는 “(한국) 국적이 있는 중국 동포는 국적 없는 동포보다 월급을 조금 더 받지만, 한국 사람들에 비하면 아래층”이라고 말했다. 간병인이나 가사도우미 등 중국 동포가 주로 취업하는 곳에서도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딸은 대학을 나오고도 한국에선 취업이 안 돼 홍콩에서 취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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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의 악화는 이주민들에게 큰 불안감이 돼 있다. 가리봉시장에서 만난 상인 B씨는 “어느 날엔가 중국에서 우리를 불러가거나 한국에서 우리를 내쫓지 않겠는가 하는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돈도 못 빼고 쫓겨날 수 있다는 소문도 돈다”고 말했다. B씨는 기자를 상대로 “한국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반복해 말했다.

중국 동포들은 한국인과의 차별점을 말하면서도 “눈에 띄는 심한 차별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인종차별 실태조사에서 한 이주민은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가 이주민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 한국인과 이주민의 구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인종차별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무슬림아, 돌아가라”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한국 최대 이슬람 사원인 서울중앙성원에서는 평일 오후임에도 히잡을 쓴 무슬림 이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도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근처 골목에는 이들을 위한 식당과 교육원, 식료품점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서울 시내에 전용 생활권이 생길 정도로 무슬림 이주민은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 18만5000명가량이 국내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언어와 문화, 종교가 모두 한국인과 다른 무슬림 이주민은 다른 문화권의 이주민들보다 한국사회 적응‧공존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슬람포비아’ 현상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며, 무슬림 이주민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태원동에서 만난 일디나 아자라 빈티 자스완(22)씨는 “히잡을 쓰고 기차에 탄 무슬림 친구에게 한 노인이 다가와 ‘무슬림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수차례 소리치는 걸 경험했다”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는 그는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9·11 테러 이후 무슬림 사회 전체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났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일디나씨는 “나는 무슬림인데도 불구하고 테러리스트를 두려워한다. 무슬림 자체가 아닌, 어디에든 존재하는 소수가 문제인 것”이라고 했다.

터키에서 온 문쿠(23)씨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온 무슬림 친구가 있었는데, 이들이 히잡을 썼을 때 한국인들이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다문화적인 곳이지만 히잡을 수용할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무슬림 이민자와 주류사회의 갈등은 유럽에서 이미 발견됐었다. ‘정체성’을 고집하는 이주민들도,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내국인들도 통합을 위해서는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진단이다. 토프락(22)씨는 “이주해온 이들의 70~80%는 ‘K팝’ ‘K드라마’로 생긴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혐오가 아닌 자산으로


이주민의 유치는 사회통합과 함께 추진돼야 할 과제이며, 결국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정부 부처는 이주민의 정착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여성가족부는 지역 주민들의 ‘가족 다양성’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결혼 이민자들이 직접 인형극단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보이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국인·이주민간 상호 문화적 소통을 강조해 왔다. 향후 이주민 유치가 본격화할 때에는 여러 갈래로 흩어진 사회통합 정책들이 이민청 아래 총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권위는 이주가 세계 보편의 삶이 됐음을 강조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3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낸 성명에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할 자산으로서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택현 기자(alley@kmib.co.kr)김지훈 기자

정진영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62617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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