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교실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책상을 넘어뜨린 교사가 1년 3개월이 넘는 검·경 수사와 재판 끝에 아동학대 오명에서 벗어났다.
교권침해를 넘어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할 책무조차 아동학대로 치부돼 수사기관에 넘겨질 수 있는 학교 현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광주고검에 따르면 검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광주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를 처벌해 달라는 학부모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A교사는 경찰 수사와 2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 학부모가 제기한 민사소송 등에서 모두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자신의 자녀를 학대했다는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된 지 무려 1년 3개월 만이다.
A교사는 지난해 4월12일 교실에서 급우와 싸우던 초등학생 B군을 말리고 훈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훈육을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소송을 당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A씨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책상을 넘어뜨린 행위, 학생을 복도에 세워두는 방법으로 처벌한 행위, 학생들 앞에서 잘못을 지적한 행위, 학생이 낸 반성문을 찢어서 날린 행위로 자녀가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검·경 조사결과 당시 B군이 다른 학생의 팔과 얼굴 등을 때리는 것을 목격한 A교사는 교실 맨 뒤에 있는 책상을 사람이 없는 복도 방향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또 A교사는 같은해 5월말 B군이 같은반 학생을 때렸다는 말을 듣고, B군에게 '잘못한 것을 적어보라'며 반성문을 쓰도록 했다.
A교사는 '없음. 선생님이 밉고 친구들도 싫다'는 짧은 B군의 반성문을 찢었다.
경찰은 A교사의 행위 중 책상을 넘어뜨린 행위와 반성문을 찢은 행위가 '신체적 학대는 아니지만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는 피해아동의 정신건강을 저해하거나 그럴 위험이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아동정신 건강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면 학대 행위가 성립된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앞으로는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가르치려는 선생님이 무슨 죄냐"는 초등학생들, 전국교사들의 탄원서 1800여장이 접수됐다.
해당 학급의 한 초등학생은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너무 시끄러우면 조용히 하라고 말하셨고 싸우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잘 해결해 주셨다. 선생님은 아동학대를 한 적이 없다. 선생님이 아동학대를 했다면 우리 반 아이들이 다 알겠죠. 근데 우리반 아이들은 모르고 선생님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런 선생님을 졸업할 때까지 보고 싶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저희 선생님의 평소 모습은 항상 밝은 모습이고 저희반 친구들도 잘 가르쳤다. 쉬는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잘 들어주신다. 갑자기 헤어지게 됐는데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고 탄원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사건 당시 교실에 있었던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의견 청취까지 진행했다.
심의위원회를 연 검찰은 'A교사의 행동을 정서적 학대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지난 4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위원 대부분은 모두 A교사의 행위를 아동학대법으로 처벌할 경우 심각한 교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학부모는 항고했다.
광주고검은 한 달 넘게 해당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증거불충분으로 광주지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학부모가 A교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도 법원에서 기각 처분됐다.
B군의 학부모는 자신에 대한 위자료 1279만원, B군에 대한 위자료로 2000만원 등 총 3279만원을 A교사와 학교장이 배상해야 한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지법 민사3단독 김희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학부모와 교사가 각각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다양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교육현장에서 다수의 아동을 교육하고 선도하는 교사에게 상당 부분의 재량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부모에게 아동의 상태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아동의 행동을 촬영하거나 상담을 녹음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인정사실과 학부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설령 A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지도하는 담임교사로서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B군을 교육하고 선도하는 것을 넘어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가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A교사는 1년 3개월에 걸친 수사와 재판 끝에 '싸움을 제지한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고도 당연한 교권 행사'였음을 인정 받았지만 담임교사에서 배제돼 자신을 기다리던 학생들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교사는 스스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A교사는 올해로 21년차 베테랑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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