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정민이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얻었다.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에서 ‘야망남’ 장도리 역을 맡아 그 어떤 인물보다도 빛나는 필모그래피를 완성한다.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놀라운 얼굴을 떠올린다면, 당장 ‘밀수’라도 하고 싶어지는 배우다.
■‘밀수’ 박정민, 단연코 빛나는
박정민은 ‘밀수’ 안에서 제일 빛난다. 열등감과 야욕 사이 오가는 ‘장도리’로 분해 사건의 파장을 키우는 핵심 키를 쥔다. 투톱으로 나선 김혜수, 염정아 뿐만 아니라 조인성, 고민시, 김종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제 색깔을 공고히 유지한다. 영화를 본다면, 앞서 제작보고회에서도 김혜수가 “박정민의 모든 영화 중 ‘밀수’가 최고다. 그의 작품을 모두 봤는데 그 중 최고, 앞으로도 ‘밀수’의 장도리를 뛰어 넘기는 힘들 것”이라고 칭찬한 이유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전반부와 후반부 ‘장도리’ 캐릭터성이 180도 달라지는데, 여기에 설득력을 얹는 것이 바로 그의 표현력이다. 과도하게 부풀린 펌 스타일부터 손대기도 싫은 패션 아이템,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덕지덕지 부착한 과유불급 귀금속까지, 뼛 속 깊이 ‘열등 유전자’를 지닌 장도리의 못난 내면을 외적으로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박정민은 애써 웃기려 하지 않아, 더욱 큰 웃음을 안긴다. 개그 의도가 조금이라도 읽혔다면 자칫 희화화될 법한 캐릭터지만, 박정민은 매 장면 ‘장도리답게’ 움직이며 상황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임팩트도 강하다. 영화가 올라간 이후에도 ‘장도리’를 가장 오래 기억하는 건 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력 덕분이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담당하는 것은 ‘장도리’와 고민시가 연기한 ‘고옥분’의 속적인 러브라인이다. 사실상 쌍방통행 멜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이 빚어내는 아슬아슬항 핑크빛 텐션이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밀수’의 막내 라인이지만, 합은 선배들에 뒤지지 않는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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