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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극한직업’이 된 교직… 젊은 교사들 떠난다 [심층기획-잠든 학생, 무력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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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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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꿈이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네요.“

경기지역 한 중학교 교사 A(28)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퇴직을 고민 중이란 글을 올렸다. 교사가 되고 싶어 사범대에 진학했고, 어렵게 임용시험까지 합격했지만 교사 업무는 만만치 않았다. ‘가르치는’ 일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반에 한두 명씩 있는 소위 ‘문제아’들과의 감정 소모, 밤낮없이 이어지는 학부모의 민원 전화가 그를 괴롭게 했다. 끝없는 행정업무는 덤이다. 


10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A씨는 “밤늦게까지 학부모 항의 전화를 받고 각종 서류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란 생각에 허탈할 때가 많다”며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끔 말 안 듣는 아이들이 ‘뭘 어쩔 건데요?’라며 무시할 때도 대꾸할 말이 없다. 진짜 ‘내가 뭘 어쩔 수 있겠나’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교사가 되려고 노력한 시간이 아깝지만 더 늦기 전에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무너지고 있다. 교사는 한때 선망의 직업이었으나 최근 저연차 교사들의 퇴직이 급증하는 등 직업 만족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공교육의 ‘핵심’인 교사가 변하지 않는다면 공교육도 바뀌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교사들은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은 교사 본연의 ‘가르침’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세계일보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공동으로 지난 5∼8일 고교 교사 8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교사의 83.9%는 교육활동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2개 선택)으로 ‘교권약화로 학생 지도 한계’를 꼽았다. 이어 ‘수업 외 업무 과중’(65.3%),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23.4%), 열악한 경제적 처우(17.7%) 등의 순이었다.


한국교총은 “수업방해 등 학생의 문제행동에도 제지할 방법이 없고, 괜히 적극 지도했다가는 무차별적인 항의,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만 당하는 무기력한 교권이 교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비본질적이고 과도한 행정업무, 1%대 보수 인상에 따른 실질임금 삭감, 공무원 연금 개편 논란까지 겹치면서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교직은 ‘극한직업’으로 전락했다는 게 교총의 진단이다


스스로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은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교사 명예퇴직은 2005년 879명에서 2021년 6594명으로 7.5배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5년 차 미만 저연차 교사의 퇴직이 급증하는 추세다.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 교원 현황’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년 3월∼2023년 4월) 5년 차 미만 퇴직 교사는 589명으로 전년(2021년 3월∼2022년 2월) 303명의 두 배 가까이 됐다. 


교원단체의 설문조사에서도 떨어진 만족도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교총이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 6751명을 조사한 결과 교직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6%에 그쳤다. 교총의 관련 설문 중 역대 최저치로, 2006년에는 67.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감소폭이다.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도 20.0%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한 고교 교사 B씨는 “교사 대부분은 교육자라는 사명감으로 교사가 되고 열악한 처우도 사명감으로 버티는데 최근 환경은 이런 사명감을 사라지게 한다”고 말했다. 



◆말 안 듣는 아이들, 무시하는 학부모

교사들은 만족도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로 ‘무너진 교권’을 들었다. 과거 학교는 소위 ‘촌지’를 받고 무차별적인 체벌을 하는 등 교사 권한이 과도하게 높아 문제였다면, 지금 학교는 교사가 아무런 힘이 없어 문제다. 경기 한 중학교 이모(48) 교사는 “아이들은 교사가 자신을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지시를 잘 따르는 아이에게 감사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씨는 “매년 우리 반에 문제아가 없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가 오면 1년 내내 끌려다닌다”고 토로했다. 


서울지역 고교 교사 박모씨도 수년간의 교직 생활로 진이 다 빠진 상태다. 박 교사는 “수업시간에 교실에 안 들어가는 아이가 있어서 들어가라고 하면 ‘싫다’고 하고,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면 ‘선생님이 뭔데 가져가냐’고 하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지도를 포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의 교권침해도 심각하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520건) 중 46.3%(241건)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였다. 교직원(127건), 학생(64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교사들은 학부모가 교사에게 무차별적인 민원을 제기하고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일보가 교사노동조합연맹을 통해 제보받은 교권침해 사례는 무너진 교실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기지역 고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가 있어 깨우니 학부모가 ‘그 과목은 필요없다, 친구들 앞에서 깨워서 아이가 모욕감을 느낀다’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경북지역 중학교 교사는 “교내에서 실외화를 신은 아이가 있어 지도하니 학부모가 ‘중요하지 않은 일로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 하고, 담배 피운 아이의 선도위원회를 여니 학부모가 ‘요즘 다 피우는데 무슨 권리로 징계를 하냐’고 항의했다”고 하소연했다. 학부모의 계속된 폭언·민원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는 교사도 많다.



대전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 잘못으로 선도위원회에 올라가자 학부모가 오랜 기간 괴롭혔다”며 “또 어떤 일로 민원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 민원 중재센터나 교사 보호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경기의 한 고교 교사는 “전화번호가 학부모에게 공지되니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도 수시로 전화가 온다. 몇 시간씩 항의와 하소연을 들으면 진이 빠지고 교직에 회의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는 “학부모로부터 시달린 교사는 트라우마가 생기고 ‘(학생 지도 등을) 열심히 하면 오히려 당한다’는 인식이 퍼진다”며 “학생의 문제행동 등을 강하게 제재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중한 업무, 열악한 환경

과중한 업무도 교직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교사들은 출결과 체험학습신청서 등 많은 업무가 전자시스템이 아닌 수기로 관리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디지털 기기 관리부터 청소 등 학교의 각종 업무가 모두 교사에게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지역 고교 교사는 “매일 지각·조퇴·결석하는 아이가 몇 명씩 있는데 학부모들이 항의해 어지간하면 다 질병으로 처리해야 한다. 연락하고 서류 받느라 하루가 다 간다”며 “내가 교사인지 행정 처리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의 다른 중학교 교사는 “교육청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준 스마트 기기의 충전, 고장도 일일이 챙겨야 하고 교무실과 복도 청소는 물론 학교 쓰레기 분리수거, 하다못해 에어컨 필터관리도 교사가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사무실 청소하는 직장인이 어디 있느냐”며 “현재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 교사도 “행정 업무가 많아 수업 준비는 퇴근 후 밤늦게 한다. 교육부는 수업을 혁신 하라는데 연구조차 하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https://v.daum.net/v/20230711061247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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