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교양PD 연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OTT 시사교양물 증가 예상 속 PD들 기대감 높아
이제 넷플릭스도 언론이다? 심의체제 변동 가능성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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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교주의 실체를 폭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파장이 적지 않다.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성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 된 JMS 총재 정명석씨를 가리켜 “엄정한 형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신이다>는 정명석씨의 방송 금지가처분 신청으로 지난 3일 공개 전부터 주목을 받았는데, 우리나라 넷플릭스 오지지널에 가처분신청이 제기된 첫 사례였다. OTT의 사회적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반증이자, 누군가는 OTT를 언론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장면이다. 이번 오리지널을 현직 MBC 시사교양PD가 연출했다는 점도 향후 방송계에 미칠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KBS의 한 시사교양PD는 “<피지컬100>에 이어 MBC에서 저 정도 성과가 나오니 평PD들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자극받는 것 같다”며 “얼마 전 간부로부터 넷플릭스 협업을 적극 권장한다는 지침도 받았다. 뭐든 해도 된다고 하더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지금껏 PD사회에선 드라마PD와 예능PD만 OTT로 연출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피지컬100> 장호기PD와 <나는 신이다> 조성현PD가 시사교양PD로 넷플릭스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기획만 좋으면 넷플릭스에서 CG담당자까지 제작진을 갖춰주고 충분한 제작비와 제작시간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PD들 입장에선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SBS의 한 시사교양PD는 넷플릭스와 협업을 두고 “평PD는 다 하고 싶어 한다. 지상파 시사다큐 편성이 줄고 시청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며 “OTT와 제작 경험이 쌓이다 보면 (우리에게) 유리한 계약이 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PD는 특히 “심의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하며 “OTT는 표현의 자유도 다르고, 다룰 수 있는 수위도 다르다. OTT도 지상파에서 못하는 걸 원한다”며 OTT가 시사교양PD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할 시장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방송심의라는 벽에 부딪히지 않는 OTT는 OTT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PD들에게 해방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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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성공하면 배 아프다'는 지상파의 딜레마적 상황은 여전히 피할 수 없다. IP(지적재산권)를 갖고 있다면 MBC는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PD도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등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한 상황에선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 지상파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현실적이다. 지상파3사 연합 OTT '웨이브'의 경쟁사 격인 넷플릭스와 지상파PD의 협업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월간 사용자수는 넷플릭스 1257만, 웨이브 401만명이다. 눈앞의 세계 시장만 노리다 결국 넷플릭스만 키워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 총괄 프로듀서였던 김진만 MBC PD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번 협업을 두고 “방송사의 막강한 자산인 아카이브를 활용했고, PD수첩의 제작 노하우를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PD들 입장에선 사내 예산으로 하기 어려웠던 큰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 경험을 (사내에) 공유할 수 있다. 언젠가는 늘어나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OTT와 IP 협상에서 윈윈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소중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협업이 PD들에겐 실시간 편성에 갇혀있던 연출 욕구를 발산시키고, MBC에겐 지상파 플랫폼 독점시대가 끝난 지금 MBC 브랜드를 높일 '새로운 길'이라는 의미다.
지상파3사 시사교양 PD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도 2021년 <레인코트 킬러:유영철을 추격하다>, 2022년 <사이버 지옥:n번방을 무너뜨려라>처럼 시사교양 오리지널 콘텐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넷플릭스의 시사교양 오리지널이 늘어날수록, 가처분신청 사례도 늘 것이다. 그럼 언젠가는 넷플릭스도 저널리즘의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이라는 주장이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 이 경우 뉴스 배열을 하던 네이버를 2009년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규정했던 것처럼, 넷플릭스의 저널리즘적 역할을 규정할 수 있는 법제도적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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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심의한 사례는 없다. 심의위 내 통신소위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심의할 수 있는데, 불법성과 유해성이 명확한 경우 정보통신심의규정 15조 1항에 따라 삭제 또는 접속차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신 심의는 주로 불법 영상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나는 신이다> 같은 시사교양 콘텐츠에 삭제 또는 접속차단에 나설 경우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넷플릭스는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다. 때문에 OTT 오리지널에 대한 심의 요구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미래를 대비해 심의체계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을 역임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심의위 내 방송소위처럼 OTT 소위를 따로 만들고 관련 심의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OTT 소위에서 방송소위처럼 제작진 의견진술 절차를 마련해 심의위원들이 제재 수위를 숙고하고, 삭제 또는 접속차단 외에 벌금이나 권고 같은 선택지를 만드는 식이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선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이 필요하다. 유튜브의 저널리즘적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온 것처럼, 일상의 플랫폼이 된 OTT의 오리지널이 구현하는 저널리즘도 어느덧 우리의 눈앞에 다가왔다.
https://v.daum.net/v/20230307111427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