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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찬욱의 거짓말은 어떻게 관객들을 홀렸나
박찬욱(53)감독의 영화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아마 ‘매혹’일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호린다는 뜻의 이 말은 영화 탄생 초창기 관객들에게 엄청난 시각적 ‘쇼크’를 선사했던 영화의 특성을 칭할 때 쓰이기도 했다.
앞서 영화 칸영화제에서의 두 차례 수상(올드보이, 박쥐)으로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라선 박찬욱 감독은 10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7년 만의 한국영화계 복귀작인 ‘아가씨’로 또 한 번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을 ‘핑거스미스’란 소설을 1930년대 일제강점기로 옮겨온 그는 아가씨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관능적이고 탐미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다. 동서양이 혼재된 세트와 의상은 그의 작품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아름다운 미장센을 구현해냈고, 관객들은 144분간 마치 한 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 새로운 경험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 감독은 인터뷰에서 극 중 캐릭터들의 ‘거짓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코우즈키(조진웅)는 존재 자체가 허구 아닐까요. 그는 원래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인 척 하는 게 아니라 일본인 자체가 되고 싶은, 이를 테면 ‘슈퍼 친일파’ 같은 존재예요. 온통 거짓 정체성과 거짓말로 둘러싸인 인물이죠. 이는 영화의 속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영화에서는 거짓말이 주는 재미가 매우 커요. 누가 누구를 속이고 진짜 거짓말을 하는지 관객들은 아는데 주인공만 모르는 상황이 재미있죠. 영화 자체가 굉장히 창조적이고 거짓말이 없으면 안 되는 예술장르 아닐까요? 일종의 거짓말의 기술이랄까. 그런 점이 비슷하다는 것이죠.”
‘아가씨’ 주연배우 김민희는 박 감독의 작품에 대해 “뭔가 이상하게 변형된 인간들이 나오는데, 그 안에서 인간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새롭고 창조적이고 매력적인 악당이 장르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듯, 뒤틀린 인간상이 상업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봤다.
스스로를 ‘대중영화 감독’이라고 칭한 그는 “감독들은 모두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영화로 만든다. 난 재미없는데 대중이 원하니까 만든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100년이 흘러도 클래식으로 평가 받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100년까지는 그저 바람인 것 같고, 제 영화가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다면 기껏해야 몇 년쯤이겠죠.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유행을 좇는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 정도가 아닐까요. 관객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건 모든 감독들의 꿈이요.”
박 감독은 정확한 콘티나 계획 하에 촬영을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그에게 배우란 어떤 존재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를 긴장하게 해주는 존재들이죠. 제 촬영장에서 배우들 외의 다른 것들은 다 의논되고 결정돼 있는 부분이라서 이들을 잘 수행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돼요. 그런데 배우들은 달라요. 미리 리딩도 하고 리허설도 한다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제 예상을 빗나갈 때가 많거든요. 사실 그래야 좋은 연기가 나와요. 카메라나 미술은 예상을 벗어나면 좋은 결과가 안 나오는데 말이죠. ‘히데코’ 김민희가 ‘백작’ 하정우에게 약이 든 와인을 먹이려 하는 장면에서 하정우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자 갑자기 짓는 오묘한 표정이 있어요. 한 손에 와인 잔을 들고 있는 민희씨의 모습은 마치 창을 들고 있는 아테나 여신 같았죠.(웃음)”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