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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씨네 21과 인터뷰한 민희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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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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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진은 K팝 산업을 ‘정반합’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민희진 대표는 “대중이 싫증을 쉽게 느끼는데, 보통 정반합 삼 단계에 따라 진행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제작자 개인과 어도어 레이블을 넘어서서 최근의 그는 K팝 산업 자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2년 SM엔터테인먼트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그리고 레드벨벳 등의 비주얼 브랜딩을 성공시키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등기이사까지 올랐다. 오랜 직장을 돌연 퇴사한 후 하이브 브랜드 총괄을 맡게 됐을 때 그의 행보를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을 것이다. 

민희진은 빅히트뮤직 혹은 하이브 기존 레이블에 속하는 대신 독자적인 레이블 어도어의 대표가 되어 기존 관습을 깨는 방식으로 걸그룹 론칭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가 만든 걸그룹 뉴진스는 국내 신드롬에 이어 데뷔 6개월 만에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며 K팝 산업에 균열을 내는 ‘게임체인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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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단위의 관심 속에 뉴진스가 데뷔했고 1st EP 《New Jeans》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Ditto>와 <OMG>가 소포모어 징크스는커녕 전작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며 음원 차트 1, 2, 3위를 동시 석권했고 데뷔 6개월 만에 빌보드 핫100에 차트인하는 기록을 세웠다. <Ditto> 공개 직전부터 지금까지 시간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 만감이 교차한다. 원래 징크스 같은 걸 걱정하는 타입이 아니다. 지금은 뉴진스의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이다. 완전히 새로운 느낌일 것이라 기대하셔도 좋다. <Ditto>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 직전이 떠오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Ditto>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담긴 곡이다.

- 어떤 의미인가.

= ‘Ditto’라는 제목의 뜻처럼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화해의 의미를 담아 발표한 곡이다.

- 1st EP 《New Jeans》에 이어 크게 텀을 두지 않고 선공개곡 <Ditto>, 싱글 1집 《<OMG》를 발표하는 전략을 세웠다. 한꺼번에 사전 정보 없이 4개의 곡과 뮤직비디오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던 데뷔 당시 전략과 비슷한 듯 다른 공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가령 곡을 더 수집해 미니 앨범을 낼 수도 있었고, 정규 앨범 1집으로 바로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싱글을 통해 한곡씩 공개하는 전략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EP 앨범의 장기 흥행과 연관이 있는 선택이었는지 궁금하다.

= 이번 겨울 음반을 기획한 의도는 순수했다. 답례의 취지. 첫 번째 음반에 보내준 관심과 사랑에 대한 일종의 피드백이다. 그래서 <Ditto>라는 따뜻한 곡을 필두로 홀리데이 팝업 스토어를 열고 음반 판매 매출의 일정 부분을 꾸준히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1st EP에 보내준 여러분들의 큰 사랑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란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은 패키지를 구성하고 싶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됐지만 원래 계획대로라면 크리스마스 당일에 뉴진스 멤버들이 어린이 병원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 기존의 하이브가 함께 작업하던 프로듀서들이 아닌,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의 김기현 대표가 세운 BANA의 프로듀서들이 뉴진스의 곡 작업을 맡고 있다. BANA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함께 뉴진스 음악을 준비해온 과정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 ‘하이브 프로듀서들이 아닌’이라는 질문의 전제가 이상하게 들린다. 어도어가 하이브 내 자회사로 출발했기 때문에 겪는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하자면, 어도어는 민희진이 지향하는 음악과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이는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회사의 설립 이념과 취지는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아이돌 산업에 관심이 없던 내가 일을 시작해 20여년 지속하고 결국 이렇게 개인 레이블까지 만들게 된 궁극의 이유를 묻는다면, 주류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음악과 비전을 제안하고 싶은 열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뉴진스라는 팀 론칭 직전에 ‘컨셉이 곧 음악이다’라는 표현을 했던 이유가 그렇다. 나는 작곡가나 작사가가 아니기에 저작권과 무관한 제작자다. 이를 굳이 뒤집어 해석해보자면 악곡의 구성이나 선택에 있어 훨씬 거리낌 없이 작업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내가 추구하는 어도어의 음악은 경계 없이 자유로운 스타일일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루틴한 조직 시스템을 통해 일하기 보다 내 음악 취향과 뜻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BANA의 김기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재직 당시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다. 당시 회사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시스템에 동의하지 않았던 견해가 일치해 친해지게 되었다. 우린 회사 내 이단아 같은 존재였다. 그랬기 때문에 각기 퇴사해 각자의 개인 회사를 만들게 된 것이기도 하고. 하이브에서 어도어를 론칭하며 강력히 보장 받기 원했던 내용은 ‘창작과 운영 자율성에 간섭이 없는’ 이라는 확고한 전제였다. 따라서 어도어의 프로덕션 구축과 진행에 있어 하이브는 어떠한 연관성도 접점도 없다. 그래서 가끔 어도어의 음악 스타일을 하이브로 묶거나 혹은 SM과 묶어 평가하는 반응을 볼 때 상당히 의아한 기분이 든다.

BANA의 멤버들은 모두 나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특히 김기현 대표는 내가 어도어를 만들어 이루려는 비전이나 내 음악적 취향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어도어의 음악은 단일 작곡가에 의존해 작업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언급했듯 내가 원하는 음악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구성이나 작업 방식 등이 다른 회사와 다르다. 음악을 내가 직접 수집하고 결정한다. 뉴진스의 1st EP의 경우엔 뉴진스라는 팀이 결성 되기 전부터 무작위로 수집해놓았던 나의 데모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직접 트랙 리스트를 구성했다. 따라서 작곡 당시 의도했다거나 하는 추정은 다 틀린 내용이다. 곡의 수집부터 완성, 디테일을 다듬는 과정에서 나는 작곡가들이 아닌 김기현 대표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총괄인 내가 원하는 방향성대로 믹싱이나 마스터링, 보컬 디렉팅 등의 디테일을 다듬는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제작자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고른 곡들이 지난해와 올해,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음악이 됐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스스로 음원 성공의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 곡 제작에 있어 무엇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멜로디 전개 방식이나 가창의 스타일 등. 개인적으로 기존의 K팝이 지향해온 다소 전형적인 멜로디 전개 방식이나 가창 스타일 등에 심한 거부감이 있었다. 고음의 필수 파트나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어색한 랩, 내겐 일률적으로 느껴지는 창법 등. 물론 이런 요소들에 끌리고 선호하는 의견도 존중한다. 다만 나는 거부감이 컸기 때문에 그런 요소를 제한 결과물이 세상에 등장하길 바랐고 그런 디테일을 컨트롤하기 위해 제작 전반을 총괄하게 되었다. 현재 ‘작곡’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모호한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 비트메이커가 톱라이너(멜로디 메이커)의 역할까지 하는 경우가 드물고 일반적으로는 톱라이너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곡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비트메이커와 톱라이너의 비중과 영향력은 곡마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전체 과정을 조율하는 기획자의 비중이 커졌다고도 할 수 있고. 실상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곡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일한 비트에 각기 다른 톱라이너에 의해 다양하게 얹힌 멜로디의 각종 데모 샘플을 경험하면 아마 확 와 닿을 것이다. 예컨데 내가 아닌 비트메이커나 멜로디메이커 등 다른 이들이 보컬 디렉팅을 봤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작업으로 알려진 250은 과거 무명 시절에도 감각적인 작곡가였고 이전에도 종종 다른 아이돌 팀에 곡을 제공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결과물과는 다른 결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작업물은 최종 결정권자의 결정에 따라 스타일이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선택과 결정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따라서 질문의 ‘골랐다’는 표현은 맞지만 틀리기도 한 표현이다.

나는 공식을 깨고 싶은 사람이다. 어떤 이들이 자신 있게 주장하는 K팝 성공 공식이라는 것을 깨버리고 싶었다. 프로듀서가 되고 대표가 되었지만 편견이 없는 창작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은 여전하다. 시장에 다양한 생각이 출몰하길 바란다. 아이돌에 관심이 없던 아트디렉터 출신이 만든 일이다. 여기 시사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일이 잘되면 사람들은 그 일이 왜 잘되었는지 결과를 놓고 거꾸로 과정을 분석하고 추정하기 좋아한다. 그렇지만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한정적 경험을 토대로 분석하고 추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내가 겪어온 그리고 내가 만들어온 현실은 실상 낯 모르는 제3자의 추정과 다른 사실이 훨씬 많다. 각자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삶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트 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로듀서 등 내가 겪어온 모든 직책만 해도 업계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서로 다른 의미로 통용된다. 언제든 섣부른 단정과 추론은 착각이자 금물이다.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새로움을 분석한다면서 이전의 틀에 적용해 생각한다는 것부터 구태일 수 있다. 틀을 바꿔야 생각이 달라진다. 제작자라고 음원 성공의 비결을 쉽게 단정하고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내 사견이 궁금하다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력적인 비트와 멜로디에 부담스러운 요소들을 모두 제한 보컬의 조화가 언제 어디서든 듣기 좋았던 것이 아닐까. 기본에 충실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 뮤직비디오의 드라마타이즈 이야기를 하고 싶다. 최근 특정 세계관이나 서사성을 가미하는 경우가 많은데 뉴진스에게는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큰 줄기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일부러 최근 K팝 산업이 천착하는 ‘세계관’ 구축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나. 앨범마다 컨셉을 달리 가져가고 싶었는지.

=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나는 K팝이 말하는 세계관에 반감이 많은 사람이다. (웃음) 뉴진스는 K팝에서 말해온 세계관이라는 개념은 없는 팀이다. 하지만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본 어떤 이들은 우리 메시지를 일종의 세계관으로 명명할 수 있다. 그간 누누이 밝혀왔 듯 그런 관점에서의 세계관 인식은 환영이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언제든 의외의 재미를 추구한다. 뉴진스의 음반은 매번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맥락을 외칠 것이다.

- 뉴진스는 기존 K팝 그룹이 천착해온 ‘세계관’에 얽매이지 않는 그룹이라 좋다는 분석을 본 적이 있다. 물론 뉴진스 안에도 스토리와 컨셉이 있지만 인위적인 내러티브를 만들고, 창작자가 한발 먼저 앞장서서 상징과 해석을 강요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아서 좋다는 의미 같았다. 뉴진스는 창작자 민희진이 그동안 K팝 산업에 종사하면서 “아이돌에게 컨셉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 것인가” 등을 고민한 결과물 같았는데, 스스로 어떤 답을 내리고 기획에 반영했나.

= 최근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아이돌상이라는 화두에 유독 민감한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아이돌상을 그리면서 동시에 그들을 마치 캐릭터라이즈한 듯한 세계관을 환영하는 것은 의아하다. 서로 상반된 개념 아니던가. 실제로 K팝 아이돌 신에서 통용되는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효용이 있는 것인지 전수조사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웃음) 혹여 일부의 반응을 확대해석 하는 것은 아닌지, 다년간 업계에 종사한 나로서도 의문인 지점이 있다. 인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상호작용해 발현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세계관이라는 것의 실제 효과가 얼만큼인지 측량하기 어렵지 않을까. 인기를 한 가지 요소로 귀결해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때문에 나는 질문의 표현처럼 세계관이라는 것에 ‘천착’할 이유가 없었다. 뉴진스는 그때그때 때마다 던져야 할 화두를 순발력 있게 던질 것이다. 여름 데뷔 앨범에 대한 피드백으로 <Ditto>라는 곡을 발매한 것 처럼.

- <Ditto> 뮤직비디오에서 ‘설원 위의 사슴’의 이미지는 직접 언급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의도였나. 개인적으로는 <스탠 바이 미>나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이 떠올랐다.

= <Ditto> 데모를 처음 들었을 때 도입부 허밍 파트의 압도감이 엄청났다. 마치 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들이 표현되어 있는 느낌. 단박에 떠오른 이미지가 있었다. 하얀 눈밭 속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사슴 한 마리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사슴을 마주한 사람들의 인상. 마치 아무 날 세상에 툭 튀어나온 뉴진스와 소비자들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적 없이 너른 공간에서 자유로운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와 그 모습을 소유하고 싶은 목격자들의 욕망이 떠올랐다. 악의 없는 아름다움을 좇는 욕망은 의도치 않게 대상을 통제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매력을 반감시켜버리는 아이러니가 발생될 수 있다는 기묘한 관계성을 떠올리게 되었고 마치 우리가 처한 현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상에 대한 낯섦으로 각종 의심과 추정을 낳을 수 있는 것도 이해하지만 우리는 자유롭게 내버려둬야 더 가치 있게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밝히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은 모두가 진심으로 바라는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Attention> <Hype boy> <Hurt> <OMG>는 2019년에 수집한 곡이지만 <Ditto>는 2022년에 겨울 송으로 일부러 오더 해 제작된 곡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st EP을 발매하며 겪은 오해와 낯선 경험 덕에 <Ditto>라는 곡이 나올 수 있었다. 오해를 화해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여름의 뜨거웠던 열기를 겨울의 따뜻한 온기로 갈무리하고 싶은. 그래서 특히 선물 같은 음반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 신우석 감독에게 뮤직비디오 창작의 전권을 거의 위임했다고 들었는데, 평소 다른 작업 방식도 이러한 편인가. 직접 관여하는 부분과 자율적으로 맡기는 부분이 구분된다면, 어떻게 나뉘는지도 궁금하다.

= 내 작업 방식은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 지지난해 유퀴즈 출연 시, 다른 출연자들을 모니터링 하던 중 우연히 돌고래 유괴단 신우석 감독편을 보게 되었다. 시장을 보는 눈이나 일을 대하는 방식에서 나와 비슷한 유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계에 환상이 없고 자기 신념이 투철하며 경계 없이 일하는 점 등. 그땐 물론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OMG》 음반을 준비하며 1st EP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전 뮤직비디오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 필요했고. 그때 퍼뜩 떠오른 것이 신우석 감독이었다. K팝 뮤직비디오를 찍어보지 않은 사람을 원했다. 그리고 일에 경계를 두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했다. 만나보니 아이돌 신에 전혀 관심이 없던 점이나 일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가 충분히 새로운 작업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작업 확정을 한 뒤 첫 미팅에서 나온 신우석 감독의 질문이 역시 인상적이었다. 뉴진스의 장기 플랜, 앞으로의 방향성 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전체 방향성을 알아야 현재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정리될 것 같다고. 그 질문을 받고 큰 안도감이 생겼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을 상대가 먼저 질문하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나와 일하는 방식이나 발상법의 구조가 비슷했다. 이 사람도 자기 스스로 A to Z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겐 간섭이 필요없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내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것을 원했기 때문에 굳이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조감독을 자처했다. 감독님 마음대로 하시고 의상이나 여타 촬영 컨디션에 있어 최대한 전방위 서포트 하겠다고 했다. 일하고자 하는 목적과 당위를 바탕으로 아이돌 산업의 현실과 뉴진스의 향후 방향성, 장기 플랜을 토대로 내가 이번 음반으로 전달하고 싶은 것 등을 브리핑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포괄적 의견을 나눴다. 우리가 오래 논의했던 것은 단순히 컨셉이나 내러티브가 아니었다. 사슴 얘기도 이 때 말한 내용이다. ‘내가 왜 이런 인상을 느꼈는지에 대한 ‘이유’만 이해하시면 된다. 룩앤필에 연연할 필욘 없다. 감독님의 발상을 해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오더가 아닌 제작자가 느낀 인상의 ‘이유’가 컨셉이자 영감이 될 수 있다. <Ditto>나 <OMG> 뮤직비디오 모두 신우석 감독이 정말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Ditto>는 대중적으로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톤이라 <OMG>가 굉장히 독특하길 바랐다. 기대에 부합했다. <OMG>의 첫 시놉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이돌 산업의 패러독스, 뉴진스의 방향성을 잘 이해해 녹여냈다.

안무는 안무 영상으로 충분히 매력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 보는 재미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안무 뮤직비디오도 다양하게 제작했다. 공식 뮤직비디오는 훨씬 더 큰 함의를 담아 또 다른 가치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조회수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어린 멤버들과 일하기 때문에 내가 지키고 싶은 양심이다.

- 리더로서 방향을 제시하는 방법,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대표로서 큰 그림을 잡아가는 과정 등 어도어 대표로서 민희진의 리더십이 어떤 모습을 갖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 모든 스태프들과 일하기 전 추구하는 궁극적 방향성과 목적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 계획과 설계에 대해 다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편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청사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뉴진스 멤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궁극적으로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뭘 말하고 싶은지, 그래서 이 일이 우리에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 우선 공들여 설명한다. 어찌보면 세부 컨셉이나 스토리를 설명하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다. 영감을 불어넣고 끌어내고, 그리고 그 것들을 의도대로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방향키를 운전하는 것이 나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이다.

일례로, 나는 원하는 안무의 방향성 즉 기존 아이돌의 칼군무를 벗어난 비전형적 프리 스타일에 대한 요구를 팀의 결성 이전부터 설명해 왔다. 어도어 퍼포먼스 디렉터 김은주님은 내 방향성에 정확히 공감 했고 이해했으며 잘 풀어내 주었다. <Hype boy>는 최초 안무 시안을 받고 난 뒤 전면 수정을 했던 케이스다. 원하는 스타일에 대해 다시 설명했고 재요청 했다. 안무가가 아닌 내가 구체 동작을 요구하거나 세세한 동작을 짤 수는 없다. 원하는 느낌과 방향성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설명할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수정되어 온 안무가 너무 좋았다. 챌린지로도 크게 흥했고. 그렇게 합을 맞춰나갔던 것 같다. 이 후 <Cookie>나 <OMG>는 수정없이 단번에 오케이 된 안무들이다. 원래 잘하는 사람들은 방향성만 잘 잡아주고 도닥여주면 알아서 잘한다. 어도어 스타일리스트 최유미님도 그런 유형이다.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가 일치하고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이해하기 때문에 수월하다. 내 레이블을 만들고 싶었던 건 마음 편히 일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 편해야 일을 잘 할 수 있다. 방향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과 동의된 마음으로 기쁘게 일하면 마음이 편하다. 음악도, 영상도, 경영도, 전 분야에 걸쳐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을 애써 찾고 골랐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선 먼저 내가 설정한 비전과 방향성에 문제가 없어야한다는 전제가 필수 요건이다. 그래야 자신있게 ‘나를 따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내 생각이 바로 서야 하는 것이 선행 조건인 것이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필요할 때와 아닐 때가 있다. 무조건 있다고 혹은 없다고 좋은 것이 아니란 뜻이다. 사실 실무에서 디테일한 합을 맞추기 위해선 마이크로 매니징이 필수일 때가 많다. 최상의 것을 끌어내기 위해선 어느 땐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해주고 디렉션을 줘야한다. 이럴 땐 상대의 기분도 중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스킬을 요한다. 매사 그렇듯 좋은 리딩에도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다. 사람의 성격과 개성은 각자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내 모습을 변형해 합을 맞추는 수 밖에. 좋은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Hype boy>와 <Cookie> 뮤직비디오를 감독한 신동글 감독이 작업 당시 내게 마더십이라는 표현을 해줬다. 위안처럼 들렸다.


- SM엔터테인먼트의 비주얼&아트 디렉터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그리고 하이브의 CBO로, 그리고 어도어의 대표가 됐다. 비주얼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브랜드 총괄, 그리고 대표 이사와 총괄 프로듀서가 각각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지 스스로도 알아가는 혹은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겠다. 하이브에서 어도어로 독립한 후 ‘대표’와 ‘총괄 프로듀서’를 맡기로 결심한 연유도 궁금하다. 사실 경영과 프로듀서를 따로 갈 수도 있는데 이들의 독립성이 모두 필요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 총괄 프로듀서를 하기 위해 레이블을 설립했고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 대표직을 맡게 됐다. 창작은 경영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무분별한 예산의 자유를 위함이 아니다. 대중문화 창작의 성공 척도는 숫자로 증명된다. 순수 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로선 창작과 경영이 동일 선상에서 중요한 문제로 여겨졌다. 이 업에 종사한 지 올해로 벌써 햇수로 20년이 되었다. 20년간 무수히 많은 헛발질과 시행착오를 목격했다. 20년간 업에서 무엇을 배웠냐고 묻는다면 “아, 저렇게 하면 안되는구나”,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로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창작과 경영이라는 서로 상반된 영역에서의 몰이해로 인한 충돌을 많이 목격했다. 계획 없는 무분별한 지출과 소비는 결코 좋은 창작물과 사업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쉽게 ‘하이브 자본’을 외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안되는 표현이다. 투자금이 결정되어 투자가 성사된 이후의 실제 세부 레이블 경영 전략은 하이브와 무관한 레이블의 독자 재량이기도 하거니와 난 당시 하이브 외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당시 내게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고, 투자처가 어디든 ‘창작의 독립’, ‘무간섭’의 조항은 1순위 였을 것이라 사실 꼭 하이브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면 ‘왜 굳이 하이브였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될 텐데, 그 내용을 설명하기엔 지금 인터뷰의 결과 좀 다른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설한다.

뉴진스의 1st EP의 예산 기획은 허투루 짜여지지 않았다. 뮤직비디오 4편의 제작비를 두고도 하이브 자본 얘기가 많더라. 하이브는 어도어의 제작 플랜이나, 비용의 사용처에 대해 일일이 컨펌할 수 없다.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예산은 타 회사나 다른 레이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산에 대한 경험치와 시장 조사를 한 뒤 내가 그것들을 기준으로 제작 예산을 기획했기 때문에 그렇다. 오히려 제작 수량에 비하면 가성비가 월등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예산이 많다고 꼭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오랜 실무로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창작과 비용 집행에 있어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랬기 때문에 빠른 정산이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정산에 대한 내용은 업계 관계자라 하더라도 각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르고 특급 보안 사항이기 때문에 제대로 아는 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해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인지 뉴진스 멤버들이 2개월 만에 정산을 받은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더라. 실연권과 정산을 헷갈려하는 이들도 봤고. 규모가 큰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정산이 빠르다는 업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장도 봤다. 사실 업계에서도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라 이런 갖가지 추정이 나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적어도 내가 겪은 경우만 봐도 이렇게 빠른 정산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데뷔 타이틀 곡이 세 곡인 팀은 없었다. 그리고 데뷔 곡이 모두 빠르게 차트 진입해 장기 톱 랭크된 케이스도 없었고. 시장의 흐름도 이전과 지금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선례가 없을 수 밖에 없고 비교 대상이 없어서 여러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우리의 정산은 나의 너그러운 성향 때문에 이뤄진 것도 아니고, 하이브의 규모 때문에 이뤄진 것도 아니다. 정산이 가능한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다. 정리 하자면 적절한 예산 운영과 트리플 타이틀 전략이 결합되어, 결과적으로 빠른 시일 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타이틀을 세 곡으로 결심했을 때 구성원들도 모두 놀랐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내가 프로듀서이면서 대표이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 뮤직비디오를 여러 편 찍는 것 또한 내가 프로듀서이자 대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계산식이자 전략이었다. 제작자라면 적어도 대중예술은 숫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창작과 무관한 경영인이 아니라 오히려 창작자이기 때문에 현업에서의 숫자를 만드는 개념과 대안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현실을 정확히 자각하는 만큼 새로운 플랜과 대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레이블의 규모가 커진다면 또 다른 해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내가 수년 간의 고민 끝에 결정한 계획과 방식대로 추진하는 중이다. 음악, 안무, 콘텐츠가 그랬던 것 처럼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선례가 없던 일을 결과로 증명했기 때문에 지금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원하는 결과를 위해 과거의 방식과는 다른 조직, 경영 기획이 필요했다. 힘들지만 내가 굳이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어렸을 때는 K팝이나 아이돌 산업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고 들었다. K팝 산업 내부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납득되지 않았던 지점이나 품었던 고민은 무엇이었나. 꼭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산업 내 관습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었나.

= 학창 시절엔 아이돌 문화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좀 비판적이고 비관적으로 보던 편이었고. 그래서 업에 뛰어들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일을 하면서도 사실 거의 모든 요소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 무작정 불만이 많았다기 보다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던 지점이 많았다고 해야 될까. 한두 가지로 꼽을 수 없다. 어쩌면 오히려 그런 오랜 관습이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오기’로 레이블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웃음)

‘산업의 납득되지 않았던 지점’을 말하자니 약간 다른 맥락이지만 최근의 사안이 떠오른다. 나를 마치 성공한 덕후처럼 표현한다거나 뮤직비디오에 제작자의 학창 시절을 투영한다는 등의 가설 말이다. 학창 시절 아이돌 문화와 담 쌓고 지낸 나에겐 정말 와닿지 않는 표현이긴 하다. 사실과 무관한 상상을 실제인 듯 가정하거나 단정하는 것도 위험한데 그 가설을 토대로 비방한다는 것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가늠조차 어려워 안타까운 심정마저 들더라. 확인도 안된 가정된 상상으로 비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워하고 싶은 이유를 어떻게든 만들어 낸 것 아닌가. 산업 내 반복되어온 어두운 그림자를 목격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비단 이번 경우만이 아니라 가끔 이해되지 않는 아이돌 신의 과몰입이 실존한다는 것을 목격할 때 오싹해진다.


- 너무 많은 관심을 받는 제작자·프로듀서이기 때문일까,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에게 엉뚱한 비판을 받는다든지, 제3자가 보기에도 너무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개인적으로, 그리고 회사 대표로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 내가 느끼는 아이돌 산업은 여러 지점에서 상당히 다양한 모순점과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복잡한 화두인데, 아이돌 산업은 대체로 10대 연령대의 지망생들로 시작해 20대 초반에 정점을 찍는 형태로 구성된다. 대체로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발굴, 육성하기 때문에 회사의 시스템에 의해 교육하고 발전되어온 산업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아이돌 지망생들은 최대한 안정적인 회사를 찾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히 팬 층은 지지하는 대상을 위해 누구보다도 그 것을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인지 공교롭게도 회사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 태도인 듯 고착화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간의 업계 내 각종 사건사고 및 고질적 문제들 때문에 비판과 질타를 멈출 수 없었을 것이란 것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과도한 비난이나 과몰입 등은 그런 고질적 화두에서 시작되어 고착화되어버린 일종의 망령과도 같은 것이라 느껴진다.

적어도 나와 뉴진스의 관계는 스테레오타입의 엔터 노사 관계성에서 확실히 벗어나 있다. 엔터 업계에도 새로운 관계성이 출몰한 것이다. 게다가 나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K팝 산업에 20년째 종사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 출신이다. 이제 회사를 시작하는 내 입장에선 ‘종로에서 맞은 뺨을 한강에서 눈 흘기는’ 관점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 안타깝지만, 업의 고질적 인식을 하루아침에 개선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내 일하는 태도와 결과로 증명해 보이는 수밖에 없다. 뉴진스를 론칭한 지 이제 6개월차다. 내 이름을 걸고 회사를 만들어 처음 시작하는 일이기에 그간 어느 사소한 일 하나 허투루 지나는 일이 없었다. 콘텐츠, 방송, 광고, 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고 내 나름대로 새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사소한 일례인데, 뉴진스의 앨범에는 아이돌 팬들에게 인기 아이템인 포토카드를 랜덤 수록하지 않았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상술보다는 진심으로 동하는 마음에 구매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열광하는 반응을 보며 흐뭇했지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어도어라는 레이블과 뉴진스라는 팀을 론칭하며 실험하고 싶었던 것은 정공법으로 어디까지 돌파할 수 있는가였다. 유튜브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랬다. 업의 본질인 노래, 안무, 콘텐츠로 정공 승부를 보고 싶었다. 데이터에 거품이 끼지 않을수록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기준이 되면 다음 스텝은 훨씬 더 과감해질 수 있다. 어찌 보면 포토카드 하나에도 열광해주는 착한 소비자들이다. 그들이 내 마음을 움직인다. 이런 태도의 소비자들이라면 내가 작정하고 쏟아부을 때 어디까지 기뻐할까, 하는 뜬금없는 상상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울컥해진다. 팬들과 티키타카로 콘텐츠를 푸는 것이 재미있다. 회사 대표의 위치만 본다면 “대표가 그런 일도 하나요?”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대표가 되었다고 내 일이 달라진 것은 없다. 필요하다면 만들고 설명하기 어려운 이전에 없던 일은 직접 한다. 레이블 대표로서 나는 소비자들과 이전에 없던 색다른 관계를 맺고 싶다. 어도어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재미’는 많은 것을 바꾼다. ‘재미'는 곧 ‘엔터테인먼트’라는 업의 본질이다. 그 것에 집중 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은 레이블 론칭 초창기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리딩해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좋은 결과물이 선례가 되어야 어도어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업무 레퍼런스로 지침이 될 수 있다. 지치지 않고 끝내 애쓴다면 태도에서 드러나는 진심이 꾸준히 스며들어 결국엔 흠뻑 적시는 힘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 민희진이 너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 뉴진스의 콘텐츠에는 민희진의 자아가 너무 많이 투영되어 있다는 식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앞서 언급했듯, 다소 기괴하게 발전해온 이 아이돌 산업이라는 것은 어른과 청소년이 함께 팀워크를 발휘해 꽃피우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즉, 어른 혼자 해낼 수 없으며 아이 혼자 해낼 수 없다는 업의 숙명과도 같은 본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든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아이돌 업에서 기획자의 역할론이 대두되는 만큼 그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과거 SM 재직 시절엔 내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 생각이 회사의 생각으로 대변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도어는 다르다. 내 뜻을 펼치기 위해 설립한 레이블이다. 구성원들은 물론 뉴진스 멤버들도 그 사실에 동의한 인원들의 모임이고. 내가 뉴진스 멤버들과 꾸려나갈 미래는 기존 업계의 움직임과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진스 멤버들은 배우는 단계의 학생들과 다름없다. 어제까지 연습생이었던 친구들이 데뷔일을 기점으로 갑자기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비현실적인 얘기다. 현재 업계 내 ‘아티스트’라는 호칭이 마치 직급이나 직함처럼 불리고 있는 점이 씁쓸하다. 우리 멤버들이 각자가 지향하는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과장하여 대단하게 보이기 위한 장식이나 꾸밈을 더하고 싶지 않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각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즐거움을 발산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각오다. 가능한 억지 포장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성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오랫동안 비판받아온 K팝 아이돌 산업의 모순을 허물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인 나 또한 내 역할을 굳이 확대해 포장하거나 혹은 반대로 숨길 이유가 없다. 기획자와 멤버 모두가 중요한 것이 K팝 아이돌 제작의 현주소이자 사실이니까.

‘전면’이나 ‘나선다’라는 표현의 기준점은 무엇인가? 나는 기준 없는 개인의 모호한 트집을 비판으로 오인할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밉보였을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비판’에 대한 정의까지 짚지 않아도 온당한 비판인지 아닌지는 충분히 각자 깨달을 수 있다.

<씨네21> 인터뷰니 영화로 비유해 보자면 영화에선 감독의 의도를 작품에 담는 것을 누구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내용을 해석해 충실히 수행해 내는 배우들을 감독의 꼭두각시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감독이 인터뷰하는 것을 나선다고 표현하거나, 작품에 감독의 자의식이 너무 많이 투영되어 있다는 비판을 하는 경우를 본 적 없다. 영화평론가 김도훈씨도 비슷한 논점의 평론을 하셨더라. 입맛대로 여과 없이 벌이는 논쟁을 아이돌 신에서 유독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이 우연일까. 과거의 인식에서 개선되지 않은 고착화된 무리의 발전되지 않은 사고나 실연자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우려라는 명분 아래 무시하는 태도를 왕왕 목격한다. 아이돌 산업을 예술로 바라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아이돌 문화를 지적할 때 주문처럼 언급되는 꼭두각시나 인형이라는 편견은 과연 누구의 시각인 것인지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 평소 어떤 영화나 음악을 즐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린 시절 영화나 음악 취향은 어땠나.

= 나는 어릴 적 영화광이자 음악광이었다. 중학교 때 주말의 명화를 통해 <마리안의 허상>이라는 영화를 보고 가슴이 뛰어 잠들지 못한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은 셀 수 없이 많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색채, 내러티브를 좋아하고 오즈 야스지로의 느긋한 줄거리와 앵글을 즐겨보던 때도 있었다. 음악은 여러번 밝히기도 했는데 어릴 때부터 시대, 국적,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내 취향의 음악들을 골라 듣는 편이다. 그러다 가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음악이라는 것 말고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각기 다른 뮤지션들의 크레딧이나 취향에서 그들간의 교집합이나 관련성을 찾게 되는 일 같은?! 그런 것들을 발견할 땐 너무 뭉클하고 짜릿하다.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무언가 서로 이어지고 통하는 것이 느껴져 이상하게 설레이고 가슴이 뛴다. 얼마 전 BANA로부터 250이 나를 위해 일부러 주문 했다는 LP를 선물 받았다. 몇 달 전에 프랑스에서 찾아서 주문했다고 하는데 받아보고 웃음이 났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취향의 연결고리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런 신기한 경험을 할 때마다 내 레이블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른다. 세상엔 너무나 멋진 음악이 넘치고 일상과 삶의 질을 위해 음악은 소중하다. 나를 가슴 뛰게했던 특별한 경험들을 최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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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1903

글=임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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