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가 얼마나 신비주의 컨셉에 충실했냐면,
신인시절 방송국 대기실에서 절대 다른 가수들 만나러 안 가고,
다른 가수들의 출입도 막았음.
그래서 당시 이미 대선배이자 탑이었던 박진영도
겨우 바다 머리방울 만져보고 갔을 정도.
그래서 1집은 '여자친구' 컨셉이지만 '왠지 다가가기 좀 어려운' 이미지를 고수함.
(S.E.S.와 정반대 노선으로 '친숙한 여자친구' 컨셉을 가져간 핑클은 초대박이 나면서 가요계 양대 산맥이 됨)
2집은 대놓고 요정이었고,
3집은 요정에서 진화한 여신 컨셉(보석을 주렁주렁 단 것도 다 여신이기 때문)
4집에선 앨범 컨셉이 '그린란드'에서 초대장을 보내온 세 요정..
뭐 이런 난해한 컨셉이었음.
여기까지는 SM이 주도적으로 컨셉을 잡고 프로듀싱을 한 앨범들이었는데,
이 다음 스페셜 앨범(꿈을 모아서)부터는 바다를 주축으로 셀프 프로듀싱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인간계로 내려오기 시작함.
그래도 이국적인 풍경에서 찍은 뮤비와
동화 같은 가사
(이제 태어나는 구름
이제 피어나는 꿈들이
메말랐던 이 세상에
아름다운 색으로 내리고 있는 걸)
의 노래를 부르니 여전히 신비롭게 보였음.
잠시 여름휴가 간 요정 느낌.
그러다 나온 앨범이 마지막 정규 앨범 U
'커리어우먼' 컨셉으로 나오고, 가사도 이전 타이틀들에 비해 굉장히 직접적임.
아무래도 멤버들은 신비주의 컨셉에 현타도 좀 오고,
슬슬 홀로서기를 하려면 인간계에 내려올 필요성을 좀 느꼈으리라 궁예해 봄
다만 그 정도가 살짝.. 투머치해서 신비주의를 좋아하던 덬들은 충격을 먹었음.
특히 뮤비는 입틀막..
보석을 주렁주렁 매달고 춤추던 요정이 상사의 넥타이를 잡아채거나,
검은색 가죽수트를 입고 스턴트를 하고,
진상 손님을 말처럼 타고....
이 충격은 그냥 뮤비를 직접 봐야 앎.
심지어 이 뮤비 12세니까 초등학교 4학년 이하 어린이들은 보지 말도록 해요.
그래서 S.E.S.의 역대 타이틀 중에서는 제일 성적이 안 좋았음.
(머글 중에 이 노래 모르는 머글도 많음)
구론데구로나
후속곡이 타이틀곡의 아쉬움을 다 커버침
S.E.S. 노래 중에 제일 많이 커버됐을 정도.
바로 Just a feeling
'파티걸' 컨셉으로 '인간계' 컨셉을 유지했는데,
U로 인한 충격도 어느 정도 가신데다 곡이 워낙에 좋아서 인기를 얻음.
그래서 인간이 된 S.E.S.로 활동을 마무리하나 싶었는데,
S.E.S.의 마지막 스페셜 앨범(FRIEND) 타이틀에서 다시 현실을 떠나심.
정확히 요정, 여신인지는 안 나왔지만
본래 S.E.S.가 전문으로 하던 신비로운 편곡과 가사, 몽환적인 뮤비(갓기시절 '이세영' 배우가 유진 아역으로 출연)로
기존 팬들이 뒤집어지게 좋아함.
근데 방송 활동 1도 없이 멤버는 뿔뿔이 흩어져버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해서 S.E.S.는 SM에 있을 동안 딱 한 번 인간계에 발을 담그고 승천하셔따...
이제는 '요정', '여신' 컨셉 본격적으로 끌고 오면 비웃음 사는 시대라
S.E.S.가 했던 독보적인 신비주의가 그리운 할미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