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기업 생존방정식 :
리더의 자세와 사내 불륜이 미치는 영향
우리 옆 팀에 있던 팀장과 그 바로 밑의 과장이 사귀기 시작했다. 둘 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일은 처음에 그쪽 팀장이 자기 애인에게 3년 내리 연속으로 고과 S를 주면서 시작됐다. 정말로 그의 애인이 압도적으로 일을 잘 했을 수 있다. 하지만 팀 내 평가는 달랐다. 게다가 인사고과라는 시스템이 한 팀에서 S가 한 명 나오면 반드시 C가 한 명 나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말이 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고. 해당 팀장이 온갖 공적조서를 꾸며 그녀에게 S를 줬기 때문이다. 쭈욱. 계속.
그 후, 어쩐 일인지 그들은 단둘이서만 지방 출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남들 눈도 신경 쓰였던지, 자신들의 알리바이용으로 업무와 상관없는 팀원을 하나씩 끼워 출장갔고, 정작 출장지에 도착하면 데리고 간 팀원은 공장에 처박아 두고 밤마다 데이트를 하러 사라졌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해당 팀원들이 이 일에 대해 외부에 말하고 다녔고, 그러면서 사내에 스캔들이 퍼지게 되었다.
처음엔 설마했다. 아직도 남녀가 함께 출장을 간다고 저런 헛소리를 하다니! 하지만 이 일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내겐 이때부터 말 못 할 고민이 생겼다. 문제의 팀장과 친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뭐나 된다고 이들에게 충고를 한단 말인가. 상황에 대해 말해 주는 게 도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에게 밥을 먹자고 한 뒤, 용기내어 말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사내에 이런 이런 얘기가 돌아요. 저는 솔직히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두 분이서 출장 가는 건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공장 근처에서 두 분이 저녁에 밥 먹는 걸 봐도,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팀장은 내 얘기를 잠자코 듣더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참 사람들 할 일 없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남 얘기나 하고 다니는구나" 하고는 숟가락을 놓았다.
https://img.theqoo.net/YNoXb
이후, 그들은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데이트 무대도 국내에서 해외로 옮긴 후,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당시 그들은 회사에서 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기에 그 팀장이 해외출장을 가야 하는 당위성을 만들어 위에 보고하면, 윗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들을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이쯤에서 궁금할 거다. 출장을 승인해 주는 사람들이 바보냐고. 아니, 내가 보니 작정하고 속이면 별 수 없다. 부하직원의 은밀한 속 사정까지 알고 있는 임원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면 같은 팀 사람들이, 그들의 불륜이 사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분들이 있을 텐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팀원들은 당시 몹시 괴로워했다. 백 번 양보해서 조직 생활과 별개로 둘 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누구라도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이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망했다. 차라리 여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그들은 팀 프로젝트가 잘 안 된 이유에 대해 당시 참여했던 팀원 탓을 했다. 애초에 일을 열심히 하려는 의지도 잘 할 능력도 없었기에 그 프로젝트가 망했다고, 그런 애들하고는 천하의 스티브 잡스라도 뭘 못해 볼 거라 말하고 다녔고 그런 소리를 듣게 된 주임, 대리들은 이 사람들의 혹평에 사내에서 '같이 일하면 안 되는 애들' 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유연성이 있고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조직은 모르겠지만 관료주의에 물든 큰 조직에선 윗사람들은 아랫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기 힘들다. 그러니 중간 관리자가 말하는대로 평가할 수 밖에. 능력있는 녀석들은 어떻게든 헤쳐나온다고? 물론, 정말로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대기업이란 조직 속에서 20년 째 있는 내 입장에선, 한 번 낙인이 찍히면 그 낙인을 지우기는 정말 힘들다 말하고 싶다.
결국, 그 팀의 팀원들은 한 곳에서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쌓으며 일을 배우지 못하고, 여러 부서를 전전하며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도덕적으로 무결한 성인군자랑 일하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 역시 모른다. 지금도 타인의 시선에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 먼 훗날 이 조직 안에서 어떤 식으로 어떻게 망가지게 될지.
다만 사생활, 특히 불륜이란 요소가 사내에 섞이기 시작하면, 특히 리더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러기 시작하면, 의도야 어쨌든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사실만큼은 말하고 싶다.
당사자에겐 사랑 때문에 힘든 날이 오는 정도겠지만, 직원들은 그 사랑 때문에 생계가 무너질지 모른다.
http://www.ddanzi.com/ddanziNews/560406369
리더의 자세와 사내 불륜이 미치는 영향
우리 옆 팀에 있던 팀장과 그 바로 밑의 과장이 사귀기 시작했다. 둘 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일은 처음에 그쪽 팀장이 자기 애인에게 3년 내리 연속으로 고과 S를 주면서 시작됐다. 정말로 그의 애인이 압도적으로 일을 잘 했을 수 있다. 하지만 팀 내 평가는 달랐다. 게다가 인사고과라는 시스템이 한 팀에서 S가 한 명 나오면 반드시 C가 한 명 나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말이 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고. 해당 팀장이 온갖 공적조서를 꾸며 그녀에게 S를 줬기 때문이다. 쭈욱. 계속.
그 후, 어쩐 일인지 그들은 단둘이서만 지방 출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남들 눈도 신경 쓰였던지, 자신들의 알리바이용으로 업무와 상관없는 팀원을 하나씩 끼워 출장갔고, 정작 출장지에 도착하면 데리고 간 팀원은 공장에 처박아 두고 밤마다 데이트를 하러 사라졌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해당 팀원들이 이 일에 대해 외부에 말하고 다녔고, 그러면서 사내에 스캔들이 퍼지게 되었다.
처음엔 설마했다. 아직도 남녀가 함께 출장을 간다고 저런 헛소리를 하다니! 하지만 이 일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내겐 이때부터 말 못 할 고민이 생겼다. 문제의 팀장과 친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뭐나 된다고 이들에게 충고를 한단 말인가. 상황에 대해 말해 주는 게 도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에게 밥을 먹자고 한 뒤, 용기내어 말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사내에 이런 이런 얘기가 돌아요. 저는 솔직히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두 분이서 출장 가는 건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공장 근처에서 두 분이 저녁에 밥 먹는 걸 봐도,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팀장은 내 얘기를 잠자코 듣더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참 사람들 할 일 없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남 얘기나 하고 다니는구나" 하고는 숟가락을 놓았다.
https://img.theqoo.net/YNoXb
이후, 그들은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데이트 무대도 국내에서 해외로 옮긴 후,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당시 그들은 회사에서 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기에 그 팀장이 해외출장을 가야 하는 당위성을 만들어 위에 보고하면, 윗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들을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이쯤에서 궁금할 거다. 출장을 승인해 주는 사람들이 바보냐고. 아니, 내가 보니 작정하고 속이면 별 수 없다. 부하직원의 은밀한 속 사정까지 알고 있는 임원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면 같은 팀 사람들이, 그들의 불륜이 사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분들이 있을 텐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팀원들은 당시 몹시 괴로워했다. 백 번 양보해서 조직 생활과 별개로 둘 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인데 누구라도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이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망했다. 차라리 여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그들은 팀 프로젝트가 잘 안 된 이유에 대해 당시 참여했던 팀원 탓을 했다. 애초에 일을 열심히 하려는 의지도 잘 할 능력도 없었기에 그 프로젝트가 망했다고, 그런 애들하고는 천하의 스티브 잡스라도 뭘 못해 볼 거라 말하고 다녔고 그런 소리를 듣게 된 주임, 대리들은 이 사람들의 혹평에 사내에서 '같이 일하면 안 되는 애들' 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유연성이 있고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조직은 모르겠지만 관료주의에 물든 큰 조직에선 윗사람들은 아랫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기 힘들다. 그러니 중간 관리자가 말하는대로 평가할 수 밖에. 능력있는 녀석들은 어떻게든 헤쳐나온다고? 물론, 정말로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대기업이란 조직 속에서 20년 째 있는 내 입장에선, 한 번 낙인이 찍히면 그 낙인을 지우기는 정말 힘들다 말하고 싶다.
결국, 그 팀의 팀원들은 한 곳에서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쌓으며 일을 배우지 못하고, 여러 부서를 전전하며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도덕적으로 무결한 성인군자랑 일하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 역시 모른다. 지금도 타인의 시선에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 먼 훗날 이 조직 안에서 어떤 식으로 어떻게 망가지게 될지.
다만 사생활, 특히 불륜이란 요소가 사내에 섞이기 시작하면, 특히 리더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러기 시작하면, 의도야 어쨌든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사실만큼은 말하고 싶다.
당사자에겐 사랑 때문에 힘든 날이 오는 정도겠지만, 직원들은 그 사랑 때문에 생계가 무너질지 모른다.
http://www.ddanzi.com/ddanziNews/560406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