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사이 K-POP 아이돌 시장에 묘한 바람이 불고 있다. 데뷔 혹은 컴백을 할 때마다 해야 하는 혹독한 자기관리나 숏폼 플랫폼을 위한 댄스 챌린지를 훨씬 넘어서 이제는 세계관 혹은 유니버스를 창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에스파 외에도 우주소녀, 이달의 소녀, 드림캐처, 퍼플키스, 피원하모니, 에이티즈,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세계관에 대한 몰입도는 서로 다를지라도 각자 지닌 세계관을 바탕으로 앨범의 스토리텔링을 구축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렇게 구축된 세계관에 기획사와 아티스트 모두가 지나칠 정도로 몰입을 하는 경우다. 콘셉트 포토에서 타이틀곡에 이르기까지 이 세계관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오히려 대중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확장성이 저해를 받게 된 것이다. 즉, 그룹에 애정을 가지고 세계관을 열심히 공부하는 팬덤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피로도를 유발하고 더 나아가 거부감을 갖게 만드는 상황이 됐다.
한 가요 관계자는 "결국 아티스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 위 퍼포먼스와 얼마나 좋은 노래를 들고 나왔느냐에 있다. 세계관이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음원 차트 1위를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세계관은 아티스트와 팬들을 위한 양념 정도에 머무르는 것이 맞다. 아티스트와 관련 콘텐츠를 재미있게 소비하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다.
이런 의견과 더불어 현재의 세계관 열풍이 K-POP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장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먼저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세계관에 대해 "오랫동안 진화되고 있는 숙주"라고 표현하면서 "음악이 듣는 것이라는 원천에 천착되지 않는 발상은 스토리텔링을 더 튼튼히 강화하고 그러한 기반에서 원소스 멀티유저의 강력한 문화 산업으로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와 산업의 필연적인 융합을 강조하면서 이를 두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수용자의 몫이지만 그간 우리 아이돌 시장은 실천과 검증을 통해 세계를 아우르는 콘텐츠 전진기지를 구축했다"며 아이돌 시장의 세계관 열풍이 K-POP 장르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세계관은 팬덤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셉트나 퍼포먼스에 더욱 집중하며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흥행공식 요소 중에 하나"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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