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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담주 유퀴즈 예고편에 잠깐 나온 울산 청년 동반자살 미수사건과 판결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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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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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김철수(가명) 씨는 1남 1녀 중 첫째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운동선수가 꿈이었습니다. 밝고 명랑한 아이였습니다. 철수 씨의 생활기록부에는 "행동이 민첩하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행실이 바르다"고 써있습니다.

철수 씨는 어머니와 여동생과 사이가 좋았지만 아버지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외도가 잦았고, 가족들의 생계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할머니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운동도 그만뒀습니다.

사춘기가 된 철수 씨는 아버지와 사이가 더욱 멀어졌습니다. 결석도 잦았고 가출도 몇 번 했습니다. 이 때 처음으로 자살을 생각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생활 기록부에는 "가정 환경으로 학습 의욕이 없고 기초 학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적혀있습니다.

철수 씨는 고등학교를 자퇴합니다. "너 같은 XX가 고등학교 나와서 뭐할래"라는 아버지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여동생이 눈에 밟혔지만, 결국 집을 나와버렸습니다. 아버지와는 연락을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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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철수 씨는 열심히 살아보기 위해 애썼습니다. 오토바이 면허를 따 음식 배달을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대학에 가려고 틈틈이 공부해 검정고시도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해도 대학 갈 형편은 안됐습니다. 궁핍한 환경은 철수 씨의 미래를 옭아맸습니다.

아버지와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지만, 철수 씨에게 어머니와 여동생은 여전히 소중했습니다. 어머니는 늘 철수 씨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십 수년 가까이 병을 앓으면서도 공장을 전전하며 철수 씨의 고시원 비용을 대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머니가 결국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돈 때문에 제대로 몸 관리를 못한 게 컸습니다.

철수 씨는 그 충격과 슬픔에 몇 달 동안 식음을 전폐했습니다. 우울감으로 일까지 관뒀습니다. 하루에 1~2시간 밖에 잘 수 없었습니다. 줄 담배만 피우며 하루를 버텼습니다.

결국, 철수 씨는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자신의 SNS에 죽음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2명의 다른 청년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철수 씨는 이들과 SNS로 대화를 나누며 죽음의 동행을 준비했습니다. SNS 대화 내용은 판결문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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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난 그들은 함께 울산의 한 여관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는지 죽음의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이 정신을 잃었고, 두려움을 느꼈던 다른 한 명이 119에 신고하면서 상황은 끝났습니다. 철수 씨는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보호관찰관은 철수 씨가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이타적인 사람이지만, 자존감이 낮아 자기 비하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성격 평가서에는 "법과 사회 질서에 순응하고 살아왔으나,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어떤 때는 입고 다닐 옷을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궁핍하여 부모가 조금만 도와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차분하게 진술했고 눈물을 자주 보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왜 주변에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철수 씨는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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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이후에서야 철수 씨는 삶에 대한 애착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사회와 단절돼 홀로 고통 받았던 철수 씨는 죽음의 문턱에서야 주변의 지지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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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수감자들은 젊은 나이에 죽음을 선택하려 한 청년에게 깊은 공감을 나타내 줬습니다. 철수 씨의 사연을 귀담아 들었고, 정서적 지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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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철수 씨는 삶의 의욕을 되찾았습니다. 출소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겠다고 재판부에 약속했고, 어떻게 살지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판사에게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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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가볍지는 않지만, 뒤늦게나마 삶의 의지를 다지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이 참작됐습니다.

하지만 인생 선배의 또 따른 판결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판사는 따로 준비해온 종이를 꺼낸 뒤 담담이 글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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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여동생을 찾아갈 차비가 넉넉지 않았던 철수 씨에게 "밥 든든히 먹고, 어린 조카 선물이라도 사라"며 20만 원을 건넸습니다. 철수 씨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울산 청년 자살방조 미수 사건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철수 씨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판결문 몇 장으로 철수 씨의 인생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이야기는 남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늘 해결되지 못한 슬픔들이 고여 있습니다. 우리가 그 슬픔을 외면하고 혹은 알아채지 못한 사이,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은 독한 마음을 품기도 합니다. 정치는 슬픔이 덜 고이도록 제도를 만들어야겠지만, 우리의 공감과 지지 없이는 완결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타인의 잔혹함 때문에 받았던 상처는 역설적이게도 타인의 지지를 통해 치유될 수밖에 없습니다.

판결문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 공동체에 남겨진 인간적인 숙제를 낭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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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5wfLjADy


작년에 기사보고 참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던 사건과 판결문인데ㅠㅠ 


유퀴즈에 이 판결문 쓰신 판사님이 

출연하신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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