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 美 FDA 승인
비만 임상 결과 체중 평균 24㎏, 22.5% 빠져
식이제한이나 운동 안 해도 체중 감량 효과
‘비만 치료의 최강자’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하는 국내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요즘 들떠 있다. 비만 치료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나타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비만 치료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삭센다’가 점령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결혼식을 앞두고 살을 빼려고 예비 신랑과 신부가 삭센다를 맞는 일은 아주 흔하다.
주 1회 삭센다를 맞으면 환자 체중의 5~9%가 줄어든다는 것이 임상 결과다. 지난해 9월 같은 회사(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wegovy)가 미 FDA에서 비만 치료로 승인을 받았는데, 이 약물은 체중의 10~15%를 빼 준다고 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미 FDA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은 마운자로가 획기적인 비만 치료 임상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과체중 환자 2539명을 대상으로 이 약 15㎎을 한 주에 한 번 주사했더니 1년 6개월(72주) 동안 평균 24㎏, 체중의 22.5%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이 100㎏인 사람이 이 주사제를 맞으면 77㎏, 60㎏인 사람은 46.5㎏ 되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기존 치료제의 체중 감소 효과(5~15%)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수술로 위장을 묶어서 위장 크기를 줄이는 비만 수술 효과를 뛰어넘는다. 비만 수술로도 20% 이상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는 것이 어려웠다.
임상에서 식이요법을 하지 않은 그룹과, 식이제한을 하는 그룹을 비교해도 효과가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즉 이 주사만 잘 맞으면 식이 제한이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살이 빠진다는 얘기다. 이러니 의료계에서 “비만 치료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이제 지방흡입도 사양 산업이 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미국과 영국 언론은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타전했다.
삭센다와 위고비는 당뇨병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라는 약물의 고용량 주사제 버전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위·소장에서 음식을 먹으면 분비되는 호르몬(GLP-1)을 조절하는 약물이다. 음식이 들어오면 췌장에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뇌에 ‘그만 먹으라’는 포만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삭센다와 위고비는 이 호르몬이 몸에서 많이 분비되도록 해서 살 빼는 효과를 높인다.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이 비만 질환에 대해 연구를 하기 위해 운동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마운자로는 릴리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티르제파타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세마글루타이드가 GLP-1에만 작용한다면,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또 다른 호르몬인 GIP에 이중 작용하는 약물이다. GIP는 그동안 몸에 별 효과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GLP-1과 함께 사용하면 혈당과 체중을 낮추는 데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팀에서 임상을 하고 있다.현재까지 알려진 부작용은 삭센다 수준인데, 고도비만이 아닌 경우에는 체중이 과도하게 감소하는 부작용도 국내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지난달 공개된 글로벌 임상에서는 비만 치료를 위해 용량을 늘린 환자군의 오심 구토 등 부작용이 꽤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부작용은 용량 조절로 충분히 극복 가능해 보인다는 것이 의약계 분석이다.
현재 마운자로의 가장 큰 경쟁자는 위고비다. 지난해부터 미국에 출시된 위고비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허가를 앞두고 있다. 위고비의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은 약 2507억원(2억달러)으로 삭센다(2억8350만달러)를 뒤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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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기자 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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