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석도 살릴 수 없는 토크가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편 이야기다. 요즘 가장 큰 고민에 대해 질문하자 “국민이 편하게 잘 살 수 있는 좋은 결과를 내놔야 되기 때문에 어떡하면 잘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로 고민도 한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이나 내놓겠다고 굳이 인기 토크 프로그램을 찾아온 사람에게 뭘 더 꺼내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도 젊은 시절 검찰에서 밥총무를 맡았던 이야기나, 친구 결혼식 함진아비를 하러 가는 길에 공부하기 싫어 읽은 법전 구석의 내용이 나와 9수째 사법시험에 붙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난해 12월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밝힌 바 있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정권의 프로파간다보다는 횡설수설하는 ‘사장님 훈화’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그거면 된 걸까.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유재석도 살리지 못한 토크인 동시에 유재석이라 더는 살릴 수 없는 토크이기도 했다. 그는 상대방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순발력 있게 반응해주는 뛰어난 진행자지만, 또한 게스트 스스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상적 모습에 최대한 맞춰준다.
대통령 당선인이 작정하고 딱 그 정도 수준의 모습만 보여주겠다고 해도 유재석이 따져 물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먼저 자리에 앉아 “영광이죠?”라며 대통령 당선인이 숨길 수 없는 오만함을 드러낼 때 동공이 흔들리는 중에도 신사적 태도를 유지할 뿐이다. 이번 방송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건 그래서다. 국내 최고 진행자 유재석의 딜레마와 국내 최고 권력자 윤석열의 안하무인이 교차했다는 점에서. 그게 우연이 아니라는 점에서.
https://entertain.v.daum.net/v/20220422162233623
칼럼의 내용이 조금 길긴 한데 내용 좋더라
한번씩 읽어봐!